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악마, 낮에는 청초한 그녀... 로코 한계 넘으려 한 감독의 뚝심

이선필 2025. 8. 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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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의 연출 데뷔작 <엑시트> (2019)는 재난 상황에 코미디를 엮은 꽤 호기로운 대중영화였다.

극장 및 영화 산업 침체로 투자가 난항인 가운데 이런 중급 예산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어떤 단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반가운 시도다.

창작자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든 전형적 가족주의를 넘어서 대중영화에서도 어떤 대안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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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이선필 기자]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관련 이미지.
ⓒ CJ ENM
이 감독의 연출 데뷔작 <엑시트>(2019)는 재난 상황에 코미디를 엮은 꽤 호기로운 대중영화였다. 데뷔까지 약 10년간 류승완 감독의 연출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과정을 거쳤던 이상근 감독은 버티는 자의 뚝심을 증명한 하나의 성공 사례였다. 데뷔작으로 942만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두 번째 장편까지 6년이 걸렸다.

어쩌면 <악마가 이사왔다>는 이상근 감독이 품고 있는 인간적인 결과 상통하는 작품일지 모른다. 상황을 유쾌하게 비트는 코미디의 틀은 유지한 채 이번엔 악마가 씐 젊은 여성, 그리고 그를 흠모한 한 청춘 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전작과 비슷하게 등장인물 면면이 하나같이 악하거나 아주 밉상이 아니다. 백수 청년 길구(안보현)의 선한 마음이 저주에 걸린 선지(임윤아)를 구원하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등장인물이 많진 않다. 같은 아파트 이웃인 선자와 길구, 그리고 선자의 친구 아라(주현영)와 선자의 아빠 장수(성동일)가 이야기 축을 떠받친다. 낮엔 청초한 선지였다가 새벽 2시만 되면 빙의된 악마가 활동하는 걸 두고 장수와 아라는 쩔쩔맨다. 이 사연에 길구가 합류하게 되면서 여러 상황들이 유쾌하게 이어지는 구조다.

악마라고 명명하지만 선자의 행동을 가만히 보면 누군가를 해친다거나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다. 중후반부가 지나면서 이런 선자를 도무지 미워할 수 없게 되는데, 배우 임윤아의 표정과 코미디 연기가 적절하게 캐릭터의 입체감을 담보하는 식이다. 설정만 놓고 보면 길구와 선자 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주일 것 같지만, 그보다는 선자에 얽힌 사연이 강조된다.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썼지만 한 존재의 정체성 찾기로 주제 의식을 맺음한다.

한국 사회 단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관련 이미지.
ⓒ CJ ENM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관련 이미지.
ⓒ CJ ENM
애초 <2시의 데이트>라는 제목으로 기획된 영화는 배우 사생활 논란으로 배우 김선호가 교체되는 일을 겪었다. 후속으로 합류한 안보현이 특유의 투박한 캐릭터를 표현하며 새로운 매력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또한 2년 전 완성했으나 여러 배급 여건과 주변 상황에 따라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

아주 묵은 창고 영화는 아닌, <악마가 이사왔다>, 그리고 최근 개봉해 흥행 중인 <좀비딸>에서 공통 분모가 보인다. 재난 혹은 오컬트라는 무거운 장르에 코미디라는 당의정을 입혔다는 것. 그리고 편부모 가족과 이들을 지탱하고 돕는 선한 이웃들의 존재를 그려 넣었다는 점 등이다.

극장 및 영화 산업 침체로 투자가 난항인 가운데 이런 중급 예산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어떤 단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반가운 시도다. 창작자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든 전형적 가족주의를 넘어서 대중영화에서도 어떤 대안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영화 자체가 담백하고 착하기에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밋밋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장르의 혼종이라 일부 설정에서 헐거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영화 속 길구처럼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자기 갈 길은 묵묵하게 걸어나가는 에너지가 이 영화에 있다.

한줄평: 우리가 품고 있지만 외면하기 쉬운 선함의 가치를 상기하다
평점: ★★★(3/5)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관련 정보
영제: PRETTY CRAZY
각본 및 감독: 이상근
출연 : 임윤아, 안보현, 성동일, 주현영
제공 및 배급: CJ ENM
제작: (주)외유내강
러닝타임: 112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8월 13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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