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빈손회담, 체면만 잃게 될 것"…푸틴 압박 소용없다 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논의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미ㆍ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벌써부터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서방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회담 이후에도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러시아는 후과에 직면하는 것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매우 심각한 후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과’의 내용이 제재나 관세가 되는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꺼내 들 대응 카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관세 등 돈줄을 옥죄는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종전 논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온 러시아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2차 관세’ 카드로 러시아 돈줄을 압박하겠다는 취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 논의에 진척이 없을 경우 러시아 은행 제재,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 고객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등 후속 압박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으름장에도 이번 미ㆍ러 정상회담에서 종전 논의에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M 게센은 이날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다른 많은 서방 국가 정상들이 전쟁 종식을 원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며 양측 사이의 이같은 기본적 불균형이 협상을 통한 평화 달성 시도를 좌절시킬 것이라고 했다.
게센은 “푸틴이 협상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된다”며 “만약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푸틴은 아무것도 잃지 않지만 트럼프는 빈손으로 돌아가면 체면을 잃게 된다”고 짚었다. 또 “미국은 10년 이상 러시아에 경고와 점진적 경제 제재를 통해 대응해 왔고 트럼프는 관세라는 방식의 제재를 취하고 있지만 정책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대(對)러 제재 한계론을 폈다. 게센은 “푸틴은 트럼프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를 잃는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병사들을 잃는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며 “트럼프는 단지 더 큰 쇼를 벌이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트럼프ㆍ푸틴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가디언은 두 정상의 가장 최근 대면 회담인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 정상회담을 들며 “헬싱키의 교훈은 분명하다. 트럼프와 푸틴을 단둘이 한 공간에 두는 것은 예측할 수 없으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싱키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개입 의혹을) 아니라고 했다. 내게도 러시아가 그랬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러시아를 변호해 논란이 일었다. 가디언은 “15일로 예정된 두 정상의 알래스카 앵커리지 회담은 헬싱키 회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이 참여한 화상 회의에서도 러시아의 ‘작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공표한 이후 러시아에서는 전쟁 종결 문제보다는 미ㆍ러 관계 개선이나 북극 공동개발 등에 관심을 두는 듯한 스탠스를 보여 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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