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나가는 기업에서 일어난 일, 판결문 살펴보니...

이동철 2025. 8. 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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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철의 노동 OK] 노란봉투법, 오히려 노사갈등 해소에 이바지할 것

[이동철 기자]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인다. 2025.7.31.
ⓒ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트럼프가 인정할 정도로 조선 강국입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 빅3로 불리는 대기업입니다.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요즘 정말 잘나갑니다. 전 세계 국가와 기업, 선주들을 상대로 대형선박 제작과 해양 플랜트 구축, 잠수함 등 방위산업까지 담당하며 실적과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인력 채용 포털의 '사람인'에 따르면 한화오션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약 8200만 원입니다. 호황을 맞은 대기업답게 최근 3년의 임금인상률이 2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수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성과입니다.

지난 2023년 12월 기준으로 한화오션에는 약 1만 7000명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합니다. 이들은 한화오션이 아닌 131개 하청업체 소속입니다. 대부분 가공과 조립, 탑재, 선행의장 등 생산공정을 담당했습니다.

지난해 한화오션의 사내하청 상용직 생산 노동자가 월 연장근로 한도 52시간을 꽉 채워 일하면 약 350만 원의 월급을 받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4200만 원으로 정규직의 절반입니다.

한화오션 부당노동행위 인정 '판결문' 살펴보니
 금속노조 주최로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51일 파업은 무죄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지금 한국사회가 해야 하는 일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것이지 범죄자로 몰아 중형을 구형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이 아니며, 비정규직 노동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이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이 아니다"라며 파업 투쟁의 정당성과 무죄를 주장했다.
ⓒ 이정민
조선업 경기에 따라 변화가 있으나 한화오션 정규직보다 사내하청업체 소속 직원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이들 사내하청업체는 대부분 다른 조선업체로부터는 도급을 받지 않고 전속으로 한화오션의 일을 합니다.

한화오션은 2023월 12월까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를 한화오션의 생산관리시스템에 편입시켰고,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해 업무 지시를 했습니다. 작업 상태와 청소 및 정리정돈 상태에 관한 지적과 근무질서 캠페인 지시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었습니다. 특근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한다거나, 주말 근무 지시 등도 있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5658·56231 판결문 참조)

한화오션의 조선소 직접 생산공정의 경우 사내하청업체가 담당하는 비중이 75% 이상입니다. 한화오션은 공정의 효율을 고려하여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의 작업을 설비와 함께 유기적으로 배치합니다. 이를 종합하면 한화오션의 선박 생산 경쟁력은 사내하청업체의 능력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은 과거부터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조직과 인사, 급여 등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습니다. 경쟁력 강화 방안 수립이란 명목으로 인센티브 제도와 인력 육성을 위한 체계 마련에도 관여했습니다.

숙련공 유지라는 명목으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격려금과 학자금 등 복지제도를 운영했고 채용 과정에서도 사내하청업체와 기본계약을 통해 채용 자격 등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합니다.

심지어 사내하청업체의 업무 중 특정 업무 분야의 퇴사자 수가 증가하자 그 원인을 분석하여 사내하청 노동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 증액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사내하청 업체가 숙련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치도 취합니다.

그렇다면 사내 하청노동자들과 근로 계약한 131개의 사내하청업체는 실체가 있기는 한 걸까요? 5명 내외의 사무직을 두고 한화오션으로부터 사무실을 임대해 영업하는 이들 사내하청 협력업체는, 사실상 업무와 관련된 장비와 시설도 보유하지 않은 처지입니다.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조건에서 이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화오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원청인 한화오션을 상대로 성과급과 학자금 지급 등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한화오션은 고용관계가 없으니, 당사자가 아니라며 교섭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25일 한화오션이 사내 하청노동자에 대한 성과급과 학자금 지급의 결정에 관하여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화오션의 단체교섭 거부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5658·56231)했습니다.

실질적 사용자가 책임져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동자를 어떻게 고용한 것인지는 기업의 경영상 자유에 해당합니다. 기업들은 고용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핵심 부분만 내부화하고, 단순 노무 등은 외주화합니다. 특히 조선업과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은 도급과 사내하청의 간접고용 비중이 높습니다. IMF 외환 위기가 이후 금융이나 유통․판매 서비스업에서도 용역이나 외주화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확대됐습니다.

여기에 플랫폼을 통해 노동이 거래되면서 누구에게도 채용되지 않고 일을 하는 비정형 노동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 경제활동이 늘어나 배송과 돌봄 서비스, 감정노동의 분야에서도 간접고용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일자리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가사 노동자, 일당제 서비스 업자, 택배 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사장님은 누구일까요? 플랫폼 업체일까요? 아니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일까요?

앞서 한화오션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재판부는 이처럼 하나의 노동력 제공이 둘 이상의 사용자와 연관된 상황을 '다면적 노무 제공 관계'라고 정의했습니다. "하나의 회사에 소속되어 노동하는 전통적 관계에서는 달리 여러 주체가 노동력의 이용과 통제에 관여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한화오션을 비롯해 하청노동자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고용관계가 없으니 우리는 노사교섭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원청이 하청근로자에 대하여 작업 배치, 업무처리의 기준 설정, 유해·위험 요소의 관리, 임금 수준이나 근로 시간 등에 관하여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단지 근로계약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의 의무를 회피하면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은 사실상 무력화됩니다.

진짜 사용자와 성실한 교섭을 촉진하는 노란봉투법

최근 경영계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 비판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은 복잡한 고용관계에서 진짜 사장님을 찾아 성실한 교섭이 이뤄지게 하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와 고용관계는 없지만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니,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하청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 성실하게 논의해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법원의 판결을 제도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조는 노동쟁의의 예방과 해결, 이를 통한 산업 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을 입법 목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화오션을 비롯해 하청노동자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 다수 기업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회피한 결과는 참담합니다. 너무도 상식적인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하청노동자들은 그동안 수백일을 넘겨 고공농성을 하고, 사업장을 점거하고, 단식하며 호소해 왔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요구가 노조법이 정한 제도적인 체계 내에서 해소될 수 없게 된다면, 앞으로도 풀리지 못한 노사 간의 긴장은 비제도적으로 격렬하게 분출되고 노사 간 긴장은 높아만 갈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진짜 사장님과 하청 노동자 간의 실질적 교섭을 보장하려는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노사갈등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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