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의 시대, '악마가 이사왔다' 길구의 선함 통할까?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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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 ⓒ CJ ENM |
엑시트 윤아와 재회
전작의 히로인 임윤아와 다시 뭉쳐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앞선 한국 여름 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과 <좀비딸>처럼 원작 기반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감정이자 약점이다. 이상근 감독이 2014년 죽기 살기로 매달려 한 달 만에 쓴 초고 < 2시의 데이트 >를 수정한 오리지널 스토리다. 초심으로 돌아가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시나리오를 다듬고 발전해 한을 풀어준 셈이다. 어째 영화 속 밤선지의 스토리와 맞아떨어지는 맥락이다.
<엑시트>는 도심 속 재난 탈출물로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속담을 은유하는 청년백수 탈출기이기도 했다. 당장 인정받지 못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 언젠가는 성과를 발휘한다는 값진 꿈을 떠올리게 했다. 거기에 도심 속 긴박한 탈출 과정이 일상과 부딪히며 엇박자 코미디로 승화한 시도가 신선 그 자체였다.
이상근 감독이 이룬 꾸준함의 성취는 대중성이란 틀 안에서 다채롭게 변주된다. 포스터나 캐스팅만 보고 선뜻 장르를 예상했다면 빗나가기 십상이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를 양념으로 한 가족영화다. 어쩌면 어떤 영화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복합장르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흘러간다. 이게 진입장벽일 수 있으나 두 배우의 맛깔스러운 캐릭터 빙의로 모든 게 상쇄된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1인 3역이라 할 만한 임윤아의 낮과 밤이 다른 연기다. 낮에는 조용하고 청초한 모습이지만 밤만 되면 악마로 변하는 탓이다. 앞서 <공조>와 <엑시트>에서 보인 코믹 연기를 넘어선다.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까지 달라진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보여준다. 현역 아이돌이기도 한 이 배우가 대체 어디까지 망가질지 관전하는 재미가 크다.
안보현 또한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준 남성적이고 강한 인상을 지우고 소심한 대형견 분위기를 선보여 변신에 성공했다. 하릴없이 동네를 배회하다 새벽에 인형 뽑기 하는 게 유일한 특기인 청년 백수 길구를 소화한다. 두 사람의 케미는 시너지로 발전해 구심점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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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
| ⓒ CJ ENM |
사실 선지의 몸에는 한을 풀지 못 해 구천을 헤매는 저주의 원흉(원혼)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가족은 비밀을 본인에게도 내내 숨긴 채 보호해 왔다. 이사를 자주 다니고 교대로 보살피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때 마침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 후 백수로 살아가던 길구(안보현)가 아랫집으로 이사 온 선지(임윤아)에게 반하면서 관계가 형성된다.
이웃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선지의 아빠 장수(성동일)와 사촌 아라(주현영)의 진두지휘 아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길구는 매일 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은 사고뭉치 선지를 찰떡 마크할 적임자로 낙점된다. 그렇게 둘은 낮에는 빵집에서 밤에는 거리에서 둘만의 추억을 쌓아가지만 길구가 다른 선택을 하며 엇갈린다.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퇴마, 무속신앙으로 비틀어 간다. 그 기저에는 바보같이 착한 남자가 버티고 있고 결국은 판타지로 순화된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악마마저도 소멸이 아닌 따스하게 보듬어주면서 하나씩 엉킨 매듭을 풀어낸다. 처음에는 냉랭하고 악랄했던 악마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길구의 진심을 깨닫고 얼음장 같은 마음을 내보인다. 사회에서 필요 없어 보이던 스킬 중 하나인 '무해함'이 오히려 무기가 되어버린 휴머니즘이다.
정반대인 사람이 우연히 길에서 만나 상대방에게 스며들며 부족함을 채워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 셈이다. 다른 이유로 세상과 단절된 상처를 알아본 이타심의 배려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단절된 사회에 내민 따뜻한 손길처럼 쌍방 구원 서사의 훈훈함이 특징이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자꾸만 먹을수록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 평양냉면 같다. 극장을 나올 때 다양한 감정이 떠오르는 영화가 <악마가 이사왔다>다. 결국 관객의 취향 차이겠지만 도파민이 지배하는 세상에 길구의 선함이 제대로 전달될지 궁금하다. 더불어 <좀비딸>로 데워 놓은 성수기 극장 분위기에 제대로 편승할 수 있을지, 무서운 기세로 밀어붙이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여파를 어느 정도 떠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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