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경고' 징계뒤 "친한파 척결"…국힘 쇄신파 "치욕의 날"

손국희, 김규태 2025. 8. 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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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리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지난 대구?경북 합동 연설회에서 일부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연호하며 소란을 일으킨 전 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뉴스1]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22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배신자 난동’을 벌인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에 대해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당 지도부의 엄중 조치 요구에도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에 그친 것이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이 처분했다고 밝혔다.

여 위원장은 이날 전 씨의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전 씨가 전과도 없고, 본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향후 재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이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며 “일부 윤리위원들은 징계 거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건의했지만 다수결을 거쳐 ‘경고’ 조치로 정했다”고 했다.

경고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에 이은 가장 약한 징계다. 여 위원장은 ‘솜방망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사태에 관해 징계를 한 사례를 찾지 못했다”며 “법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전 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TK) 연설회에서 언론인 비표를 통해 행사장에 난입해 ‘찬탄’(탄핵 찬성) 주자인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 도중 “배신자” 구호를 외치는 등 소란을 피운 사건으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당초 전 씨의 난동 사태로 인한 파장이 컸던 만큼, 당원권 정지나 제명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전 씨의 전당대회 행사 출입금지 조치를 한 뒤 “전 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된다”며 윤리위에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 여 위원장도 지난 11일 “징계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한길 씨 징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윤리위는 전 씨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뉴스1]

유력한 대표 후보인 김문수·장동혁 후보 등 반탄(탄핵 반대) 주자들이 앞다퉈 전 씨의 유튜브에 출연하고, ‘윤 어게인’(Yoon Again) 등 전 씨 입장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중징계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장동혁 후보는 전날 연설회에서 “전한길 씨는 그 겨울 우리 당을 지키자고 한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제 김건희 특검이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면서 당내 통합 요구가 더 커진 만큼, 징계 수위를 높이기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했다.

전 씨는 이날 징계 결정 직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좋은 소식이 있다”며 “가장 가벼운 경고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전한길이 가해자 아니고 피해자라고 소명하니 그분들(윤리위원)이 납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대 과정에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뜻도 드러냈다. 전 씨는 장동혁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며 “국민의힘 안에서 내부총질을 해서 해당행위를 하는 친한(친한동훈)파 세력일지는 모르겠지만, 몰아내고 척결하는 데 일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쇄신파 진영은 반발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줌도 안 되는 극단 유튜버와 절연도 못하면서, 어떻게 당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국민의힘 치욕의 날”이라고 했다. 조경태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에 소속된 사람들도 같은 편이라 생각한다”며 “당 대표가 되면 단칼에 제명하겠다”고 했다. 쇄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윤 어게인과의 절연 기회를 우리당 스스로 걷어차버린 것”(수도권 중진)이라거나 “당이 전한길에 무릎 꿇은 상징적인 사건”(초선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등장할 때마다 ‘배신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이틀째 반발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이 당원 명부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당원 500만 명이면 국민 10분의 1이다. 국민 10%의 핵심 정보를, 계좌번호까지 포함해 온갖 개인정보를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수사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13일 밤부터 당사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김문수 후보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 특검이자 오로지 야당 말살을 목적으로 한 전위부대”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의힘 당원명부 전체를 요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정 명단의 당원 가입 여부를 시기를 특정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마지막으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는 집중호우 여파로 당사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찬탄 주자들은 “계엄의 망령과 결별해야 한다”(안철수), “배신자 윤석열과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조경태) 등 인적쇄신을 주장했지만, 반탄 주자들은 “당이 해산 위기에 있는데 내부총질만 할 건가”(김문수), “국민의힘을 민주당으로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장동혁)고 맞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전날 김건희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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