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거리를 점령한 쇼핑 카트, 여기 왜 있는 거니

김휘 2025. 8. 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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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쯤이야'가 만든 도시의 상처... 버려진 철제 쓰레기 문제, 해법에 지방정부도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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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 기자]

 시드니 동네 곳곳에 버려진 트롤리(쇼핑카트)들
ⓒ 김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기 위해 현관문을 나선 시각은 지난 11일 오전 7시. 간밤에 내린 비로 맑게 갠 하늘과 달리, 아파트 앞 인도는 여전히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밤새 누군가 끌고 와 버려둔 쇼핑 카트(트롤리)가 보행로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바퀴 하나는 망가진 채, 빗물이 고인 프레임 안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이것은 호주 시드니에서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아침 풍경이다. 울워스, 콜스, 알디 등 대형마트의 로고가 선명한 쇼핑 카트들은 이제 마트를 벗어나 거리의 무법자, 도시의 흉물이 된 지 오래다.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었다

주택가 골목, 공원, 버스 정류장, 심지어 콕스 크릭 같은 하천에 처박힌 쇼핑 카트들을 볼 때마다 많은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누군가 치우겠지'라며 지나친다. 하지만 버려진 카트들은 단순히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보행자,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에게는 위험한 장애물이다. 야간에는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위 지뢰가 되기도 한다. 하천에 버려진 쇼핑 카트는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며, 이를 수거하는 데는 더 큰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호주 전국소매협회(NRA)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이 버려진 카트를 수거하고 수리,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억 호주달러(약 9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되어 모든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결국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심이 우리 모두의 지갑을 얄팍하게 만드는 셈이다.

끝나지 않는 책임 공방, 그리고 시민의 행동

이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명백하게는 쇼핑 카트를 무단으로 가져와 버린 시민 개인의 양심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NSW 법률상 쇼핑 카트를 마트 부지 밖으로 가져가는 것은 최대 2200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는 불법 행위지만,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유통업체들은 '트롤리 트래커'와 같은 신고 앱을 운영하고 전문 수거팀을 고용하고 있지만, 문제 발생 후 수습에만 급급할 뿐 근본적인 예방책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다. 과거 일부 매장에서 시행했던 '코인 락(Coin Lock)' 시스템은 고객 편의를 이유로 대부분 사라졌고, 특정 구역을 벗어나면 바퀴가 잠기는 스마트 트롤리 시스템은 높은 비용 때문에 도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방 정부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공재산물 압류법(Impounding Act)'에 따라 유통업체에 수거를 명령하고, 불이행 시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행정력이 낭비되고, 기업과의 관계 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법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버려진 쇼핑카트 하나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 동네는 더 많은 무질서와 불안에 노출된다. 다행히 이 철제 무법자들을 추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온라인 또는 앱으로 신고하기 : 트롤리 트래커를 이용하면 사진과 위치를 전송해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다. 'Snap Send Solve' 앱 역시 지방 정부에 직접 문제를 신고하는 유용한 도구다.

마트에 직접 연락하기: 콜스, 울워스 등 각 마트의 수거팀에 직접 전화로 위치를 알려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쇼핑 카트는 우리의 편리한 쇼핑을 돕는 도구이지, 개인의 편의를 위해 아무 데나 버려도 되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내 집 앞, 우리 동네 거리에 버려진 트롤리는 단순한 철제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양심과 시민 의식 수준을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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