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날 오전 이상민 찾아온 김용현 "밤 9시 VIP가 찾을 것"

12·3 비상계엄 선포 약 12시간 전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찾아가 만난 사실을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확인한 것으로 14일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를 귀띔해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부장판사 차승환·류창성·최진숙) 심리로 열린 이 전 장관 구속적부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오전 10시30분쯤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요일마다 열리는 국무회의를 마친 후 이 전 장관 집무실을 찾아갔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에 대해 언질을 줬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김장 행사에 참석 후, 본래 저녁 행사까지 참여하기로 돼 있었으나 오후 5시께 퇴장했다. 이어 예약한 비행기 대신 KTX를 타고 귀경했다. 특검팀은 이런 동선 변화가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를 전해 들었다는 정황이라고 제시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무회의 후 김 전 장관과 따로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이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김장 행사에 관해 설명하니 “오후 9시쯤 VIP(윤석열 전 대통령)가 찾을 것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부연했다. 하지만 계엄 얘기는 없었고, 당시 대통령실 내외부에 돌던 인사 문제를 윤 전 대통령이 논의하려는 줄 알았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재판부에 “계엄을 미리 알았다면 아내와 울산까지 김장 행사를 갔겠느냐”라고 설명했다.
문건에 “봉쇄 시 소방청이 단전·단수”
특검팀은 김장 행사 후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본 문건에 “언론사 봉쇄 시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하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고도 판단했다. 해당 문건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국무위원들과 만나기 전 안전가옥(안가)에서 경찰 지휘부 격인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준 것과 같다고 봤다. ‘2200 국회’ ‘2300 민주당사’ ‘비상계엄’ ‘여론조사 꽃’ 등 비상계엄 선포 후 군(軍)이 접수할 기관과 시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이 이 전 장관, 경찰 지휘부에 공통된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언론사 봉쇄, 단전·단수를 조율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이 경찰에만 단전·단수를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은 소방청 지휘권도 없고 문건도 멀리서 봤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로 “경찰이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요청하면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구속적부심에서 이 전 장관 측은 허 청장과 통화에서 ‘언론사 단전·단수’를 거론한 사실은 있다고 변론했다. 그러나 “단전·단수 요청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허 청장이 없었다고 하자 “혹시 요청이 온다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유의하라” “모든 언론사가 아니고 몇 개 언론사에 한정된다는 점을 참고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라 주장했다.
특검팀은 오는 18일 이 전 장관을 구속 후 두 번째로 소환 조사한다.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관련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됐다. 특검팀은 지난 11일 김 전 장관을 구치소에서 방문 조사해 '이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를 미리 알렸는지' '이 전 장관에 보여준 문건 속 내용이 무엇인지' 질문했으나 김 전 장관은 진술을 거부했다.
김성진 기자 kim.seong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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