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증오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근형 2025. 8. 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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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신장 '젊음의 나라'
가까운 미래 입체적으로 그려
dall-e3로 제작한 미래의 모습

대한민국 사회를 영어 문법으로 비유하자면, 비교급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남보다 더 잘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류 보편적인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잘사는 것'보다는 '남보다 더' 잘사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남보다 더라는 마음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에는 개인의 성장과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렇게 한국은 압축 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성장이 점차 둔화하면서 남보다 더는 단순히 앞을 향한 경쟁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됐다. 이제 남보다 더는 '남이 나보다 덜'이 됐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정치인 버니 샌더스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일화가 있다. 그는 한 흑인 주민에게 어떤 복지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 대답은 '더 많은 복지'가 아닌, '옆집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복지를 줄여 달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갈라치기'다. 갈라치기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조금 더 강자와 조금 더 약자를 가른다. 동남아나 중국 출신 외국인에 대한 혐오, 노인 혐오, 장애인 혐오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런 혐오는 '나는 더 나아질 수 없어도 적어도 너보다는 낫다'는 식의 위안을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이 혐오의 힘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됐고, 한국 역시 혐오가 문화적으로는 팽배하다. 다행히 정치적 혐오 전략은 아직까지는 실패해왔다. 한 전직 대통령은 반대 세력을 너무 극단적으로 혐오한 나머지, 그들을 괴물처럼 몰아가다 내란에 실패했고, 현재는 구치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젊은 정치인은 TV토론에서 더 큰 혐오를 만들어 보려다가 실패해 스스로 족쇄를 차게 됐다.

손원평 작가의 소설 '젊음의 나라'는 지금의 사회 구조가 특별한 변수 없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어떤 가까운 미래가 펼쳐질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는 줄고, 고령화로 노년층은 늘어난다. 청년들의 임금은 늘어난 노인 복지를 위해 사용된다. 인구를 채우기 위해 이민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갈등이 생기고,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일자리는 줄어든다.

손 작가가 그리는 미래 속 사회는 갈라치기가 구조화돼 있다. 청년들은 집회를 통해 노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그들이 자신의 몫을 앗아갔다고 외친다. 하지만 노인들 역시 안락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A부터 F까지 등급이 나뉜 시설에 거주하며, 낮은 등급으로 떨어질까 봐 불안에 시달리고, 실제로 떨어지면 절망한다.

주인공 유나라는 '시카모어 섬'이라는 유토피아에 들어가기 위해 등급제 노인 요양 시설 '유카시엘'에서 상담사로 일한다. 다양한 등급을 경험하면 시카모어 섬에 채용되는 데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그는 자원해서 계속 낮은 등급의 노인들과 만난다.

입사 초기의 유나라는 대부분의 청년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도 약자임에도 외국인 룸메이트가 약자성을 내세워 자신을 몰아붙이자 역차별을 느꼈고, 월급 명세서를 받아들고 노인들에 대한 분노도 가졌다. 그러나 계속해서 낮은 등급의 노인들과 만나면서, 그는 "나도 언젠가는 저들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소설의 핵심 키워드는 '이해'와 '연대'다. 유나라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는다. "미움은 더 큰 미움을 불러오니까. 그리고 말은 생각을 지배하지. 밉다고 뱉는 순간 실제 미워했던 것보다 더 미워지게 돼."

이해와 연대라는 결론은 어쩌면 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진리는 대개 너무도 가까이에 있고, 뻔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단지 실천하기 어렵고, 지키기 힘들 뿐이다.

유나라는 결국 유토피아의 본질을 깨달은 뒤에도 시카모어 섬에 도전한다.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남보다 더를 향한 갈망이 아니라, '나'라는 뿌리를 딛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젊음의 나라 |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91쪽 | 1만9800원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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