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삶과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 삶 사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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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갑 기자]
5개월 만에 시골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주말마다 이웃이 사진을 찍어 보내준 마당과 정원을 보며 낯선 곳에서 느끼는 그리움을 달랬다. 2년 6개월 동안 손길이 닿은 정원의 꽃과 나무를 보는 즐거움이 컸다. 여름이 다가오면서부터 '잡초가 장난이 아니니 단단히 각오하라'는 말도 덧붙여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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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초로 길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
| ⓒ 장호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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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초와 달리아가 뒤섞인 정원. |
| ⓒ 정호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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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초를 정리하고 나니 모습을 드러내는 달리아. |
| ⓒ 정호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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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디마당을 정리하고자 하니 제발 그만 좀 해라고 외치는 방아깨비. |
| ⓒ 정호갑 |
만나는 사람마다 캄보디아에서 살만하였냐고 묻는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나 역시 애국자가 된 양 사람 살기 가장 좋은 곳이 대한민국이라고 엉뚱한 답을 한다. 안전하지, 필요한 것 구하기 쉽지, 인터넷 잘 터져 세상 돌아가는 것 빨리 알지, 깨끗하지, 여가 시간 즐길 곳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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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아랫집에서 밑반찬과 방금 수확한 상추와 고추, 양파, 감자를 한아름 보내줍니다. |
| ⓒ 정호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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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벗이 정성을 다해 그려 보내준 민화. 다른 민화와 달리 전통 민화에 수채화풍이 더해 한결 더 멋스럽다. |
| ⓒ 정호갑 |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낯선 땅으로 갔지만 자연의 오감을 찾아 이곳에 왔었는데 언제까지 시골집을 비워두고 호기심으로 떠돌 것인가? 땀을 흘리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삶을 두고 고민에 고민이 거듭된다.
그런데 호기심과 마땅함이 충돌하면 항상 호기심이 이긴다. 이제 마땅함이 이겨도 되는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아직 젊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 모르는 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시골살이를 선택하고서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 그것을 가꾸는 법을 배우는 재미가 나를 살아있게 한다. 낯선 곳의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나를 설레게 한다.
퇴임하고 나는 두 가지를 경험했다. 지금까지 전혀 알지도 해보지도 않은 시골살이했다. 그리고 한 번도 가르쳐 보지 않은 중학생을 가르쳤다. 내가 이것을 하고자 할 때 지인들은 '대단하다'라며 격려하는 동시에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나 역시 첫걸음은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내며 나름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적어도 다른 사람은 나와 같거나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뛰어난 사람들 곁으로 가기 위해 나는 '인일기십(人一己十 남이 하나를 할 때 나는 열을 한다)'이라는 말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살아왔다.
지나고 보니 나에게 다른 능력은 없는데 성실함은 우리 부모님이 남겨 준 것 같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결석,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36년 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맹장 수술할 때를 제외하고 아프거나, 다른 일로 인해 결근, 지각, 조퇴를 한 적이 없다.
남들처럼 능력이 없을지라도 성실함만 있어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실(誠實)이란 낱말을 나는 이렇게 풀이한다. 자기가 한 말(言)이나 품고 있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成) 결과(實)가 기다리고 있다.
'성실'이 우리 사회의 주요 덕목에서 밀려난 현실이 매우 아쉽다. 창의성이 빛을 발하고, 한 건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창의성 또한 성실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창의성은 한순간의 기발함이 아니다.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창의성은 성실의 결과물이다.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남보다 앞서갈 수 없다. 쓸데없는 욕심부리지 말고 그래도 내가 지닌 성실함에 나이에 맞는 넉넉한 인품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 아침처럼 마당에 나가 풀을 뽑는다. 내일 아침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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