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 때문 1천억 상당 세금추징"... 한화-DL 갈등 격화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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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 전경 |
| ⓒ 여천NCC |
그동안 자금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추진해 왔던 한화와 달리 DL그룹은 이해욱 회장까지 나서 워크아웃을 주장하며 지원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건설 공사현장의 산재 사고와 워크아웃 강행에 따른 산업 피해 여론이 거세지자, DL 쪽은 뒤늦게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DL그룹은 '묻지마 지원', '모럴해저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화그룹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주주로서 정상적이고 책임 경영에 나서야 할 DL 쪽이 오히려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 특히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로 1006억 원의 세금 추징 사실을 공개하면서, "세금 추징액의 96%인 962억원이 DL의 저가 거래로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1조원씩 이익 내던 여천NCC, 중국발 저가공세에 자금난… 한화-DL 갈등의 불씨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1위 기업이다. 1999년 4월 당시 대림산업(현 DL케미칼)과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이 각각 지분율 50%씩 합작 투자해 만들었다.
이들은 25년동안 여천NCC를 공동경영 해왔고, 업황이 좋을 때 1년에 1조 원대의 이익을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2020년대부터 중국의 막대한 시설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로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 3년 사이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화와 DL그룹간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회사가 자금난에 따른 부도 위기로 내몰리면서부터다. 여천NCC는 지난 6월 대주주에게 추가 자금 3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8일부터는 전남 여수 3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금 지원과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 DL 쪽은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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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엘(DL) 그룹 사옥 전경. |
| ⓒ 김종철 |
하지만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완강했다. 이 회장은 "내가 만든 회사지만 지금은 신뢰가 안 간다"면서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여천NCC가 만든 자구책을 믿지 않는다", "우린 여천NCC랑 원료공급계약 안 할 거다, 내가 원료공급계약 하지 말라고 했다"는 발언까지 공개됐다. 같은 자리에 있던 김종현 DL케미칼 대표도 "워크아웃 갈 것이다"면서 "계속 돈 투입하는 구조는 대림(DL)에 과도한 리스크며 감당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DL쪽의 자금 지원 거부가 알려지자, 여수산업단지를 비롯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천NCC가 부도 처리 될 경우 여수 산단 협력업체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게다가 최근 DL그룹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에 지난 11일 DL케미칼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약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DL 쪽은 "여천NCC의 대주주로서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회사의 제대로 된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화쪽을 상대로 "아무런 설명과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회사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무작정 자금 투입하는 것이야 말로 책임 경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천NCC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료 공급계약에서 한화가 자사 이익만 극대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화가 대주주로서 의무를 망각하고 여천NCC 외 다른 회사로부터 에틸렌을 구매하기 위해 접촉하는 등 회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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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여천NCC지회 조합원이 12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그룹의 여천NCC에 대한 신뢰와 지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는 최근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를 맞았다. 한화그룹은 추가 지원을 통해서라도 여천NCC의 디폴트는 막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한화솔루션이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한 바 있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가 한화·DL그룹의 자금 지원으로 부도 위기를 면했지만 유동성 리스크는 여전히 남았다며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 연합뉴스 |
세무조사 내용을 보면, 국세청은 올해 초 여천NCC에서 판매하는 에틸렌과 C4R1 등의 제품을 시장 가격보다 싸게 DL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 법인세 등 1006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추징 세액 1006억 원 가운데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이 962억(96%)원이었고, 한화와의 거래에선 44억(4%)원이었다.
특히 석유원료인 에틸렌의 경우 한화와 DL그룹 양쪽에서 공급을 받는데, 국세청은 한화의 거래 가격을 시중가격으로 인정했다. 반면 한화보다 값싸게 에틸렌을 공급받은 DL과의 거래를 부당거래로 판단해 489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한 것. 이밖에 화학원료인 이소부탄의 경우 DL쪽에만 공급되는 제품인데 여천NCC가 제조원가보다 크게 낮은 값으로 판매하다가 97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물게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DL쪽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불공정 거래 조건을 이어가야 하는데 국세청으로부터 탈세로 또 다시 세금 추징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L은) 국세청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장 가격 대비 낮은 값으로 20년 장기 원료공급 계약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스스로 언급한 '책임 경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며, 앞으로 20년 동안 회사에 빨대를 꽂아 막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DL 쪽은 그동안 여천NCC로부터 배당 받은 금액만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면서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과 내용도 없이 불분명한 유상증자 사실만 공개하고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시장원칙과 법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건에 맞춘 원료 공급계약 협상에 나서야 한다"면서 "주요 주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회사와 지역사회,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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