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 속 아빠 본 딸이 뒤늦게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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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언제나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쓰인다.
어릴 적에는 보이지 않던 표정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워지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대신 관객에게 빈칸을 남기고, 그 빈칸 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 보게 한다.
기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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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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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프터썬>의 한 장면. |
| ⓒ A24 |
성인이 된 소피는 집 안 구석에 있던 캠코더를 꺼낸다. 열한 살 여름, 아버지 칼럼과 함께 튀르키예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에서 보낸 휴가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카메라 속 칼럼은 다정하고 느긋하며, 수영장 물결 위로 부서지는 햇빛처럼 온화하다.
그러나 반복 재생되는 장면 사이로, 어린 시절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표정과 움직임이 스며 있다. 바다를 오래 바라보는 시선, 홀로 앉아 있던 밤의 고요, 파도 소리에 묻힌 짧은 한숨.
샬롯 웰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애프터썬>은 감독의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영화 속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과거와 현재, 실제와 상상이 한 화면에서 겹치고, 공백은 관객의 감정으로 채워진다.
폴 메스칼은 칼럼을 웃음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인물로 그려낸다. 딸 앞에서는 장난을 치고 농담을 건네지만, 혼자가 되는 순간 그는 무너진다. 한 장면에서 칼럼은 호텔방 양탄자 위에 웅크린 채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터져나온 감정은 고독과 무력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소피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 때, 그는 미소를 지으려 애쓰지만 끝내 눈가를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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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프터썬>의 한 장면. |
| ⓒ A24 |
마지막 클럽 장면에서 성인이 된 소피와 젊은 칼럼이 포옹한다. 그러나 그 포옹 속 칼럼의 얼굴은 서서히 일그러지고, 고통이 번진다. 두 사람은 점점 멀어지고, 조명 속에서 그의 모습은 희미해진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공항 출국장, 칼럼은 마지막으로 손을 흔든 뒤 보안 검색대를 지나 사라진다. 소피는 그 자리에 서서, 닿을 수 없는 거리를 끝내 바라본다. 웰스 감독은 사랑하는 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과,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동시에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결말에 담아냈다.
<애프터썬>은 화려한 사건 대신 빛과 공기를 기록한다. 강렬한 햇빛, 수영장 위로 드리운 그림자, 캠코더 특유의 거친 입자들이 이야기보다 먼저 다가온다. 그것들은 하나의 완전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빈칸을 남기고, 그 빈칸 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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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프터썬> 포스터. |
| ⓒ A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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