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감독의 여전한 악취미, '웬즈데이' 시즌2 성공 예감
[하성태 기자]
팀 버튼 감독이 내한했다. 3년 만에 공개된 넷플릭스 <웬즈데이> 시즌2 홍보 차 '웬즈데이' 제나 오르테가, '이니드' 에마 마이어스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10일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정말 좋아하는 곳"이라며 "전시도 진행했었고, 몇 번 방문했었는데 아름답고 창의적이고 특별한 곳"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팀 버튼의 첫 내한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팀 버튼 展' 기자회견 참석 차였다. 2009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첫 선을 보인 '팀 버튼 展'은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미공개 작품들과 소장품 등을 소개하는 이색적인 전시였다. 당시 팀 버튼은 광장시장 등 서울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사진을 공개해 팬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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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버튼 감독이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시즌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어릴 적 영감들은 '어린아이로 남아있으라'라기 보다 '어린 시절 사물을 봤던 시각을 유지해라'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영원한 악동 팀 버튼다운 시각이다. 넷플릭스 역대 영어 시리즈 1위를 고수 중이고, 시즌2 공개 전 시즌3 제작을 확정한 <웬즈데이>야말로 이러한 팀 버튼의 어릴 적 영감의 총합과도 같은 작품. 또 웬즈데이 캐릭터는 팀 버튼이 어린 시절 사물을 봤던 시각을 그대로 유지한 페르소나에 가까운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실제 팀 버튼은 시즌1 공개 당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웬즈데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나와 똑같다"며 "웬즈데이는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아웃사이더다. 내 청소년기와 비슷해 더 깊이 다가오는 작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초기작인 <피위의 대모험>부터 <배트맨>, <비틀쥬스>, <가위손>부터 잘 드러나는 그의 이러한 '아웃사이더'적인 기질이 넷플릭스와 만난 <웬즈데이>는 1938년에 탄생한 신문 만화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다. 1990년대 <아담스 패밀리> 실사화 프로젝트 연출을 거절했던 팀 버튼이 뒤늦게 그리고 처음으로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웬즈데이>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꽤나 운명적이다. 게다가 지난 8일 4화까지 공개된 시즌2 또한 준수한 만듦새를 자랑한다.
팀 버튼이 펼쳐내는 절정의 연출력
또 다른 목숨이 허무하게 죽어가네 어린아이가 희생되지(...)
니 머리 속에서, 아직도, 니 머리 속에서 싸우고 있는 거라구.
탱크와 폭탄을 가지고, 폭탄과 총을 가지고,
니 머리 속에서, 니 머리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간다구(...).
당신들 머릿속에는 좀비, 좀비, 좀비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어? 좀비, 좀비, 좀비
1994년 영국 록그룹 크랜베리스가 발표한 <좀비>를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웬즈데이> 시즌2 절정부는 팀 버튼 식 대혼란이 재미를 안겨준다. 웬즈데이가 페스터 삼촌에 이어 잠입한 정신병원이 웬즈데이의 동생 퍽슬리가 되살린 좀비와 함께 난장판이 된다 <웬즈데이>에서만 볼 수 있는 직접 연출에 이름을 올린 팀 버튼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정신병원 지하에 갇혀있던 별종들이 날뛴다. 이게 다 웬즈데이와 삼촌 페스터의 잠입 수사가 빛은 참극이다. 심지어 전편의 빌런 메릴린과 타일러까지 풀려나자 혼란은 절정에 달한다. 앞서 벌어진 연쇄 살인범의 실마리를 찾은 웬즈데이는 큰부상을 입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웬즈데이의 시니컬한 대사. 시즌2 후반부는 9월에나 공개된다.
"난 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을 꿈꿨다. 그러나 내 마지막 순간에 내 귀에는 오로지 어머니의 말만 맴돌았다. 내가 더 큰 화를 부른 걸지도. 끔찍하게도."
반전과 반테러를 주창하는 고 돌로레스 오리오던의 보컬이 매력적인 <좀비> 피아노 버전을 극중 노래 형식으로 삽입한 것도 모자라 좀비의 공격과 대혼란을 1편과의 유기적 연결 속에 기막히고 유려하게 포개 놓은 팀 버튼의 악취미가 여전하다. 공개 직후 시즌2가 시즌1보다 나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설명되는 상징적인 시퀀스다. 시즌2 1화와 4화는 팀 버튼이 직접 연출했다.
시즌1은 <위키드>와 유사하게 별종 학교 입학기와 웬즈데이의 로맨스와 반전, 이니드와의 친구 맺기, 아담스 패밀리와 웬즈데이의 불편한 가족사 등이 극의 골간을 이뤘다. 팀 버튼의 악취미를 선명하게 드러내기엔 장르적 속성이 강했고 다소 설명적이었다. 하이틴 드라마의 달달함을 웬즈데이 특유의 시니컬한 캐릭터로 돌파하는 재미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아닌 긴 호흡의 드라마가 가져가야 할 속성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시즌2의 직진은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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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웬즈데이> 시즌 2 관련 이미지. |
| ⓒ 넷플릭스 |
설명은 줄고 사건과 인물은 풍성해졌다. 별종이자 태생적 아웃사이더로서 웬즈데이가 보여주는 시니컬함은 영드 <셜록> 속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닮았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더군다나 웬즈데이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어머니 모티시아 아담스(캐서린 제타존스)나 이성에 눈을 뜨는 이니드와의 갈등이 보조 서사로 장착된 것도 그런 점에서 탁월하다.
사실 <웬즈데이>의 네버모어 기숙학교가 절대적인 독창성을 자랑하는 소재는 아니다. 별종에서 오는 차별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엑스맨>을, '평범이들'과는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나 <위키드>와 교집합을 공유한다.
여기에 몇 스푼이나 더 첨가된 것이 팀 버튼식 공포영화에 대한 애정과 웬즈데의 시니컬한 캐릭터일 터. 팀 버튼의 청소년기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웬즈데이'로 빙위한 듯한 제나 오르테가의 연기 또한 더 깊어졌다.
팀 버튼 감독은 <웬즈데이>를 통해 영화가 아닌 시리즈가 지녀야 할 미덕들을 몸소 체득한 것처럼 보인다. 화려하고 지적이며 능숙해서 더 세련됐다. 팀 버튼과 제작진은 장르 법칙과 호흡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숙련공으로서 서사와 미장센, 편집 모두를 능숙하게 관장한다.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아는 자만이 펼쳐낼 수 있는 이 기괴하고 어두운 판타지이자 어른들의 동화는 분명 전 세계 시청자들을 또 한 번 사로잡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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