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이사왔다', 942만 감독은 왜 특별함을 잃었을까?
[김건의 기자]
|
|
| ▲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 ⓒ CJ ENM |
<엑시트>와 다른 길, 신선함에서 안전한 이야기
감독의 전작을 자꾸 언급하게 된다. 그만큼 <엑시트>가 보여준 큰 매력은 장르적 관습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난영화에서 으레 등장하는 희생자들의 참상, 영웅적인 구조대원, 무능한 정부 등 클리셰를 걷어내고 오직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탈출에만 집중했던 선택과 집중의 미학이 인상적이었다. 수직적 공간을 활용한 액션과 일상 사물들을 활용해 클라이밍 도구로 변환시키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은 이야기적으로도, 상업영화로도 충분히 신선한 접근이었다.
반면 <악마가 이사왔다>는 전작에 비해 안전한 선택지를 경유한다. 편집 리듬은 <엑시트>의 숨 가쁜 속도감에서 한결 여유로워졌고 카메라 워크 역시 차분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전작에서처럼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거나 새로운 시각적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물론 이것이 전작보다 후퇴된 영화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엑시트>가 한국 재난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악마가 이사왔다>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현재 형태를 성실하게 답습한다.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은연중에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길구는 전형적인 '백수'지만, 단순히 게으르거나 의욕 없는 인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는 나름의 관찰력과 공감 능력을 가진 인물이며 타인을 돌보는 일에 소질을 보인다. 또한 선지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모른 채 살아간다는 설정은 현대인들의 정체성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낮과 밤의 이중적 삶, 자신도 모르는 자신, 직장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현대인들의 분열된 정체성을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로 빚어낸다.
|
|
| ▲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 ⓒ CJ ENM |
하지만 이런 안전한 선택들은 영화만의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든다. 데이비드 O. 러셀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진 두 인물의 괴이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로맨스로 기억되고 손재곤 감독의 <달콤살벌한 연인>이 키치한 척하면서도 진심 어린 감정을 담아낸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로 남는 것처럼, 기억에 남는 로맨틱 코미디들은 저마다의 강렬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새벽마다 악마로 변하는 여자'라는 설정은 분명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설정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한다. 선지의 악마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왜 하필 새벽 시간에만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것이 현대인의 어떤 내면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탐구는 표면적인 접근으로만 그친다. 결국 악마는 단지 로맨스를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고 그 자체로서의 매력이나 의미는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다.
이는 영화가 판타지적 요소보다 현실적 관계성에 더 무게를 두었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난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인상을 남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괜찮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특별했다"고 기억하기는 어렵다.
무던함 위에서 표류하는 영화
|
|
| ▲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 ⓒ CJ ENM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의 마지막 발악, 우리가 쫄 이유 없다"... 장하준의 조언
- 물러난 특검, 당사로 집결한 국민의힘 "이재명 셀프대관식 불참"
- 권성동이 쏘아올린 '윤석열 당선무효'
- 한남동 대사관 옥상에 '붕붕'...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 "주말 집회 윤석열·김건희 비판, 전직 교사 백금렬에 무죄를"
- "김건희는 우리의 리스크가 아니라 축복" 다시 보는 충북지사의 말말말
- [단독] 윤석열 안보실, HID 있던 대북정보팀에 무인기 대원도 배치했다
- 사이드미러 하나 주웠을 뿐인데... 인생이 바뀌었다
- [오마이포토2025] 카메라 켜고 당사 도착한 전한길
- [오마이포토2025] 이재명 대통령 국민임명식장 앞 지나는 김건희 호송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