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부상 공백, 꼭 선발투수로 메워야 하나? 161km 파이어볼러 '준영' 오브라이언을 주목하라 [스춘 이슈분석②]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의 어깨 수술 소식은 분명 한국야구 대표팀에 비보다. 과거 논란은 있지만 현재 국내 최고 에이스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KBO와 야구계에선 안우진을 내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어깨 부상에 따른 이탈로 대표팀은 강력한 1선발 후보를 잃었다.
그렇다고 좌절하고만 있을 순 없다. 안우진과 같은 구위와 능력치를 갖춘 다른 국내 선발투수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안우진의 공백을 반드시 같은 선발투수로 메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다른 해결책이 보인다.
어차피 WBC에서 선발투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어서 선발투수의 긴 이닝 투구가 큰 의미가 없다"며 "중간에서 잘 던지는 선수들을 뽑아서 활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투수가 같은 타순을 세 번 상대하지 않게 하는 게 요즘 야구 트렌드 아닌가. 선발투수의 승리가 갖는 중요성도 하락하는 흐름이다. 이번 WBC도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선발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은 평균 3.1이닝 수준이었다. 구원투수는 경기당 평균 4.6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단기전으로 펼쳐지는 국제대회에선 투수와 타자가 서로 처음 만날 가능성이 크다. 상대 타자가 같은 투수와 여러 번 상대할 기회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선발투수가 길게 버티는 것보다 다양한 불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우완 라일리 오브라이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WBC는 국적과 관계없이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해당 국가 혈통이면 대표 선수로 출전할 수 있다. 2023년 WBC에서 현 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이 한국 대표팀으로 뛰며 길을 열였다. 이번 대회에선 투수 가운데 데인 더닝, 미치 화이트, 라일리 오브라이언이 후보로 거론된다.

오브라이언은 193cm 장신의 우완 투수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선수다. 풀네임은 라일리 '준영' 오브라이언. 한국 이름인 '준영'을 미들 네임으로 쓰고 있다. 2017년 드래프트 8라운드 229순위로 탬파베이에 지명된 뒤 신시내티, 시애틀을 거쳐 작년 세인트루이스로 왔다.
올해 오브라이언의 성적은 인상적이다. 세인트루이스 불펜에서 26경기 3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1.74를 기록 중이다. 패스트볼 평균 98.3마일(158km)로 스탯캐스트 96 백분위수에 해당하며, 최고 161km까지도 던진다. 익스텐션도 90 백분위수에 속한다. 땅볼 비율이 높고 배럴과 강한 타구 비율이 매우 낮아 피안타율도 우수하다.
특히 오브라이언의 활약에는 투구 폼 개선이 주효했다. 데뷔 초기 오버핸드였던 팔 각도를 작년부터 스리쿼터로 내리면서 구위가 크게 향상됐다. 팔이 낮아지면서 특유의 역회전 싱킹 패스트볼 무브먼트가 훨씬 좋아졌다. 올해 싱커 구종 런밸류가 7을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싱커가 좋아지면서 다른 변화구의 위력까지 함께 살아나고 있다.
오브라이언이 합류하면 한국 대표팀 불펜이 훨씬 강력해진다. 김서현, 조병현, 유영찬, 박영현, 김택연 등 각 팀 마무리투수들로 구성될 불펜에 메이저리그 검증을 마친 오브라이언까지 더해진다면 류지현 감독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국내 정상급 마무리투수들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오브라이언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다만 오브라이언은 아직 대회 출전에 대해 확답한 적이 없다. 류지현 감독이 6일 강인권 코치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는데, 여기서 한국계 선수들과 만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준영'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강속구 투수의 대표팀 합류가 성사될지, 대표팀이 안우진의 공백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채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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