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집어삼킨 '식물 저승사자', 관광객도 위협
[제주의소리 김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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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 경사면 가득 자라고 있는 칡넝쿨. |
| ⓒ 제주의소리 |
다른 식물 위를 올라타 햇볕을 독차지, 고사시킬 정도로 모든 것을 뒤덮는 칡넝쿨이 이상기온 탓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성산일출봉 분화구와 경사면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6일, 취재기자가 오른 성산일출봉은 어디랄 것 없이 무성하게 자라난 칡넝쿨로 뒤덮여 있었다. 특히 탐방로에 튀어나온 칡넝쿨은 경관을 일부 가리기도 했다.
불청객 '칡넝쿨'은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곳까지 오르려는 듯 성산일출봉 정상에도 자라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성산일출봉의 너른 분화구에도 칡넝쿨이 뻗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빠른 속도로 무섭게 자라나 근처의 모든 것들을 뒤덮어버리는 등 산림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사람에게도 피해를 유발하면서 골칫덩이로 떠오른 칡넝쿨.
여름철 극단적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 즉 '기후위기'의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칡넝쿨 확산 문제는 최근 들어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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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분화구를 내려다 본 모습. 정상부까지 칡넝쿨이 뻗어있다. |
| ⓒ 제주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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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방로 옆으로 튀어나온 칡넝쿨. |
| ⓒ 제주의소리 |
2022년 255ha, 2023년 372ha 등 제주도가 해마다 수억원을 들여 자르고 뜯어내고 있지만, 사람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뿌리를 완전히 캐내거나 약물을 주입하지 않으면 끝없이 자라나는 것이다.
무성하게 자란 넝쿨을 뒤집고 땅을 일일이 파헤쳐가며 뿌리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과거부터 이용해 온 제초제 '반베리(반벨)'를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전통적 제초제가 빗물을 타고 퍼져나가면서 다른 식물을 죽이고 또 지하수로까지 침투한다는 점이다. 과거 청와대에서는 일본 총리 방한을 앞둬 같은 약품을 살포했다가 본관 앞 소나무 등 조경수 수십 그루로 퍼져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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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하논분화구 역시 칡넝쿨로 둘러싸여 위협받고 있다. 붉은 색으로 칠한 영역이 칡넝쿨이 자라는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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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시 안덕면 도롯가 표지판이 칡넝쿨에 가려져있다. |
| ⓒ 제주의소리 |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물리적, 화학적 혼합 방제가 이뤄진 범위는 414ha다. 뿌리를 찾아가며 직접 주사를 하지 않고 이파리에 살포하기만 해도 제거할 수 있는 칡넝쿨 타깃 약품을 사용, 효과를 보고 있다.
해당 약제는 비가 와도 씻기지 않는 강한 흡착력 덕분에 주변 식물에도 큰 영향이 없어 칡넝굴 제거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꿀벌에 영향을 미치거나 수중 잔류하지도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생태복원 성과를 인정, 전국 산림 생태복원 기술대전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제를 투입하기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산림녹지부서에 반영된 칡넝쿨 제거 예산은 약 6억원이다. 적어도 몇 차례 반복 작업을 해야 제거 효과가 있는데, 이 예산으로는 겨우 한 번 정도 가능할 뿐이다.
그나마 제주도가 올해부터 수목에 영향이 없는 칡넝쿨 제거용 약제를 사용하면서 형편이 나아졌다. 자르고 뜯는 방식의 물리적 방제 작업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또 일부 마을에서는 제주도와 함께 추진단을 꾸려 칡넝쿨 제거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올해 4개 마을이 사업을 신청, 2개 마을이 작업을 마친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하루 30cm 이상 자랄 정도로 무섭게 확산하고 있어 올해 총력 제거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한계가 따른다"며 "각 부서에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한참 부족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칡넝쿨이 수목을 덮으면 광합성을 못해 고사하게 된다. 이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는 문제"라며 "물리적 방제로는 효과가 미미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화학적 방제를 병행해 제거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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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시내 도롯가 위 전선을 따라 뻗은 칡넝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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