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에서 찾은 목소리, 전소미의 음악적 도전
[김건의 기자]
전소미만큼 K-pop의 복잡한 정체성을 체현하는 아티스트는 드물다. 네덜란드계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물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사이'의 존재다. 14세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24세가 된 지금까지 그는 줄곧 서구적 개성과 동아시아적 집단주의 사이, 그리고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완벽함과 개인의 불완전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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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otic&Confused' 앨범커버. |
| ⓒ THEBLACKLABEL |
타이틀곡 'CLOSER'에서 전소미가 선택한 하우스 뮤직은 흥미로운 선택이다. 1980년대 시카고와 디트로이트에서 시작된 하우스는 본래 소외된 흑인과 퀴어 커뮤니티의 음악이었다. 그 하우스가 2020년대에 이르러 어떻게 소비되고 재활용되는지를 상기해 본다. 하우스는 테크노와 함께 가장 각광받는 레트로다. 이 장르를 K-pop 솔로 아티스트가 가져오는 이유를 사유해 보는 건 흥미롭다.
이번 EP에서는 숀 킹스턴의 'Beautiful Girls'를 샘플링했는데 이 곡 자체가 벤 E. 킹의 'Stand By Me'를 재해석한 것임을 고려하면, 전소미의 작업은 미국 소울에서 자메이카 댄스홀을 거쳐 K-pop의 경로를 거친 셈이다. 오리지널과 커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서 전소미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낸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장르적 다양성 또한 줄곧 '사이'에 놓인 아티스트로서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모험이다. 포스트 펑크 장르의 'Escapade', 뉴디스코 사운드의 'EXTRA', R&B인 'DELU'는 다채로운 장르 실험이기도 하지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것, 이것이 전소미가 찾은 차별화 방식이다.
한국 음원 시장에서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위치는 불안정하다. 아이돌 그룹이 디폴트가 된 시장에서 솔로 아티스트가 살아남기 위해 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최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가시나'부터 'Tail'까지 일관되게 키치하고 과장된 미학을 밀고 나갔던 선미가 그랬고, 최근 '네모네모', '착하다는 말이 제일 싫어' 로 J-POP의 테이스트를 선점하려는 예나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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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loser' MV 스틸컷. |
| ⓒ THEBLACKLABEL |
타이틀곡 'CLOSER'의 뮤직비디오는 앨범의 핵심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전소미가 "나르시시즘을 주제로 삼았다"고 밝힌 이 작품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증오심도 따라온다는 현대 자아의 모순을 시각화한다. 뮤직비디오에서 전소미는 소위 여신처럼 후광을 내뿜기도 하고, 바닥을 힘겹게 기어 다니기도 하며, 얼굴이 변형되는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 대조는 K-pop 아이돌의 완벽한 이미지와 그 이면의 인간적 취약성을 동시에 포착한다. 여기서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하는 장면은 단순한 자기애의 표출이 아니라 내면의 다양성과 모순을 인정하는 성숙한 관점이다. '꾸미고 꾸민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덜어내는 시기'라고 말한 맥락과 일치한다.
대중적인 '예쁨'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는 그의 선택은 상업적 K-pop의 미학적 관습에 대한 의식적 거부다. 음산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기존의 밝고 화려한 아이돌 이미지와 정반대 방향이고,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번 타이틀곡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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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LOSER' 뮤직비디오 스틸. |
| ⓒ THEBLACKLABEL |
전소미의 이번 EP는 현재진행형인 질문이다. 그는 앨범명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그 혼란을 음악의 동력으로 삼는다. 한국과 서구 사이,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끼어 있고 혼란에 빠지는 상황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전환하는 것. 'CLOSER'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자아 분열의 시각화는 이러한 전환의 은유다. 완벽하게 통합된 하나의 자아가 아닌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복수의 자아들이 공존하는 상태. 이것이 전소미가 제시하는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이다. 그는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불안정하고 갈라진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진짜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K-pop의 표준에서 벗어나서 전소미는 자신만의 거친 질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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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소미 'Chaotic&Confused' |
| ⓒ THEBLACKLAB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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