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바로 그 한 사람 [김선걸 칼럼]

김선걸 매경이코노미 기자(sungirl@mk.co.kr) 2025. 8.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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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가장 큰 리스크는 뭘까?

투자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바로 ‘머스크의 탈(脫)테슬라’다.

실제 주변에도 ‘머스크가 너무 열심히 일해 과로사할까 걱정’이라는 주주가 많다.

테슬라는 중국과의 경쟁, 배터리 역량, 자율주행 등 여러 변수가 있다. 그런데 CEO 일론 머스크의 ‘존재’가 최고의 관심사란 뜻이다.

최근 테슬라 이사회의 결정은 이를 방증한다. 머스크가 “내 영향력이 너무 작다”며 테슬라를 떠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부랴부랴 달래기에 나섰다. 이사회는 머스크가 앞으로 2년간 경영에 몸담는 조건으로 9600만주(약 40조원)의 주식을 지급하는 초대형 보상안을 내놨다. 테슬라의 모든 의사결정은 머스크가 한다. 달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사람,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첨단 정보화 시대의 구조적 특징이다.

영상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시공간을 떠나 함께 즐기는 스포츠가 대표적이다. 스타 플레이어 한두 명이 팀의 가치를 결정한다. 축구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연봉이 원화로 3800억원, 야구(MLB)의 오타니 쇼헤이는 1400억원을 호가한다.

AI 등 정보기술이 한순간에 운명을 바꿔놓는 세상이 되자 기업도 비슷해지고 있다. 경영자에게 수천억원의 보상을 주는 건 이미 오래다. 이제는 ‘버저 비터(Buzzer Beater·경기 종료 버저 직전에 던져서 성공시키는 슛)’를 던질 수 있는 인재가 합류하는 순간, 기업가치는 몇 배로 오르는 시대가 됐다. 최근 메타(옛 페이스북)는 젊은 엔지니어에게 수천억원의 연봉을 제안하고, 거절하면 그가 속한 회사를 아예 인수해버릴 정도로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올 상반기 메타 실적 개선과 주가 급등은 이 전략의 유효성을 증명한다. 이 전략이 다른 직원과 투자자에게도 이익이란 점은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데 반대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몇 주 전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의 한 의원이 국회에서 구윤철 부총리에게 던진 말이 회자됐다.

“재벌 회장은 아침에 누군가 밥해주고 운전기사가 데려다준다. 회사에선 직원들이 일을 도와준다. 집 청소도 해준다. (중략) 누가 누구를 돌보나? 그 재벌 회장이 1년에 200억원 받아가는 게 정당한가? 200억원 받을 근거가 없다. 나라에서 세율 90% 해서 180억원 내라는 것도 근거 있어야 하나. 다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듣는 순간 1867년 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을 떠올렸다. 상품 가치는 노동자들의 노동량으로 결정되고 자본가가 잉여 가치를 가져가서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주장이다. 오래전 땅속에 묻힌 이 논리가 21세기 한국 국회에서 돌출되니 놀랐다.

이 주장은 ‘생산성 격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뭣보다 경영자 한 사람이 좋건 싫건 임직원 수천수만명의 운명까지 결정하는 현실을 간과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서 보상받거나 책임지는 건 시장 경제의 핵심이다.

특정 재벌 회장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 CEO나 총수 자리가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노는 자리’라는 인식은 황당하다. 시시각각 중대 결정을 하는 대통령을 ‘비서진과 장차관이 다 도와주니 노는 자리’라고 정의하는 것과 똑같다.

테슬라 이사진이 ‘천방지축’ 머스크를 달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공통의 이익’을 높이기 때문이다.

돈을 더 주더라도 훌륭한 선수를 데려와서 우리 구단이 우승하는 게 낫다.

왜 돈을 많이 주냐며 뒷다리 잡지 말고 ‘그 한 사람’을 키워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2호 (2025.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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