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한길 늪’에서 헤매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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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합동연설회 난장판 만든 책임 묻자는데
후보들은 전씨 앞에 나란히 앉아 “징계 부당”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당 중앙윤리위는 어제(11일) 전씨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방해와 관련해 징계를 개시하기로 했다. 앞서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선동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도 “(전씨의) 장내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합동연설회를 계기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국민의힘은 대오각성하기는커녕 나흘째 전씨 문제로 무기력한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해 온 전씨는 지난 8일 열린 첫 대구 연설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전씨는 유튜브 언론이라며 기자석에 앉았다. “다른 언론사에 나눠준 비표로 들어갔다”는 게 당 선관위의 얘기다. 전씨는 탄핵 찬성 후보가 연설할 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선동했다. 연설회장은 고함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당 지도부는 오늘 부산 연설회에서 전씨의 출입을 막겠다고 했으나, 일부 출마자가 전씨를 감싸고 나섰다. 당의 엄단 방침이 무색하게 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 최고위원 후보는 어제 전씨 유튜브에 출연했다. 전씨 앞에서 면접을 보듯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네 후보는 당의 징계 방침에 대해 “기자 등록이 돼 들어온 것” “출입금지는 일종의 보복” “방청객 호응이 커서 시끄러웠다” “싸움을 건 데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며 전씨를 엄호했다. 고무된 전씨는 “네 분 모두 징계가 잘못됐다고 했다”며 “지도부의 갑질”이라고 역공했다. 그는 “언론 탄압”이라며 “KBS라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억지 주장을 했다. 당 지도부의 영이 서지 않는다. 당대표 후보들의 책임도 크다. “윤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씨 앞에서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재입당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조사도, 재판도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윤 전 대통령을 보면서도 이런 식이니 민심이 돌아올 리 없다.
학원 강사 출신인 전씨가 후보를 줄 세우는 국민의힘의 퇴행은 당원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를 반영하는 경선 룰 탓도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여론조사를 30% 반영하는 마당에 지지율 제고가 더 절실한 국민의힘이 오히려 일반 국민 의견 반영에 더 인색한 구조다. 이러니 “윤 전 대통령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전씨의 환심을 사려고 후보들이 그 앞에 앉아 쩔쩔매며 비위를 맞추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혁신 시도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독주 견제는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당권 쟁탈에 골몰해 전씨 늪에서 헤매다간 얼마 안 남은 지지자마저 계속 이탈할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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