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100%', 트럼프가 간과한 다섯 가지 문제점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이봉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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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레히밸리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 ⓒ AP 연합뉴스 |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 부과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님께 반도체 특별과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내란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도 여러 번 반도체 특별과외를 했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지금도 반도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현장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님의 100% 관세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미국이 입게 될 피해는 없을지 등을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귀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1. 낮은 반도체 자급률이 초래할 현실
대통령님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지만, 현재 미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0~15%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10나노 이하 공정의 첨단 반도체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100%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미국에서 당장 필요한 대부분의 반도체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반도체는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인공지능(AI)센터 등 미국의 핵심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올라도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100% 관세가 부과되면 반도체 가격이 두 배로 뛰게 되고, 이는 곧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 모든 최종 소비재 가격의 연쇄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안 그래도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국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 커질 것이며, 이는 결국 소비 위축과 미국 경제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을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2. 타 산업 생산 기지의 미국 이탈 가능성
관세 정책으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다 오히려 다른 산업의 생산 기지를 미국 밖으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반도체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비싼 반도체를 써서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저렴하게 반도체를 구할 수 있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후 관세를 내고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미국 내 자동차 기업들이 캐나다나 멕시코에서의 생산을 더 늘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애플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00% 관세 부과를 발표했으니, 애플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애플의 휴대폰은 배터리와 케이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반도체입니다. 로봇을 사용하는 무인 자동화 공장이 현실화되어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생산 기지를 만들고 싶더라도,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기면 그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제조 시설 몇 개를 가져오려다 다른 주요 산업의 생산 시설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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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의 웨이퍼 팹 |
| ⓒ 글로벌 파운드리 |
팹을 짓기만 한다고 거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미국에 반도체 팹이 많지 않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건설과 운영 과정의 경제성 문제입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도 지적했듯이, 미국에 팹을 건설할 때 대만보다 건설 비용이 20~50% 더 들고, 높은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더하면 운영 비용 또한 크게 증가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 본사를 둔 마이크론마저도 대부분의 반도체를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해외 기업들이 관세 위협 때문에 미국에 팹을 짓겠다고 발표하더라도, 차기 정권까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고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4. 복잡하고 정교한 반도체 공급망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팹 하나 짓는다고 다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생산 과정은 크게 설계(팹리스), 생산(웨이퍼 팹),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 세 단계로 나뉩니다. 미국이 강점을 가진 설계 분야를 제외하면 생산은 대만과 한국에, 후공정은 대만이나 동남아 국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장비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이, 포토레지스트 같은 핵심 소재는 일본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반도체 공급망은 어느 한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 내 팹을 늘린다 해도, 다른 단계의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100% 관세는 이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어 결국 미국 기업에도 큰 혼란과 비용 증가를 초래할 것입니다. 반도체와 관련된 공급망 모두를 미국으로 끌어올리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언하건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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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발언하며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 ⓒ AP 연합뉴스 |
이러한 품목별 관세 불균형은 미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하고 전체 산업 생태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산업(AI, IT, 자동차…)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겪는 반면, 의존도가 낮은 산업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까지 다 고려하고 대비하고 100% 관세를 결정한 건 아니죠?
관세 정책의 현실적인 부작용과 미래
대통령님의 의도가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데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는 의도와 달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반도체를 흔히 '산업의 쌀'이라고 합니다. 이 가격이 오르면 모든 관련 제품의 가격이 폭등하게 되어 미국 국민의 가계 부담이 커지고, 결국 경제 전체가 침체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잡하게 얽힌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을 무시한 관세 정책은 미국 기업들의 생산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대혼란만 초래하게 될 겁니다. 반도체 공장 몇 개를 유치하려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다른 산업들의 생산 기지를 미국 밖으로 내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반도체 관세 100%는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미국 경제와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 전에 관세 정책의 효과를 꼼꼼히 재검토하고 다른 방안을 모색하길 기대합니다. 더불어 이 건에 대해 추가 과외가 필요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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