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2천km 달려 얻은 '기분 좋은 몽골병'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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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홍그린엘스. |
| ⓒ 윤성효 |
지난 7월 마지막날 점심식사를 마칠 무렵, 여드레 만에 돌아온 김해공항에서 짐을 찾아 문을 나서기 전 누군가 한 말이다. 지난해 여름 몽골 홉수골 호수와 테를지 국립공원을 다녀왔던 환갑 전후 열명의 '전사'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번에 고비(Gobi)사막 여행을 결행하고 왔던 것이다.
이들을 '전사'라 부른 이유는 '고비'사막이 이름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몽골 '탐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바람에 묻고 바람에게 듣는 맞춤 치유'의 시간이었다.
대여섯명이 탈 수 있는 소형차량 두 대를 타고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넓은 고비사막에 있는 차강소브라가, 바양작(바얀작), 홍그린엘스, 욜링암을 둘러본 뒤 테를지를 거쳐 몽골 수도로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차량을 타고 장장 2000km를 달렸다.
하루 종일 차만 탔던 것 같다. 고비의 어느 지점까지는 포장도로였지만, 거의 대부분 비포장 길이었다. 아니,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그저 앞서 간 차량 바퀴가 만들어 놓은 흔적을 따라가거나 아니면 그 옆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정도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고비'는 몽골어로 '사막', '거친 땅', '황무지'라는 뜻이다. 그러나 모래만 있는 게 아니라 풀이 자라는 땅이 많다. 고비는 몽골 남쪽(남고비, 우문고비)에 주로 해당하고, 중국과 국경 사이에 있는 동서 1600km, 남북 800km에 달한다.
| ▲ 몽골 탐험, 장장 2천km 달리며 푹 빠진 고비사막 2025년 7월 말에 몽골 고비사막을 다녀왔습니다. 고비사막 중에서도 남쪽, 즉 ‘우문고비’로 가서 차강소브라, 바얀작, 홍그린엘스, 욜링암을 둘러보고, 테를지를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차를 타고 장장 2000km를 달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고비사막의 자연풍광, 그리고 몽골인들의 감동에 푹 빠졌습니다 ⓒ 윤성효 |
몽골 여행 필수품이 '양산'인 이유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 지평선이,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보여 넓은 땅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건물이라고는 아주 뜸하게 만들어 놓은 게르가 전부였고,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땅에 시야를 가리는 그 어떤 장애물도 없었다.
여름철이라 내리쬐는 햇빛이 따갑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늘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늘에 뭉게뭉게 뜬 구름이 만들어 놓은 그림자가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간혹 소변볼 때 가리개로도 유용한 양산을 쓰고서야 사막을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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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
| ⓒ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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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에서 만난 낙타 무리. |
| ⓒ 윤성효 |
차에서 내린 김에 주변을 잠시 둘러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 황량한 사막에 여러 모양과 색깔의 꽃들이 '우리도 이 땅의 주인공이요' 하면서 아주 예쁘게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한 땅에서 꽃을 피웠다는 사실에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어찌어찌 하다 차강소브라가에 도착했다. '몽골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린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 바다 아래 석회암 지층이 솟구쳐 오른 뒤 비바람에 침식돼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깎아지른 절벽에다 때로는 희거나 붉게 보이는 토양이 아주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또 차를 타고 달려서 바양작을 찾았다. 8000만 년 전 세계 최대 공룡화석 발굴지 투그르깅시레가 있는 곳으로, 공룡알과 뼈가 나왔다고 한다. 붉은 기암괴석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한 고고학자가 명명했다는 '불타는 절벽'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차강소브라와 바양작은 흙이 계속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바람에 의한 작용도 있겠지만 그 땅을 밟는 인간에 의한 영향 때문으로도 보였다. 우리 일행도 그랬지만, 주로 관광객들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여기저기를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서양인들이 손으로 토양을 파는 장면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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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홍그린엘스. |
| ⓒ 윤성효 |
일행은 어느 지점에서 차를 버리고 낙타를 타고 1시간 동안 이동해 '모래 산' 앞에 도달했다. 홍그린엘스가 높이 80~300m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300m의 '모래 산'을 올랐다. 열명 중 둘만 중간에 주저 앉고 말았다. 모래바람을 뚫고 정상에 올라서니 홍그린엘스의 아름다움과 거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노을이 이쁘다고 해서 해가 질 무렵 올랐으나 하늘에 구름이 끼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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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홍그린엘스. |
| ⓒ 윤성효 |
대신 그 땅의 '또 다른 주인'들을 봤다. 하늘에는 새 '욜(링)'이 날아다녔고, 야생 염소가 절벽 위에서 자기 땅을 침범해온 인간들을 내려보는 듯한 모습도 발견했다. 또 꽃과 풀 사이를 다니는 귀여운 '땅다람쥐'도 있었다.
몽골 여행은 '별 보기'라는 말이 있다. 몸이 피곤해도 자지 않고 늦은 밤에 별을 보리라 다짐을 했지만, 처음 며칠 동안은 실패했다. 구름이 끼어 흐린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맑은 밤하늘이어야 하는데 쉽게 허용이 되지 않았다.
욜링암 인근 게르를 찾은 날 밤에야 '역사적인' 별 보기를 할 수 있었다. 자정 무렵 게르 인근 언덕에 올라서였다. 가지고 간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을 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북두칠성도 뚜렷하게 보였고, 은하수도 생겨났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별들이 하늘에 있는 거야 하는 생각에, 세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많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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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차강 소브라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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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바양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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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를 다니는 동안 힘들었지만 웃을 일도 많았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힘듦을 서로 위로하듯 노래를 불렀다. 신영복(쇠귀, 1941~2016) 선생이 자주 불렀다는 '시냇물'을 비롯해, 가사가 생각나는 노래면 동요든 대중가요든 다 소환했다. 우리가 한참 동안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몽골인 운전기사는 '답가'처럼 '어머니'에 대한 가사로 아련함을 주는 가락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우리를 실어날랐던 차량도 고초를 겼었다. 세 번이나 모래 속에 빠졌고 타이어 펑크가 나기도 했다. 모래 속에 차가 빠지자 지나가던 4륜구동 차량 운전사가 밧줄을 묶어 당겼고 우리는 뒤에서 밀면서 구조를 도왔다.
한편 한 일행이 몽골공항 탑승구 앞 의자에 작은 손가방을 두고 비행기를 타는 바람에 '분실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몽골공항 홈페이지를 통해 분실신고를 했고 다음 날 가방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안도했으며, 며칠 뒤 가방은 무사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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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차강 소브라가. |
| ⓒ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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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바양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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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 욜링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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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테를지의 아침 동트기 직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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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30일 저녁에 몽골 테를지 한 유목민 게르에 모달불을 피워 놓고 시간을 보냈다. |
| ⓒ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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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30일 저녁에 몽골 테를지 한 유목민 게르에 모달불을 피워 놓고 시간을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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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고비사막에서 차량 바퀴가 모래에 빠져 모두 밀면서 구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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