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김치 1450년에도 있었다”…기존보다 300년 앞당겨져
![원나라 승려 고영(顧瑛, 1310~1369)이 그린 배추 그림. 이 무렵 한반도에도 유입돼 재배됐다. [사진 대만 국립고궁박물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3/joongang/20250813004124751rqvk.jpg)
한국인의 ‘소울푸드’ 배추김치의 역사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약 300년 앞선 15세기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학술 발표가 나왔다. 고려 때 중국에서 배추가 유입된 이래 일찌감치 김치 제조법을 통해 일상 식재료로 활용됐단 의미다.
12일 세계김치연구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연구소 소속 박채린 책임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박사)은 1450년경 간행된 조리서 『산가요록』에 기록된 ‘백채(白菜) 물김치’ 조리법이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관련 기록임을 밝혀내고 관련 논문을 최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학술지 『한국문화』 110호에 게재했다.
그간 학계에선 1766년 『증보산림경제』(유중림 저술)에 기록된 ‘숭(菘, 배추)’을 이용한 침저법이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기록으로 알려져 왔다.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면 조선 전기에 한양 지역에서 배추가 재배된 정황이 있지만 김치 제조 기록은 없어 약용이나 의례용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이는 1716년 홍만선이 저술한 『산림경제』에서 ‘백채’를 ‘머휘(머위)’로 표기하면서 시작된 오해라는 게 이번 연구의 요지다.
박 박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만선이 중국 농서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백채를 머위로 풀이했고, 현대 학계에선 이를 근거로 조선 전기 조리서를 해석하다보니 배추김치 기록이 없다는 식이었다”면서 “당대의 중국 및 조선 고문헌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산가요록』 속 백채가 배추라는 점이 사료적·조리학적·식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조선 세종~세조 때 어의를 지낸 전순의가 집필한 『산가요록』의 해당 구절은 이렇다. “깨끗이 씻은 백채(白菜) 한 동이에 소금 삼 홉을 뿌려 하룻밤 재운다. (절인 백채를) 다시 씻어내고 먼저처럼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붓는다.” 박 박사에 따르면 이는 『증보산림경제』 속 침저법과 같은 조리법이다. 결과적으로 배추김치 역사가 18세기 중엽에서 15세기 중엽으로 300년 앞당겨졌다.
연구소 측은 “오랜 기간 지속된 문헌 해석의 오류를 바로잡아 민족의 대표 음식인 배추김치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했다”며 이번 연구를 높이 평가했다. 박 박사는 2013년 고추양념김치 관련한 현존 최고(最古) 기록을 찾아낸 데 이어 여성이 쓴 가장 오래된 한글조리서 『최씨음식법』을 발굴하고(2015) 조선 말기 한식 상차림 기록을 발굴하는(2019) 등 한식 조리 역사를 새롭게 써왔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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