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로 변하는 시민들... 심상치않은 유럽
[박민중 기자]
유럽에서 지속되고 있는 난민과 이민 문제는 단순히 사회적 논쟁거리를 넘어 혐오 그리고 폭력적 사태로 번지고 있다. 어쩌면 이제 유럽에서 이 이슈는 건전한 토론이 아닌 엄격한 법률로만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악화일로에 있는 난민과 이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는 경제적 원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유럽의 정치 엘리트들과 일반 시민들의 간극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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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10일, 북아일랜드에서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오는 이민자들을 형상화한 보트를 모닥불로 태우고 있다. |
| ⓒ AP= 연합뉴스 |
(보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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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7월 14일, 스페인 동부 토레 파체코에서 3일간의 소요 사태 이후 주민들이 복면을 쓴 채 거리에 모여 있다. 스페인 경찰은 토레 파체코 마을을 뒤흔든 이례적인 반 이민 시위 가담자 1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68세 남성이 남동부 마을 거리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청년 세 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현지 언론에 진술한 후 3일간 밤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
| ⓒ AFP=연합뉴스 |
이 도시에서 7월 10일, 68세의 스페인 노인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노인에게 폭행을 가한 사람이 정확하게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온라인상에서 이 사건은 '이민자 범죄'라는 뉴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이후 극우 단체를 중심으로 북아프리카계 주민을 공격하라는 선동 메시지가 확산하며 폭력과 폭동이 며칠간 지속되었다. 이 폭동으로 이민자들의 집과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무차별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경찰이 이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4명을 체포했다(보도 링크).
일상이 된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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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8월 4일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열린 댄스 행사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세 자녀, 엘시 도트 스탠콤, 베베 킹, 앨리스 다실바 아기아르를 추모하기 위해 조화가 놓여 있다. |
| ⓒ 로이터=연합뉴스 |
이처럼 폭력이 일상이 되는 유럽의 난민과 이민 문제를 볼 때마다 중요하게 거론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극우단체'다. 최근 스페인에서 발생한 폭동을 보도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극우 단체들'(far-right groups)이 이민자를 향해 '사냥'(hunt)을 선동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실제 최근 발생하는 난민과 이민 관련 폭동의 전개 과정을 보면 오프라인의 특정 조직이 아닌 텔레그램과 극우 성향을 띠는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 정보가 퍼져 나가면서 폭력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극우 단체들은 난민과 이민자라는 희생양을 도구로 삼아 자신들의 영향력과 정치적 메시지를 확산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한 가지 질문은 왜 이 차별과 배제의 목소리에 많은 대중이 동원되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대답은 바로 '경제'일 것이다. 모두 다 알다시피, 유럽은 2010년부터 유로존 위기를 겪으며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05~2024년 연평균 유럽연합 회원국의 경제 성장률은 1.3%였고, 유로존 국가들은 그보다 낮은 1.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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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1> 2015-2024년 유럽연합의 나이별 실업률 추이 |
| ⓒ eurostat |
정치 엘리트들과 일반 시민들의 간극
그러나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것은 대학에 가지 않고 노동자로 살아야 하는 일반 시민들, 특히 유로존 위기 이후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 시리아로부터, 아프리카로부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로부터 계속해서 이주하고 있는 난민과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그들과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 엘리트들 사이의 간극이다.
도덕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리아 내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리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폭력으로 표현하며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일반 시민들의 행태는 옳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도덕이 아닌 생존과 불안의 관점에서 그 일반 시민들 혹은 극우 단체들의 메시지에 호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다소 다를 수 있다. 소위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등과 같은 국가들에서 방만한 국가 경영과 정책으로 촉발된 유로존 위기는 전 유럽으로 퍼진다. 그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그 결정의 책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역설적으로 가장 해고당하기 쉬운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국가적 경제 위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하루하루 생존이 위협을 당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과 이주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소위 정치 엘리트들이다. 난민과 이주민들이 유럽에 정착할 경우, 맞든 틀리든 국가적 경제 위기 때문에 생존의 위기에 내몰려 있던 기존의 유럽의 시민들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새로 유입된 난민과 이주민들이 할 일이 고위 공무원, 정치인, 법조인, 최고경영자는 아니지 않는가. 난민과 이주민들은 공장 노동자거나 식당 종업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 기존에 이 일을 하던 일반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난민과 이주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는 유럽의 난민과 이민 관련 문제를 보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일반 유럽 시민들의 삶과 유리된 유럽의 정치 엘리트들의 인식이다. 과연 이들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하고 있는 걸까. 과연 이들은 자신의 정책 선택이 수만, 수천 시민들의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을 시민들의 충직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을까, 아니면 배우지 못한 이들을 이끌고 가는 리더 혹은 더 고상한 부류의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영국의 역대 58명의 총리 가운데 옥스퍼드 대학교 출신은 31명,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은 14명이다. 이 두 학교 출신이 총 45명으로 역대 영국 총리 가운데 78%가 소위 옥스브리지(Oxbridge) 출신이다. 유럽연합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역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의 경우, 1958년 할슈타인을 시작으로 역대 13명 가운데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들의 경력을 보면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주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옥스퍼드, 파리 정치대학(Sciences Po), 런던정경대(LSE) 등과 같은 유럽 내 엘리트 대학 출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엘리트 대학 출신이라고 해서 이들이 일반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못한다거나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두고 엘리트 층과 일반 시민들의 간극은 상당했다. 전자의 경우, 런던정경대에서 유럽정치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경우 거의 9:1의 비율로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극우 정치인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했다. 그들이 왜, 어떤 맥락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그들은 어리석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런던에서 택시 운전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백인 아저씨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브렉시트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난민과 이민의 영향으로 자신의 일자리, 즉 동유럽 혹은 중동에서 이주한 분들이 우버에서 택시 운전을 많이 하면서 자신의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위 공부를 많이 하고 사회적으로 똑똑하다고 평가받으며 일반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엘리트들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여러 수치화된 자료를 제시하며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그들이 마주하는 생존과 불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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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훈 당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는 새마을호를 운행하는 도중에 자신의 장관 임명 소식을 들었다. |
| ⓒ 연합뉴스 |
정치는 일반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정말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은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선생'이 아닌 충직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들을 가르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노동자 출신으로 자신의 노동부 장관 지명 소식을 열차 운행 중에 들었던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기대된다.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관장하는 그가 과연 노동자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관점과 기업과 국가 중심의 행정을 할지 아니면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관이라는 권한을 도구로 활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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