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세베로 교수 "미래 교통, 보행자에게 가치 돌려줘야"[新교통난민 보고서]18
UC버클리 도시계획학과 교수 인터뷰
수십 년 '대중교통지향개발' 연구
"최고 수준 보행인프라 대중교통 조화"
자율주행 등 기술로 TOD 보완 가능
철도지하화·기동카 정책에 긍정 평가
편집자주
교통 접근성 세계 16위 도시 서울의 다른 얼굴은 교통이라는 편의에 닿는 격차 역시 큰 도시라는 점이다. 교통망의 비약적 확충은 지역 균형이라는 목표를 추구했지만 한쪽에선 과밀화, 다른 한쪽에선 사각지대를 낳았다. 75년 대중교통의 역사를 가로질러 이제는 인공지능(AI) 교통 시스템이 구축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교통 빈곤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통 격차는 삶의 질 불균형을 낳는다. 아시아경제가 그 실상을 짚어보고 해법도 모색했다.
"'자동차 이전의 도시', 즉 보행자 친화적인 환경을 지향해야 합니다."
로버트 세베로 UC버클리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래의 교통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세베로 교수는 대중교통지향개발(Transit Oriented Development·TOD)을 수십 년간 연구해왔다. TOD의 핵심은 자동차 중심의 개발이 아닌 대중교통 중심의 개발을 통해 도시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통 혼잡을 줄일 수 있고 공공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세베로 교수는 TOD를 보행자 중심 개발(Pedestrian Oriented Development·POD)로 재정의했다. 수십 년간 자동차가 차지했던 주차공간, 차도 등 넓은 공간을 보행자가 누릴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다. 그는 "TOD는 여러 면에서 자가용의 맹공격 이전, 도시 철도가 건설될 때 주거 지역이 자연스럽게 발전했던 방식인 자동차 이전의 도시를 나타낸다"며 "상가, 적당한 밀도의 건물, 최고 수준의 보행자 인프라와 고도로 상호 연결된 대중교통 서비스가 조화를 이루는 훌륭한 보행 환경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5~10분 정도만 걸으면 지하철, 버스처럼 다양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기차역 등 중심지에는 보행자들의 방문을 촉진하는 여러 복합시설이 개발되는 형태다.


미래 교통기술은 '보완재'
TOD는 빠르게 발달한 교통기술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 자율주행차 등 새롭게 등장한 이동수단들이 TOD 측면에서 미래 교통체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세베로 교수의 평가다. 그는 "이것들은 TOD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가 될 수 있다"며 "PM은 1~2㎞ 이상 떨어진 역에 접근하려고 할 때 철도 허브로의 연결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킥보드 도보 주행·주차 등 최근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해법으로 내놨다. 세베로 교수는 "킥보드, 포장지, 담배꽁초 등 보도에 버려지는 모든 것은 자연 및 건축 환경에 해를 끼친다"며 "공격적으로 시행되는 규제, 제재, 벌금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 서비스는 대중교통 방식으로 제공될 경우 외곽지의 교통접근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싱가포르는 풍골, 텡아 등 일부 지역에 자율주행 버스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세베로 교수는 "자차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여 대중교통 이용객을 감소시키면서 TOD에 대한 수요도 낮아질 수 있지만, 대중교통 차원에서 공유 로보택시 서비스가 장려된다면 자율주행차는 철도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세베로 교수는 도심항공교통(UAM)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UAM은 도심 하늘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교통 수단으로 '에어 택시' 등 대중교통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UAM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사업에 돌입했다. 세베로 교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드론 등이 어떻게 고품질의 도시 생활을 향상시키고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UAM의 소음과 비 심미적인 특성은 도시 생활의 질과 쾌적함을 높이려는 도시 설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철도지하화·기후동행카드 "바람직"
세베로 교수는 최근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 관련 정책에 대해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시는 경원선·경부선 등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상 철도 구간 71.6㎞ 중 67.6㎞를 지하화하고, 해당 부지를 대규모 녹지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세베로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서울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거 청계천 프로젝트의 철도 버전으로 들리는데,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는 재도시화, 재투자, 부동산 가치 상승의 형태로 성과를 거뒀고, 정부는 세수 증가와 신규 개발 형태로 간접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도입된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해서는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의 훌륭한 예시"라고 평가했다. 세베로 교수는 "자동차 운전자가 여러 도로로 전환할 때 요금을 내지 않듯 대중교통 이용자도 지하철, 버스, 자전거 공유로 전환할 때 요금을 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모두 계층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기후동행카드는 현명한 공공정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후동행카드 이용이 과열될 경우를 가정하고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베로 교수는 "너무 인기가 많아지면 버스·지하철이 혼잡해지거나 공유 자전거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자동차 소유주가 대중교통을 포기하고 더 자주 운전하게 할 수도 있다"며 "가격 수준을 모니터링하며 재조정하고, 요일이나 시간대별로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만성 적자'와 '교통 접근성' 사이에서 난항을 겪는 경전철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경기 등 지역에 개통된 경전철들은 수요 예측 실패로 연일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규 경전철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 지역도 많다. 세베로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은 경전철 접근이 권리인지, 특권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권리라는 측면이 우세할수록 경전철 서비스 비용에 더 지원할 필요가 있고, 특권이라고 생각되는 정도라면 승객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저소득층·교통 의존 인구에 대해 교통비 공제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세베로 교수는 "서울은 세계적인 수준의 보행자 인프라를 갖춘 도시이며 세계적인 대중교통 대도시"라며 "여러 나라에 TOD의 좋은 예시가 있지만 다양한 토지 이용, 녹색 인프라, 훌륭한 공공 공간 등 TOD의 원칙을 환경 특성에 맞게 조정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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