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가 반한 도시, 산책길 걸으니 이유를 알겠다
[김병모 기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스페인 론다에서 쓴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소설이다.
그는 스페인 내전(1934~1939) 종군 기자로 참전한 안달루시아 남부의 작은 마을, 론다 누에보 다리('새로운 다리'라는 의미) 주변에 머무르면서 스페인 내전에 관한 소설을 쓴다. 좌파, 우파 간 죽고 죽이는 싸움이 계속된다. 론다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증오의 시선이 론다의 아름다운 누에보 다리를 압도한다. 증오로 가득한 누에보 다리 위에도 성당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헤밍웨이는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지난 7월 27일 이른 아침, 필자는 궁금증을 안고 그라나다에서 세비야로 가는 길에 론다로 향한다. 해발 723m 있는 론다로 향하는 도로는 오르막길로 마치 산길 국도를 달리는 기분이다. 도로 주변에는 지중해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붉은 땅의 속살이 듬성듬성 보인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모습이다. 그라나다에서 출발하여 좁은 도로를 타고 2시간쯤 달렸을까. 휴게소는 없고 주유소만 보일 뿐이다. 그곳에서 잠시 볼일도 해결하니 마음마저 가볍다. 창밖 올리브 나무들도 여유롭게 보인다. 어느새 론다에 도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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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스페인 론다 누에보 다리 |
| ⓒ 김병모 |
누에보 다리는 120m 폭 협곡의 절벽 아래에서 백여m 높이까지 석재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다리다. 협곡을 거의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구도시와 신도시를 이어준다. 이 다리는 1751년 착공하여 우여곡절 끝에 42년 만에 준공된다. 18세 후반 토목 기술이다. 놀라울 따름이다.
누에보 다리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안달루시아의 평원과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조화롭다. 카페 파라솔 아래 느긋하게 앉아 커피 향과 경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평화롭다. 필자도 그들 사이에 끼어 론다의 여유를 즐겨본다.
론다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주 도시로 기원전 6세기에 켈트족에 의해 '아룬다(Arunda)'란 이름의 마을로 형성된다. 기원전 3세기에는 고대 로마 스피키오 아프리카누스 장군에 의해 요새화되고, 율리우스 카이사르 시대에는 도시가 된다.
론다는 붉은 천으로 소를 자극한 투우의 발상지답게 투우 원형 경기장이 누에보 다리 근처에 있다. 론다는 투우 고장에 걸맞게 소꼬리찜 요리로도 유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요즘 동물 학대 논란으로 동물 보호 차원에서 투우 경기는 시들하다고 한다.
필자는 헤밍웨이 산책길 따라 걸으며 누에보 다리 밑으로 펼쳐진 절경을 바라보면서 그가 론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렴풋이 느껴본다. 다리 밑으로 과달레빈 강물이 흘러 론다 들판의 젖줄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생뚱맞게, 다리 중간에 비밀의 공간이 있다. 감옥이다. 이런 경치 좋은 장소에 감옥이라니. 실제 스페인 내전 당시에도 정치범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 수용된 정치범들은 영어의 몸으로 창밖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를 보았을까.
론다를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려니 누에보 다리가 눈에 밟힌다. 헤밍웨이가 산책했던 길을 따라 달빛 걸린 누에보 다리도 궁금해진다. 하지만 일행과 함께한 여행이라 일정에 맞춰 세비야로 떠나야 한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에서 주인공이 "지금은 우리의 시간이야. 당신이 가면 나도 가는 거야"라고 말했듯, 일행이 세비야행을 바라고 있다. 론다 누에보 다리 위에 뜬 달빛 구경은 아쉬움으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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