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활동 통해 진정한 정치의 의미를 묻다
[김용찬 기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치라는 용어에서, 5년마다 대통령을 선출하고 일정 기간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를 떠올리곤 한다. 아울러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자들이 정책을 이끌고 법을 제정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던 중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 시행되면 관심을 기울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물론 2024년 12월에 갑작스럽게 선포된 비상계엄령과 이를 바로잡으려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노력이 국회와 '광장'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그 이후 계엄령을 선포했던 전 대톨령이 헌법재판소의 선고에 의해 파면되고, 법에 의해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비상한 사태를 겪으면서, 평소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조차 이제 정치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겠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인들의 활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행동을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관심을 지니고 정치인들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때로는 그들의 그릇된 활동에 대해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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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하는 아이들, 김기수, 박연옥 그림, 윌마, 2025. 리뷰 도서의 표지 이미지 |
| ⓒ 인터넷 서점 알라딘 |
어린 시절부터 나와 주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고민하고, 때로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서로 대립된 의견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적절한 방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쉽고 친절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교실에서 시작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수첩'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학교생활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전학을 온 '구하라'라는 이름의 학생이 등장하고, '구름숲초등학교'에 등교하는 첫날부터의 일정이 소설 형식으로 시작되고 있다.
도시에서의 학교와 달리 "한 학년에 한반만 있"으며, 하라가 활동하는 4학년에는 모두 9명의 친구들이 속해 있는 소규모의 학교이다. 4학년 교실에는 '이제그반'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고, 등교 첫날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과 아직은 어색하게 느끼면서 담임 선생님을 기다리는 하라의 '이상한 학교로 전학온 날'이 시작된다.
반 아이들이 떠드는 가운데 담임인 김 선생님이 등장하고, 서로 다투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에 선생님은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과 이를 어기면 '처단'한다는 경고가 포함된 '김선생님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 그로 인해 교실은 조용해졌지만,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정한 법 때문에 아이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더욱이 '김선생님법'에는 매주 전교 학생이 참여하여 전체 학생회의에 해당하는 "다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다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4학년 교실로 6학년들이 찾아오고, 4학년 학생들이 자체적인 회의를 통해 다모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이로써 '김선생님법'에서 "다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은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비상계엄령'과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내용이라고 이해된다. 그리고 4학년 아이들의 회의를 통해 '김선생님법'을 무력화하는 '우리반법'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법을 만들어 통제하는 것이 '독재'임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고학년들의 모임이었던 '다모임'에 1학년을 포함한 전체 학년들이 참여하게 되었던 과정을 보여주고, '급식 먹는 순서'라든지 '도서관에 책 구입하기' 등과 같은 의견들을 다모임을 통해 결정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정치'란 정치인들에 의해 행해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도 해당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평소 학생들이 느꼈던 의견들을 모으기 위해 '다모임 우편함'을 만들게 되는데, 우편함에서 6학년을 욕하는 익명의 쪽지가 발견되어 6학년이 '다모임 파업을 선언'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하라가 속한 4학년 학생들이 "6학년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정하고, 다른 학생들의 마음이 잘 전달되어 문제의 원인을 찾아냄과 더불어 파업이 해결되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이밖에도 산불피해 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문제나 학교 앞을 오가는 버스가 줄어드는 상황, 그리고 학교 근처에 '골재 파쇄 선별 공장'이 건설되는 일 등 학교 밖에 상황에 대해서도 다모임에서의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지자체나 지역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구성원들의 갈등이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상을 통하여 해결되기도 하고,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들도 다양한 에피소드로 펼쳐내고 있다. 자신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들이 바로 '정치'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광장과 다모임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마지막 항목에서는 "대통령 파면 선고"라는 뉴스 속보를 전하면서, 학교에서의 다모임 활동이 비상계엄령 하에서 이를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광장'에서의 활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를 배경으로 정치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소규모의 학교이기에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다모임' 활동을 그려내고 있지만, 규모가 큰 대도시의 학교에서는 그러한 활동이 쉽지 않은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다모임을 만들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서, '정치'란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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