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나라' 호주, 주거 재앙에 신음하는 청년들
[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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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5 호주 취업박람회’에서 채용 면접이 진행되는 모습. |
|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
하지만 박람회장을 나서는 순간 그 희망은 차갑고 단단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바로 '집' 문제다. 일자리를 구해 주급 1200달러(약 108만 원)를 벌어도 그 가운데 3분의 1 심하면 절반을 방 한 칸 월세로 내야 하는 현실이 시드니 청년들이 마주한 '주거 재앙'의 민낯이다.
3개월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시드니에 온 김민준(25)씨는 "일자리를 구한 기쁨은 잠시였다"고 토로했다. 시티의 레스토랑에서 시급 32불을 받는 좋은 조건의 일을 구했지만, 살 집을 찾는 과정에서 절망을 느꼈다고 한다.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를 보고 집을 보러 갔는데, 좁은 방 하나 보려고 20명이 줄을 서 있더군요. 방값은 천정부지예요. 시티에서 좀 가깝다 싶은 곳은 독방(개인실)이 주에 400~450불(약 36만~40만 원)을 넘어요. 세전 주급 1200불을 벌어도 집세 내고 나면 생활비와 교통비 쓰기에도 벅찹니다. 이게 무슨 '워킹'이고 '홀리데이'인지 모르겠어요."
김씨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 업체 'SQM 리서치'에 따르면, 시드니 전체 주택 임대 공실률은 1.1%로 역대 최저 수준이며 유닛(아파트/빌라) 평균 임대료는 주당 760불을 돌파했다. 특히 한인들이 선호하는 스트라스필드의 2베드룸 유닛은 주당 900불을 호가하고, 리드컴 역시 780불 선에서 거래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닭장 셰어'라 불리는 비좁은 공동주택으로 내몰린다.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본 리드컴의 한 2베드룸 유닛. 현관문을 열자 신발 수십 켤레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거실은 커튼으로 공간을 나눠 '거실 셰어'라는 이름의 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방에는 2층 침대 두 개가 놓여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작은 방에도 2명이 산다. 방 2개짜리 집에 총 7명이 사는 셈이다. 주방과 화장실은 늘 전쟁터다. 이곳의 2층 침대 한자리 가격은 주당 220불.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잠만 자는 공간에 한 달 100만 원 가까운 돈을 쓰는 것이다.
청년 이민 가족의 눈물 "아이 키울 집이 없어요"
이 문제는 비단 워홀러나 유학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주에 뿌리내리려는 청년 이민자 가족에게는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온다. 2년 전 기술 이민으로 정착해 IT 회사에 다니는 박선우(35)씨 가족은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통보를 받았다.
"지금 사는 집 렌트비가 주에 800불인데, 집주인이 1000불로 올려달랍니다. 아니면 나가라고요. 아이 초등학교 때문에 이 지역을 벗어날 수도 없는데... 지난 한 달간 집 50곳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연락 한 통 받은 곳이 없습니다. 맞벌이를 해도 수입의 50% 이상을 집세로 내야 할 판이에요. '행운의 나라'라는 말만 믿고 왔는데, 아이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호주 구호단체 '앵글리케어'가 발표한 '2025 임대료 적정성 보고서'는 이 현실을 데이터로 증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서 최저임금을 버는 1인 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임대 매물은 전체의 0.5% 미만이며,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3%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소극적인 주택 공급 정책과 집주인에게 유리한 세금 혜택(네거티브 기어링)이 수십 년간 누적된 결과, 주택은 '사는 곳'이 아닌 '투자 상품'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어제 취업박람회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던 청년들은 오늘, 집을 구하기 위해 다시 절망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높은 시급이라는 '달콤한 약' 뒤에 숨겨진 '주거 재앙'이라는 혹독한 현실. 이는 더 이상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명백한 사회 구조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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