"왜 눈물 나는지 모르겠다" 수감복 벗은 유관순 웃자 벌어진 일

깨끗한 저고리와 옥빛 치마를 입은 유관순 열사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흙빛 수감복을 벗고 고문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이다. 해사한 미소를 짓자 혈색 띤 볼엔 보조개가 푹 패였다.
유튜브 채널 ‘AI기억보관소’의 운영자 정성훈(33)씨가 AI로 만든 영상이다. ‘다음 생에선 부디 평안하길’, ‘따뜻한 밥 한 끼 원 없이 먹길’…. 그의 손을 거치면 막연한 후손들의 바람들도 못 이룰 것이 없다.
정씨는 독립운동가들의 옛 사진을 가지고 AI 복원 작업을 거쳐 살아있는 사람의 영상처럼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광복절을 맞아 제작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밤을 새가며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잠을 아끼면서까지 이 일에 몰두하는 이유는 ‘기억’에 의미를 둬서다. AI 이미지 생성을 오랫동안 독학해와 이미지 복원에 자신이 있었던 정씨는 살아 숨쉬는 듯한 독립운동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일에 본인의 능력을 쓰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에 지난 4월 본격적으로 복원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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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함 대신 친근하고 편한 모습
정씨가 만든 영상에서의 독립운동가들은 굳은 표정이나 비장한 모습으로 남아있던 여태의 사진들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연출됐다. 시청자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줄여 더 오래 기억에 남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단식 투쟁과 생활고 등으로 순직한 독립운동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먹고, 어린 열사들은 요즘 시대의 학생처럼 교복을 입고 급식을 먹었다. 아울러 의거 당시 던졌던 폭발물을 모티프로 메뉴를 선정하는 등 역사적 상황에 기반한 연출을 늘 고민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들의 식사를 담은 영상은 14일 기준 최고 조회수 약 500만회를 기록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꼭 대접하고 싶었다” “왜 눈물이 고이는지 모르겠다” 등 감동의 반응이 줄이었다.
정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에서 출발했다”며 “‘더 오래 살아계셨다면, 지금 태어나셨다면 어땠을까’ 등 다양한 가능성을 구현해보면서 고단했던 열사들의 삶을 기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증을 틀려 독립운동가들을 욕보일 일이 없도록 옷차림이나 당시 생활 분위기 등을 역사 기록과 시료를 보며 심혈을 기울여 재현한다고 했다. 이에 자료조사와 고증에는 영상 제작보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영상 복원
정씨는 무엇보다 조명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영상으로 복원해 알렸을 때 뿌듯함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정씨는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처럼 유명하신 분들도 만들지만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이 더 많다”며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집안에 내려오던 조상의 이야기를 듣고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때마다 정씨는 광복군 기념사업회 등에 연락해 광복군 명단을 대조하는 등 사료를 비교하고 꼼꼼히 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거나 ‘사진 속에서만 보던 조상님이 웃고 계신 모습을 처음 봤다’고 울컥하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그렇게 감사 인사를 전해오면 덩달아 뭉클해진다”고 밝혔다.

그날 문 일병 동생과의 전화를 끊은 후로부터 세 시간이 지나도록 정씨는 여운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영웅들 한명 한명이 잊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오소영 기자 oh.s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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