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카페에서 얻은 힌트, 임신한 변호사의 영리한 선택
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 봅니다. 그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기자말>
[송주연 상담심리사·작가]
법무법인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변호사로 일하는 '어쏘 변호사' 5인방의 이야기를 다룬 tvN <서초동>. 지난 10일 종영한 이 드라마는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이 각자 맡은 사건을 통해 성장해가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소위 '전문직'으로 '꿈'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인물들이 '직업'을 넘어선 '진짜 꿈'을 찾아가는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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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쏘 변호사' 5인방의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 <서초동> 포스터 |
| ⓒ tvN |
문정은 '어쏘 변호사'의 일을 즐기는 편이다. 겉으로는 툴툴거리지만, 의뢰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겁고, 성심성의껏 의뢰인의 고충을 해결해준다. 맛집 탐방도 좋아해 동료 변호사들을 식사 때마다 서초동의 맛집으로 안내한다.
이런 문정은 어느 날 식사 도중 메스꺼움을 느끼고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정은 참 침착했다. '임신은 축복'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기대어 섣불리 기뻐하지도 않고 동시에 임신과 일을 병행하기 힘든 조건들 때문에 쉽게 낙담하지도 않는다. 남편 지석(윤균상)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자신의 마음과 변화하는 몸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식사 도중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임신 사실을 알린다. 그 후 임신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며 같은 로펌에서 일하는 주형을 찾아가는데 주형이 "축복인데 왜 울상"이냐 묻자 이렇게 답한다.
"누구 맘대로 축복 받을 일이야? 그 마음은 내가 정하는 거거든?" (6회)
나는 문정의 이런 태도가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감정을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태도는 나다운 삶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어 문정은 자신에게는 '모성애'가 없을 것 같다고 고민한다. 그러자 주형은 이렇게 조언한다.
"너는 왜 꼭 모성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너는 그냥 원래도 사람 좋아하잖아. 욕을 좀 달고 살아서 그렇지. 네 아기도 사랑하겠지 그럼.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해? 꼭 모성애여야 해?" (6회)
남편의 함께하는 모습
아마도 주형의 이 말은 '모성애'를 고민하던 문정에게 해방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 후 문정은 매우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임신 소식을 알린다. 지석이 과연 임신 소식을 기뻐할지 걱정하면서 말이다. 지석은 임신 소식에 감동을 받고, 임신이 '문정만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임을 느끼게끔 행동한다.
입덧으로 잘 먹지 못하는 문정을 위해 문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발이 붓는 문정을 위해 슬그머니 한 치수 큰 신발을 사다 놓기도 한다. 육아휴직에 대한 고민도 문정보다 먼저 하고, 문정의 스케줄에 맞춰 육아휴직을 쓸 준비를 한다.
임신 과정 전체에 그리고 육아에 함께 하려는 이런 남편의 모습은 문정이 임신을 받아들이고, 일과 육아를 조화시킬 방법을 찾는데 크게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지석의 지지 속에 문정은 '임산부 스티커'를 신청해 달고 다니며 자신이 '임산부'임을 자연스럽고도 당당하게 밝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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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의 남편 지석은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함께하며 문정이 혼자겪는 일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
| ⓒ tvN |
하지만 결국 문정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로펌 대표 경민(박형수)이 작은 로펌의 특성상,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육아휴직을 주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경민은 문정이 그만둔다고 말하기도 전에 채용공고부터 준비해두기도 한다. 이에 문정은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대기업 사내 변호사로 이직할 준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송하는 일이 재밌고 적성에 맞음을 깨닫고는 과감히 박찬다. 동시에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주지 않는다면 역시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이런 문정에게 '자신을 지키는 길'을 열어준 것은 '선배 엄마'들이었다. 문정은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방법을 찾아낸다. 맘 카페에서 '대체인력'을 직접 구하고 육아휴직을 쓰는 엄마들의 글을 발견한 것이다. 실제로 대체인력으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변호사 엄마들이 있음을 알게 된 문정은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이력서를 받아 들고 당당히 대표에게 가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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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은 엄마로서의 삶을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
| ⓒ tvN |
"왜 나가요? 육아휴직 쓰면 되지. 대체하실 분도 이미 다 구해놨어요." (경민)
지금도 고분분투하며 자신을 지켜가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며 낸 길은 분명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길을 열어주고, 사회에 작은 변화들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문정이 해냈듯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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