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실용주의 vs 與 강성 지지층 [신율의 정치 읽기]

정청래 대표는 당대표 경선 당시부터 야당에 대한 공격적 자세를 견지해왔다. 정 대표는 ‘선거의 달인’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경선 과정에서부터 대야(對野)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는 것은, 민주당 내 강성 당원 목소리가 당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뿐 아니라, 이들이 대야 강경 투쟁을 원하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당내 강경 세력을 의식한다는 것은, 취임 이전부터 강선우 의원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지속해온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강선우는 따뜻한 엄마였고, 훌륭한 국회의원이었다. 곧 장관님, 힘내시라”고 했다. 당대표 취임 직후에는 “(강 의원에게) 많은 위로를 해주었고, 당대표로서 힘이 돼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조만간 만나고, 다시 힘내서 의정 활동을 잘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강선우 의원이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의 유일한 현역 의원 상임대표를 맡는 등 강성 당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의원 편에 선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강성 당원 지지를 확보하는 데 유효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박찬대 당시 당대표 후보가 강선우 의원의 장관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강선우 의원이 장관 후보직 사퇴를 언급하기 17분 전 자신의 SNS를 통해, 강 후보자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 의중이 박찬대 후보에게 전달되었으며, 그래서 박 후보가 강 의원의 후보직 사퇴를 공개 촉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7월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박찬대 후보는 “대통령실과 사전에 직접적인 교감은 없었다. 그런데 느낌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는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자신의 강 의원 사퇴 촉구 발언이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찬대 후보의 사퇴 촉구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여기서 주목할 만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박찬대 후보 언급을 근거로 보면, 정청래 대표는 명심과는 다소 거리를 두면서 강성 당원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명심과 강성 당원 의중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일반 국민 관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존재하는 한 명심과 강성 당원 생각에 차이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강선우 의원에 대한 입장 차이를 고려하면, 명심과 강성 당원 입장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진짜 그럴까?
여론조사 전문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8월 4일 발표한 여론조사(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20명 대상 ARS 방식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3주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도 결코 낮지 않은 지지율을 유지해온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은,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관세율 15%를 관철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상당한 수준을 유지해온 이유 중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보수 노선을 천명하고, 이를 토대로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실용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목소리 큰 강성 당원들이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현재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대통령의 중도 실용적 행보에 그다지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강선우 의원 문제다. 강 의원이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은 야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에 굴복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다르게 표현하면, 강성 지지층은 이재명 대통령 개혁 행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는 얘기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이런 분위기는 정청래 대표 취임 직후 행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 강선우 의원에게 힘이 되어주겠다고 밝힌 것은 물론, 검찰 개혁·언론 개혁·사법 개혁을 이른 시일 내에 완수하겠다며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정치적 분위기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정 대표가 당내 강성 지지층 혹은 당원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지점은 또 다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당내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노선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대통령과 여당은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노선도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때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가 둔화되고, 이는 곧 내년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정청래 대표 임기는 1년이다. 이는 정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성패에 직접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지만, 향후 정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거나, 승리하더라도 예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정청래 대표의 정치적 미래 역시 불투명해진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민주당 내 강성 당원 혹은 지지층 목소리에만 호응한다면, 당심과 여론의 괴리가 확대돼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기에 정 대표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실용 노선에 호응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정 대표가 그런 노선을 선택할 경우, 당내 강성 지지층과 당원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딜레마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실용 노선 성패와 정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할 수 있다.
이번 당대표 선출 과정은 명심이 당심과 괴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적 정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역할론적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도 어렵다. 또한, 모든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념을 초월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과연 개혁 성공을 위한 보편적 여론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될까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개혁은 계몽의 산물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현재 노선에 대해 민주당 모든 당원과 지지층은 보다 신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2호 (2025.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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