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여자친구 집에서 겪은 잊을 수 없는 맛

문수진 2025. 8. 12. 11: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남편은 지금도 그때 성게 미역국이 얼마나 짰는지 이야기 한다.

세상에서 제일 짠 성게미역국, 다시는 먹을 수 없는 그 맛을 선물한 엄마는 13년 전 우리 곁을 떠났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역보다 더 많은 성게 미역국은 처음... 그 짜디짠 국을 두 그릇이나 먹은 남편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문수진 기자]

20여 년 전 결혼할 남자를 처음 제주 본가에 데려갔을 때, 엄마는 성게 미역국을 끓였다. 제주에서도 자연산 성게는 비싸서 손님이 오거나 큰일이 있을 때만 먹는다.
 "우리 김서방, 성게국 좋아하는구나"
ⓒ portuguesegravity on Unsplash
엄마는 저녁에 뭘 해줄까 고민하다 바닷가 동네에 가서 성게를 사왔다. 동네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엄마의 필살기는 성게 미역국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그날 성게 미역국은 너무 짜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성게 미역국에 미역보다 성게가 더 많이 보이는 걸 처음 봤다. 나와 아빠는 짜서 도저히 못 먹겠다며 국 그릇을 밀어냈다.

"그렇게 짜?"

엄마가 당황하며 물었다.

"엄마가 한번 먹어봐."
"좀 짜긴 짜네."

맛을 본 엄마가 인정했다. 엄마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빠는 간 하나 딱딱 못 맞추냐며 핀잔을 줬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아까운 성게만 버리게 됐다며 궁시렁댔다. 그때 내 옆에 앉은 남자는 조용히 국을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놨다. 어쩔 줄 몰라 난감했던 엄마가 그 모습을 보더니 활짝 웃었다.

"조금 더 줄까?"

엄마의 말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네."

국그릇을 내밀었다. 오빠 국은 안 짠가? 이걸 더 먹는다고?

"우리 김서방, 성게국 좋아하구나 "

얼마 전까지 결혼에 회의적이었던 엄마였는데, 금세 호칭이 '그 아이'에서 '김 서방'으로 바뀌었다. 엄마가 다시 떠온 국 그릇에는 성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날 남자는 말없이 바닷물에서 금방 나온 것 같은 성게국을 두 그릇을 먹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예비 사위는 흔쾌히 결혼 승낙을 받았다. 엄마는 결혼 후 내가 힘들다고 징징댈 때마다 남편의 변호인을 자처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남편은 그날 먹은 성게국이 정말 짰다고 말했다. 처음 먹을 때 "헉" 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자기까지 안 먹으면 어머님이 민망할 것 같아서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두 번 갖다줄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나는 오빠 국은 안 짠 줄 알았어."

엄마의 미역보다 성게가 많은 성게 미역국은 그때를 끝으로 다시는 맛 볼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 그렇지만 가끔 미역국을 먹을 때마다 남편은 그때 일을 꺼낸다. 그렇게 짠 음식은 처음 먹어봤다고. 그러면 나는 두 그릇이나 먹어줘서 고맙다고 한다. 예비 장모가 난처 할까 봐 아무 소리 안 하고 먹은 남자나, 그 마음을 알았기에 고마워하는 엄마는 모두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지금도 그때 성게 미역국이 얼마나 짰는지 이야기 한다. 세상에서 제일 짠 성게미역국, 다시는 먹을 수 없는 그 맛을 선물한 엄마는 13년 전 우리 곁을 떠났다. 하늘에 있는 엄마도 우리가 이 얘기를 할 때마다 귀가 간지러울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