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횡포로 구속된 우리 언니와는 너무 다른 윤석열님께

이선자 2025. 8. 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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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게는 관대, 농민·노동자에게는 가혹... 제주고등법원 오창훈 부장판사의 이상한 재판

[이선자 기자]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7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특검사무실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및 외환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유성호
안녕하십니까.

체포영장 집행을 막느라 아침에 고생하시고, 건강에 별 이상없다고 교도소 측에서 밝히긴 했지만, 실랑이로 팔이 아프다고 의무실에도 들르셨다가 오늘도 시원하게 접견실에서 변호사들과 시간 보내셨겠네요.

저는 제주에서 유기농으로 채소와 귤 농사 짓는 아줌마입니다. 이렇게 편지 드리는 이유는, 여쭈어 보고 싶은 게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다 아는 12.3 계엄 얘기나 연일 여론을 떠들썩하게 하는 아내 분의 목걸이 뇌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삼부토건 주가 조작, 캄보디아 통일교 ODA 비리...이런 대형 사건이 아니고, 제주 고등법원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 이야기입니다. 작지만 당사자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사건이니 끝까지 읽어봐 주시길 당부드려요.

3월 말에 함께 농사짓던 이웃 언니가 갑자기 감옥에 가게 되었어요. 2023년 국가보안법으로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국정원으로 강제인치하려고 해서, 그걸 막으러 갔다가 경찰과의 우발적 충돌이 생기고, 현장에 있었던 여성 농민 1명과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명이 기소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 국가보안법 위반 원사건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네요. 그 때 이태원으로 집중되는 시선을 제주로 돌리고 싶으셨어요? 제주에 빨갱이가 있다, 이태원을 보지 말고, 제주를 봐라 언론 플레이하면서...

[관련기사]
[주장] 제주의 지귀연, 오창훈 판사의 납득할 수 없는 판결
https://omn.kr/2e78v
함세웅 신부가 여성 노동자·농민 위해 탄원서를 쓴 이유
https://omn.kr/2ejhj
▲ 불공정한 중형선고, 억울한 사법피해자 2025.4.21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억울하게 법정구속된 현은정-현진희 두 사람의 보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전여농 제주도여농
'한숨도 쉬지 말고 소리도 내지 말라'는 판사

아무튼, 언니는 작년에 1심에서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받았어요. 집회 현장에서는 종종 우발적으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잖아요. 이후 현장에 있었던 경찰에게 미안한 마음도 표현하고 이 정도의 처벌은 감수하겠다고 생각해서 언니는 상고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검찰 측은 뭐가 그리 괘씸했는지 농민과 노동자인 두 여성을 고등법원에 상고했어요.

그리고 3월 27일이 2심 첫 재판날이었답니다. 잘 아시겠지만, 고등법원은 3명의 판사가 합의하여 판결하게 되어 있잖아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공판중심주의', 즉 서류에 의한 심판이 아니라 공판정에서 사안의 실체를 파악하여 심판해야 하니까, 검사와 피고 측의 진술을 들은 뒤 변론을 종결하고 휴정 후 퇴정하여 세 명의 판사가 선고를 합의해야 합니다.

간단한 재판이면 즉일 선고를 할 수는 있다지만 이날 오창훈 부장판사는 절차를 다 무시하고 합의도 없이 10시 40분 재판 시작, 10시 50분 징역 선고 후 바로 법정 구속했습니다. 이렇게 임의대로 재판을 진행한 것은 엄연한 법 위반이며, 그 자체가 불법 재판 아닌가요?

법적인 거 따지기 좋아하시는 분이시니, 본인의 재판에서 합의도 안 하고 부장판사 혼자 판결을 내리려고 한다면 이건 불법이다 하고 외치셨을 것 같아요. 법원에서 합법적으로 발부된 체포영장도 거부하는 분인데, 이렇게 절차를 어기는 불법적 재판의 결과를 그냥 받아들일 리는 없잖아요.

언니는 2심 재판이 개시된다고 해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바쁜 농사일을 미뤄두고 부랴부랴 제 발로 출석했어요. 어디 일개 시민이 법원에 대들 수 있겠어요.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수밖에요.

윤석열님이 속옷만 입고 바닥에 드러눕고, 팔 잡으면 아프다고 엄살부리며 체포영장을 무력화시키는 걸 전 국민이 다 봤으니, 이제 깡패도 사기꾼도 체포 거부하며 떼쓸 것 같아요. 윤석열도 드러누웠는데, 나는 왜 못 눕냐, 법 집행은 공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면서. 지지자들이 에어컨 놔 주라고도 외치고, 계엄 때도 국가인권위에서 님의 방어권 보장해 주라고 하고, 윤석열님이 피의자 된 덕분에 여러모로 범죄자 인권이 신장될 거 같네요. 지귀연 판사가 오직 님께만 시간으로 구속기한을 계산해 주고, 이후 다시 모든 구속기한은 날짜 계산으로 바뀐 걸 보면, 핀셋형 특혜만 자꾸 만들어 가시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요.

이 문제적 사건을 담당한 제주 고등법원 오창훈 부장판사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죠. 윤석열님도 대통령이던 시절에 회의하면 혼자만 90% 말하고 다른 사람 말을 다 자르고 그랬다면서요? 오창훈 판사님도 재판 당일에 방청석을 향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이제 선고를 할 텐데, 한숨도 쉬지 말고 소리도 내지 말라고, 이걸 어기면 이 자리에서 구속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해요. 이것은 변호인과 피고에게도 해당하니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요. 판사에게 재판정의 질서유지 권한이 있지만 소란의 조짐조차 없는 방청석을 향해 이렇게 권위적이고 방청객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발언을 하는 것이 합당할까요? 명백한 직권남용이지요?

엄포를 놓으면 겁 먹고 숨 죽일 줄 알았나 본데, 저희는 오창훈 부장판사를 직권남용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도 이 사안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어요. 여의도에 가서 85명의 국회의원에게 서명도 받았고요. 100여 명의 법학교수·변호사들이 법률의견서를 써 주고, 1만여 명의 시민들이 탄원서를 써 대법원에 상고했어요.

열이면 열 모두 이상하다는 판결

이 불법적이고 비합리적인 재판에 대해 설명하면, 열이면 열 모두 이상한 판결이라고 하더라구요. 이 판결을 다룬 MBC 뉴스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데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어요. 한목소리로 비상식적인 판결을 내리는 판사에 대한 성토와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글들이었어요.

권력의 편에 서서 강자를 심판할 때는 한없이 관대하고, 가진 것 없는 노동자·농민에게는 고압적이고 위협적인 태도로 과잉 징벌을 선고하는 재판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검찰을 개인 로펌처럼 부리고, 장모님은 '돈 싫어하는 판사 봤냐'는 말을 하실 정도로 법 위에 살던 분들이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법부 만들기에는 관심이 없으실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초범인 데다 우발적 충돌에 불과한 일로 징역 1년 8개월은 너무 하잖아요?

넓은 독방을 혼자 쓰고, 낮에는 변호사들과 접견실에서 시간 때우고 계신다지요? 구속되어 들어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7월 말 기준으로 395시간 접견을 하고, 348명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관련기사: 독방 생지옥? "윤석열, 구속중 395시간·348명 접견...밤 9시 45분까지 만나"
https://omn.kr/2es0e). 1심과 너무 다른 어이없는 판결로 없앨 증거도 없고, 도주의 우려도 없는 여성 농민은 교도소에 억울하게 갇혀 삼복더위를 온전히 견뎌내고 있는데, 내란 수괴는 종일 접견실에서 에어컨 쐬고 계시니 더 화가 나네요. 두 내외분 꼭 지은 죄만큼 벌 받으시길 간절히 바라고, 죄 없는 여성 농민과 여성노동자는 조속히 석방되길 바랍니다. 벌 다 받을 때까지 건강하세요.
 제주시청 앞에서 불법재판한 오창훈 부장 판사를 규탄하고 억울한 사법피해자 석방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 제주도여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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