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엘 그레코가 사랑했던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

김병모 2025. 8. 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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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 6일째, 톨레도에 가다

[김병모 기자]

 천연 해자 타호강에 둘러쌓인 중세 고도, 톨레도
ⓒ 김병모
7월 30일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고도(古都), 톨레도로 향했다.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리무진 버스로 출발해 톨레도에 도착하려면 5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세계 코르크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나라답게 도로 주변으로 끝없는 코르크 나무가 들판을 수놓는다. 껍질이 벗겨진 나무들도 눈에 띈다.

포르투갈 국경을 벗어나 한참을 달리자 휴식을 취할 때가 되었나 현지 가이드가 마이크를 붙잡는다. 도로 근처 한 마을 카페에 들렀다. 카페에 들어서자 한글로 된 메뉴판이 눈길을 끈다. 스페인의 한적한 마을 어느 카페에 한글로 된 메뉴판. 얼마나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이곳을 다녀갔을까.

올리브 나무가 즐비한 스페인 들판을 지칠 만큼 달리더니 톨레도에 도착이란다. 스페인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중세시대 천년의 고도(古都), 톨레도는 타호강(Rio Tajo)이 천연 해자로 이루어져 적의 침입이 불가능해 보인다. 내부 반란이 없는 한 난공불락이다. 이름에서 나타나듯 참고 견디어 항복하지 않는 성(城), 톨레도는 화가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가 사랑했던 땅으로 알려져있다.

톨레도는 스페인 중부에 있는 고대도시로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70Km 정도 떨어져 있다. 1986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톨레도는 대성당, 알카사르 등 역사적인 건축물이 적지 않다.

타호강 다리를 건너 톨레도 성벽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성벽을 오르다니 이채롭다. 톨레도에는 정문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정문 옆에 태양의 문이 있다. 태양의 문을 지나 좁은 중세의 거리를 걷다 보니 산토 토메 성당이다.

그 성당 입구를 들어가면 화가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작품이 있고, 작품 밑에 백작의 묘가 안장되어 있다. 그는 균형과 조화를 중시한 르네상스 양식을 벗어난 매너리즘 시기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당연히 인정받지 못한다.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작품도 마찬가지다.

매너리즘의 대표적인 화가, 엘 그레코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산토 토메 성당 앞에 사람들이 몰려든단다. 엘 그레코는 이 작품을 통해 열렬한 믿음과 살아 있을 때 좋은 일을 하면 천당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화폭에 담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 역시 그의 그림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산토 토메 성당에서 나오자 길 옆으로 이슬람풍의 종탑이 눈에 띈다. 일행들은 좀 더 걸어 중세시대 골목길로 들어선다. 수공업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더러 보인다. 톨레도는 칼 생산으로 유명하단다. 중세 시리아 다마스쿠스 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 필자는 중세시대 사람들이 거닐었던 좁은 길을 따라 톨레도 대성당으로 향한다. 톨레도 대성당 첨탑이 푸른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있다. 웅장하다. 성당의 고딕 첨탑 옆에 돔 지붕이 생뚱맞게 붙어있고 대성당 정문인 '용서의 문'을 통과한 사람은 모든 죄가 용서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문은 국왕과 교황만이 통과할 수 있는 문이란다.

일행들이 성당 옆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자 현지 가이드는 황금 제단 쪽으로 안내한다. 예수의 탄생과 부활을 표현하고 있다. 예수의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조각 작품이다. 프랑스 장인들이 만든 대작이란다. 양쪽 벽면에 신고전주의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파이프 오르간이 마주 보는 성가대실은 더욱 고풍스럽다.

톨레도 대성당은 스페인에서 추기경을 가장 많이 배출한 성당으로도 알려진다. 톨레도의 부유한 귀족들이 예배를 본다는 카펠라(대성당 안 소 예배당)를 지나 성물 실을 기웃거린다.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몰려 있다. 엘 그레코 명작 <엘 에스폴리오(El Expolio de Cristo,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작품을 보기 위해서란다.

이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의 표정과 화가 엘 그레코의 독특한 해석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당연히 저평가되고 이단시되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이 작품이 성당 안에 버젓이 걸려 있다. 심지어 사람들이 그 작품 주변으로 몰려든다.

일행은 현지 가이드 안내에 따라 나르시스 토메(Narciso Tome,1690~1742) 작품, <엘 트란스 파란테(El Transparente)>를 바라본다. 자연채광의 빛을 성당 안으로 끌어들여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비춘다. 자연채광과 성모자 조각상과의 완벽한 조화이다. 자연채광의 빛을 받은 성모마리아의 웃는 모습은 과히 '모나리자 미소'를 능가한다. 성모상이 인자하기 그지없다. 필자는 잠시 로마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를 잊고 말았다.

예수님 몸을 눈으로 형상화한 황금의 '성체현시대(Custodia)'가 눈에 띈다. 톨레도 대성당이 보유한 가장 중요한 보물 중 하나이다. 여기에 사용한 화려한 보석들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보석들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과연 스페인 수석 대성당다운 성체현시대이다.

일행들은 돌아서기 아쉬워 톨레도 미니 열차, 소코트렌(Zocotren)에 오른다. 소코도베르 광장에서 출발하여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타호강을 따라 톨레도 성곽 주변을 돌아본다. 일행은 톨레도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 음악처럼 흐르는 강물 넘어 중세 숨결이 잠들어 있는 고도(古都), 톨레도를 한없이 바라본다. 기념사진도 놓치지 않는다. 아쉽지만, 엘 그레코 화가가 좋아했던 중세 골목길을 걸어 나오면서 톨레도 사람들의 호흡과 감성을 잠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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