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 세징야 그는 신인가

김희준 기자 2025. 8. 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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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대구FC).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세징야는 대구의 신이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를 치른 대구FC가 FC서울과 2-2 무승부를 거뒀다. 대구는 승점 15점으로 리그 12위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 대구는 K리그1 승격 후 최대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 경기 전까지 3연패, 리그 13경기 무승(4무 9패)으로 승점을 좀처럼 쌓지 못했다. 7월 휴식기 전까지 승점 2점 차에 불과했던 수원FC는 4연승을 달리며 멀찍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을 비롯해 위기는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 시즌처럼 목에 칼이 들어오는 수준은 아니었다.


김병수 감독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과감한 전술 변화를 했다. 지난달 FC안양을 상대로 가동했다가 폐기하는 듯했던 4-4-2를 다시금 들고 나왔다. 친선경기였던 바르셀로나전 4-4-2를 꺼내든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는 우리가 버티는 것보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앞으로도 포백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포백 전환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대구 복귀 후 후방을 든든히 지키던 홍정운이 장기 부상으로 빠지면서 스리백을 지속 운영하기 어려워졌다. 3-4-3 전형을 유지하기에는 최전방을 책임질 선수나 그를 보조할 윙어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세징야(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4-4-2 전형은 세징야가 보다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집중하게끔 만드는 복안이기도 하다. 세징야는 올 시즌 중앙 미드필더, 왼쪽 윙, 3-4-3의 원톱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기본기가 훌륭한 만큼 모든 포지션에서 1인분을 했지만, 체력적으로 부침이 엿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공격진에 2명을 세워 세징야가 받는 압박을 분담하고, 세징야가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이더라도 이전보다 조직이 무너질 가능성이 적었다.


세징야에게 전술적인 보조가 들어가자 세징야는 곧바로 보답했다. 이날 대구는 서울에 거듭 리드를 내줬는데, 그때마다 세징야가 구원자로 나섰다. 0-1로 뒤지던 전반 35분에는 야잔의 패스를 정재상이 가로채자 그 공을 이어받아 하프라인에서 곧장 서울 골문으로 장거리슛을 시도했다. 공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휘어들어갔고, 강현무 골키퍼는 이를 막으려다 넘어져 세징야의 득점을 지켜봐야만 했다.


심지어 이 득점은 세징야가 경기 전부터 생각해오던 그림이었다. 세징야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매 경기 뛰면서 골키퍼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강현무 선수는 많이 나오는 골키퍼로 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상대편의 실수가 나와 내게 공이 온다면 컨트롤도 하지 않고 바로 슈팅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세징야는 1-2로 끌려가던 후반 20분에도 다시금 마법을 부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자신에게 흘러오자 오른발로 처리하기 쉽게 공을 찬 뒤 골문 쪽으로 휘어지는 크로스를 구사했다. 공은 가까운 골문 쪽에 있던 정치인에게 정확히 향했고, 정치인은 머리로 공을 돌려놔 동점을 만들었다. 이 도움으로 세징야는 K리그 통산 108골 70도움을 기록해 이동국(228골 77도움), 염기훈(77골 110도움)에 이어 세 번째로 '70-70 클럽'에 가입했다.


70-70 클럽 가입을 기념하는 세징야(대구FC). 김희준 기자

어쩌면 역전을 만들 수도 있었다. 후반 23분 황재원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정확한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한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 상황에서 이용래가 황도윤과 경합하다가 상대 발을 밟는 반칙을 한 게 발견돼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이 취소됐다. 세징야가 득점한 장면과 시간차는 있었지만 같은 시퀀스에 이뤄진 반칙이란 점에서 세징야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세징야는 두세 시즌 전부터 부상이 잦아지고 활동량이 떨어지는 등 신체적으로 최전성기를 지난 모습이 완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교하고 강력한 오른발 킥과 완숙한 경기 운영, 큰 경기에 강한 클러치 능력 등이 있어 대구의 신으로 굳건히 군림하고 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충남아산에 대구가 1-4로 뒤지고 있을 때 일신의 힘으로 3-4까지 따라잡은 건 온전히 세징야의 공이었다. 결과적으로 1차전 후반 43분과 후반 추가시간 4분 나온 세징야의 멀티골이 2차전 3-1 승리와 대구의 잔류로 이어졌다. 심지어 당시 세징야는 갈비뼈 부상이 완전히 나은 상태도 아니었다.


올 시즌에도 세징야는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기게 만드는 신묘한 능력을 발휘했다. 개막 후 첫 2경기에서 보여준 득점 생산 능력은 세징야가 전술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여전히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부상 등으로 2개월가량을 쉬었음에도 세징야는 리그 14경기 6골 4도움을 기록했다. 자책골 유도 등을 더하면 대구의 26골 중 40% 이상에 관여한 셈이다.


이번 경기는 세징야에게 최적의 역할을 부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비록 대구가 리그 14경기 무승으로 수렁에 빠졌지만 4-4-2 전형에서 수비 조직력이 잘 가다듬어지고, 선수단 전반의 체력적인 증진이 이뤄진다면 세징야가 다시 한번 대구를 위해 마법을 부릴 무대가 마련될 수도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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