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장관 민주노총 첫 방문... "노조법 개정·산업안전 강화 등 노동현안 전방위 논의"

강승혁 2025. 8. 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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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후 첫 노동계 소통... 9월 범정부 산업안전 종합대책 발표 예고

[강승혁 기자]

▲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민주노총 방문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방문, 양경수 위원장과 산별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1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을 방문해 민주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주요 노동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새 정부 출범 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첫 방문한 자리로, 노동계 주요 현안을 청취하고 소통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약 1시간 10분간 진행된 이번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해 이태환 수석부위원장, 엄미경 사무총장 직무대행, 건설산업연맹 이영철 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 금속노조 장창열 위원장 등 주요 산별연맹 위원장 15명이 참석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김영훈 장관과 최현석 대변인, 조충현 노사관계협력관, 김재훈 노사관계지원과장이 함께했다.

양경수 "복합위기 속 노동자 생존권 보장 절실"

양경수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노조법 개정과 투쟁사업장·산재 현장 방문 등 장관 취임 이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노조법이 온전히 국회를 통과하도록 끝까지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양 위원장은 현재 노동자들이 직면한 복합적 위기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관세공격은 기업 경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위협으로 다가온다"며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과 AI도입으로 인한 노동환경의 변화는 또다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파르게 증가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의 증가는 무권리 상태의 노동을 양산하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저성장과 물가인상, 만연한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 없이 노동자의 삶이 개선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기업에게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유의미한 조치이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다단계 하도급으로 위험을 외주화하고, 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에게 스스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민주노총과 심도 있는 논의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의해 훼손된 노정관계의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윤석열 정권에 의해 훼손되고 파괴된 것들부터 원상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동조합을 비리집단으로 내몰고 기획감사로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켰던 회계공시와 타임오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안 문제로 한국옵티칼과 세종호텔 고공농성 해결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실질적 해결을 위한 논의자리를 조속히 마련하여 박정혜 고진수 노동자가 하루빨리 땅을 딛고 내려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정교섭 제도화를 통한 불평등 해소 제안

양 위원장은 "윤석열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직면한 다중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정교섭을 제안한다"며 노정교섭의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정책은 경제정책의 하위개념이 아니라 기업정책과 함께 경제를 떠받치는 한쪽 축"이라며 "정부가 노동자를 교섭상대로 인정하고 논의에 나서야 기업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도 변화할 수 있으며, 불평등 양극화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장관은 "정말 오랜만에 이 정동 사무실에 오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며 "서 있는 자리가 달라져도 노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가장 억울한 일은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죽음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막아야 한다"며 "두 번째 억울한 일은 열심히 일하고 돈 못 받는 것이다. 돈 떼이는 일 없도록 나라가 나서겠다. 마지막 억울한 일은 비슷한 일하고 차별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9월 범정부 차원의 산업안전 종합대책 발표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경제성장률, GDP 등으로 나라의 격을 따지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 노조 조직률, 산재 사망률이 나라의 격이 되는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또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었으면 중대재해 예방 5개년 계획이 필요할 때"라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현장에 있는 여러 경험 많은 여러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필요하면 타운홀 미팅 등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서 정책 수립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관협력 산업안전 시스템 구축 제안

김 장관은 "한 가지만 부탁 아닌 부탁을 드리겠다"며 민관협력 안전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노동부만으로 중대재해 근절은 쉽지 않다. 온 나라가 나서야 된다"며 "양대 노총에 있는 산업안전 전문가들과 가칭 경기도형 도민 안전지킴이를 전국으로 확산해서 현장에서 정말 현장을 잘 아는 분들과 같이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는 민관 협동할 수 있는 불시 점검 산업안전보건 체계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간담회에서 '이재명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제안'이라는 포괄적인 정책요구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민주노총 국정과제 핵심 요구 민주노총은 이번 간담회에서 '이재명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제안'이라는 포괄적인 정책요구안을 제시했다.
ⓒ 민주노총
산별노조별 구체적 요구사항

민주노총 산하 각 산별노조들도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 노정교섭 제도화를 통한 생명-안전-일상의 국가책임 확대를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과 직무성과급제 지침 폐기,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차별철폐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7월 22일 보건복지부와 체결한 합의에 기반해 9.2 노정합의 이행체제 복원과 보건의료산업부터 주4일제 도입을 요구했다. 또한 산별교섭 제도화 및 사회적 대화 확대, 보건의료 위원회 노조 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지속가능한 산업·일자리 정책 실현을 위한 노동 참여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제도·정책 개선과 함께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한 작업중지권 개선,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을 요구했다.

▲ 건설산업연맹은 건설산업 내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공공발주 건설공사부터 선도적인 안전조치 시행, 고용노동부 건설산업 안전점검 시스템 구축,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민주노총과 고용노동부는 향후 추가 간담회를 통해 산업안전, 노조법 개정, 고용·노동 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9월 발표 예정인 범정부 산업안전 종합대책 수립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

이번 간담회는 새 정부와 민주노총 간의 소통 채널을 열고,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기 경색됐던 노정관계를 정상화하고,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사회 전반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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