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대신 염소탕 뜨지만… 수입산 저가공세에 뿔난 사육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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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에서 암흑염소 1000여 마리를 기르는 60대 전모씨는 최근의 '흑염소 열풍'이 달갑지만은 않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개 식용 종식법' 이후 보양식 수요가 흑염소로 몰리며 식당가는 북적이지만, 수입산 공세와 허술한 제도 탓에 농가는 판로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전체 사육 개 46만8000마리 중 74%에 해당한다.
수입산이 식당을 장악하면서 개 사육을 접고 흑염소로 사업 전환을 고민하던 이들까지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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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가 호주산… ‘국내산’ 속이기도
제도 미비… 유통이력 관리도 안돼

전북 남원시에서 암흑염소 1000여 마리를 기르는 60대 전모씨는 최근의 ‘흑염소 열풍’이 달갑지만은 않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개 식용 종식법’ 이후 보양식 수요가 흑염소로 몰리며 식당가는 북적이지만, 수입산 공세와 허술한 제도 탓에 농가는 판로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전모씨는 “내외적인 여건 때문에 시세는 들쭉날쭉한데, 그렇다고 안 기를 수도 없는 상황에 정직하게 키워온 농민들만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체 개 사육 농장 1537곳 중 약 70%인 1072곳이 폐업했다. 이들이 사육하던 개는 34만5590마리였다. 전체 사육 개 46만8000마리 중 74%에 해당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기 폐업 유인 정책과 계절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며 “올해 안으로 전체 농장의 75%(1153곳) 이상 폐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고기 수요 급감과 이색 보양식 유행에 흑염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격과 공급량에서 앞선 수입산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염소고기 수입량은 8349t으로 4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대부분(99%) 호주산이다.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국내 산업은 제도적 준비가 전무한 상황이다. 소·돼지·닭 등 주요 축종은 축산물이력법에 따라 유통 이력을 관리하지만, 염소는 제외돼 있다. 소고기는 유전자 분석, 돼지고기는 항체 분석으로 원산지 판별이 가능하다. 반면 염소고기는 현장 점검과 서류 확인에 의존하고 있다. 유전 형질 관리나 질병 방역도 부실해 품질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수입산 단속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 호주산을 국내산으로 속이고 표기를 생략하거나, ‘혼합산’이라 적었지만 실제로는 뼈와 사골을 제외한 90% 이상이 호주산인 경우도 흔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올해 초부터 전북 지역 염소고기 식당 86곳을 조사한 결과 8곳(9.3%)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이 적발되기도 했다.
수입산이 식당을 장악하면서 개 사육을 접고 흑염소로 사업 전환을 고민하던 이들까지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수입산과의 가격 격차, 불안정한 시장 가격, 미비한 정책 지원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축업계 한 관계자는 “흑염소 시장이 일시적 특수에만 기대면 결국 공급 과잉과 가격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입산 쿼터제 도입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사육 기반 확대와 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유통망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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