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대사관 옥상에 '붕붕'...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어딘가 윙윙 소리가 들린다. 그 정체는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 옥상에서 이뤄지는 양봉. 기자가 직접 지난 11일 현장을 방문하고, 인터뷰했다. <기자말>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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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슬로베니아 옥상 양봉 현장 |
| ⓒ 김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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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슬로베니아 초대 대사 예르네이 뮬러(Jernej Muller) |
| ⓒ 김주영 |
뮬러 대사는 현재 가장 관심 갖고 힘 쏟는 분야 중 하나로 '환경'(environment) 섹터를 꼽았다. 외교관으로서 어떻게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을지 끊임 없이 고민했단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단어들을 언급했다. 'Bee Diplomacy(벌 외교)' . 그는 "벌은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환경의 수호자"라며 "도시 속 양봉이 생태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슬로베니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양봉 강국이다. 인구가 약 2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양봉에 종사하는 인구 비율은 1000명당 4명에 달한다. 또한 슬로베니아는 2017년 유엔 총회에서 '세계 꿀벌의 날' 제정을 주도한 나라다. 매년 5월 20일은 꿀벌의 가치를 전 세계가 함께 되새기는 날로, 이는 현대 양봉 방식(벌통을 블록처럼 쌓아 꿀벌을 키우는 방식)의 기틀을 마련한 슬로베니아 출신 안톤 야샤(Anton Janša)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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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 옥상 양봉 현장 |
| ⓒ 김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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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반비즈서울을 통해 슬로베니아 대사관에서 키워 만든 꿀 기념품 |
| ⓒ 김주영 |
뮬러 대사는 한국 내 다국적 기업인 IKEA, 그랜드 하얏트, 포시즌스 호텔 등에 도시 양봉의 필요성을 꾸준히 알려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관심이 높은 이 기업들이라면 옥상이나 가든 등에 일부 공간 또는 유휴 부지에 벌통을 설치해 서울의 꿀벌을 함께 지키자는 제안이다. 그는 "사람들이 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연락만 준다면 언제든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꿀벌은 환경의 수호자이자 인류 식량과 생물다양성의 보증인입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 생태계의 3분의 1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꿀벌과 반드시 공존해야 하고, 그것은 가능합니다."
2024년 5월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서울시는 '꿀벌에 해로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전향적인 결정 뒤에는 서울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학계, 언론 그리고 관련 공무원의 노력이 있었다. 뮬러 대사 역시 서울시와 접촉할 때마다 꿀벌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며 이 변화를 이끈 숨은 주역 중 한 사람이었다.
유럽의 녹색 수도 슬로베니아의 비밀 (류블랴나)
기자는 대학원 재학 시절, 교환학생 제도를 활용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한 학기 동안 수학했다. 당시 버스로 약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슬로베니아를 일주일간 여행한 경험이 있다. 단순한 여행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과정(Sustainable Development Track)'을 수강하며 2016년 '유럽 녹색 수도' 선정을 두고 독일 에센, 노르웨이 오슬로 등 유수의 도시와 경쟁했던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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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 |
| ⓒ 김주영 |
"류블랴나는 인구 35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전체 면적의 상당 부분이 숲과 녹지입니다. 시내 중심부를 차량 통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도보와 자전거 중심의 교통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깨끗한 수돗물을 어디서나 마실 수 있고, 쓰레기 재활용률은 EU 최고 수준입니다."
슬로베니아는 2014년 9월 국회에서 쓰레기 제로(Zero Waste) 전략 채택 및 Zero Waste Europe에 국가 수도(capital)를 최초로 가입시켰다. 류블랴나는 유럽연합 내 모든 수도(Capital)를 통틀어서 최초로 쓰레기 제로 전략을 도입한 도시다.
그는 이러한 성과가 1991년 독립 직후부터 이어진 '지속가능한 국가' 비전에서 비롯되었다고 덧붙였다. 환경 보호를 헌법에 명시하고, 에너지 전환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 온 것이다. 특히 2016년 개정된 헌법에는 "모든 사람은 식수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로서 국가가 비영리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헌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뮬러 대사는 현재 슬로베니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수소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재생에너지 저장기술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도전 과제도 있다.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크르슈코(Krško) 원자력 발전소(경수로 타입, 용량 약 696 MW_e)는 국가 전력 수요의 약 20%를 공급하면서, 생산 전력의 상당 부분을 크로아티아에 수출하는 등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자동화 사업 확대로 향후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전 1~2기 추가 건설 여부를 두고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예정되었던 국민투표(referendum)는 한 차례 취소된 상태다. 앞으로 슬로베니아는 어떤 에너지 경로(pathway)를 선택할까.
그는 기후위기 시대의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슬로베니아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 또한 '녹색·창의·스마트'에 있기에 분명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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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 (인터뷰이 예르네이 뮬러 대사, 인터뷰어 김주영 기자) |
| ⓒ 김주영 |
그는 양국 관광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점을 언급했다. "강원도에서 아침에 설악산을 등반하고, 오후에는 양양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듯, 슬로베니아에서는 알프스에서 스키를 탄 뒤 30분 만에 아드리아해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양국 모두 공동체와 가족 중심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생활이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한국인과 슬로베니아인은 모두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함께 식사하며, 좋은 것을 나누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슬로베니아를 찾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슬로베니아라는 나라 이름 안에는 'love'라는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숲, 호수, 산, 바다를 모두 한 나라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유럽의 축소판이죠.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잘 아는 나라입니다. 한국과 슬로베니아가 함께 더 푸른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주한 슬로베니아 초대 대사 예르네이 뮬러의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녹색 외교'가 대한민국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 및 기자 개인 블로그(지구별시골쥐)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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