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유흥도 없이 자고 걷고 반복... 새로운 종교 출현? [은퇴하고 산티아고]
김상희 2025. 8. 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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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구는 반은 밝고 반은 캄캄하다.
30일 넘게 걷고 자고만을 반복한다.
걷기 행렬은 이베리아 반도 서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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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를 걷게 하는 힘
[김상희 기자]
외계인이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구는 반은 밝고 반은 캄캄하다. 동도 트기 전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 지점은 이베리아 반도 북쪽 내륙에 동서로 가로지른 800킬로 길 위에 있다. 그 길에 점점이 박혀있는 지점에서 생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외계인이 본 까미노
새벽 5시만 되면 어둠 속에서 꼬물꼬물 한둘씩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둠 속에서 말없이 부스럭거리더니 이내 가방을 둘러메고 건물을 빠져나온다. 컴컴한 하늘 아래 들길을 한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단 한 생물체도 반대로 걷는 이는 없다. 걷는 방향은 동에서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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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전등으로 길을 밝히며 걷는 새벽길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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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트기 전부터 걷는 사람들 |
| ⓒ 김상희 |
그들은 다른 지구인들과 다르게 행동한다. 차를 타지 않는다. 출퇴근도 하지 않는다. 어떤 유흥도 하지 않는다. 30일 넘게 걷고 자고만을 반복한다. 복장도 같다. 모자 쓰고 배낭 메고 지팡이 들고. 배낭엔 예외 없이 가리비가 하나씩 매달려 있다. 이 생물체들의 정체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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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례자의 복장. 모자와 배낭, 지팡이, 그리고 가리비 |
| ⓒ 김상희 |
이들은 '걷기 좀비'인가. 새로운 걷기 종교의 출현인가. 걷기 수행을 하는 카미노교 교도들인가. 걷기 행렬은 이베리아 반도 서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멈춘다. 걷기 군단이 주로 관찰되는 시기는 연중 4월에서 10월까지. 이 종교는 현재 부흥 중이다. 해가 갈수록 걷는 이들이 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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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많은 순례자들. 산토 도밍고 데 칼사다 가는 길에서. |
| ⓒ 김상희 |
이 종교의 상징은 가리비요, 주문은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직역하면 '좋은 길', 행복한 걷기를 축원하는 말)'다. 서로 만나면 주문이자 암호명 '부엔 까미노'를 말한다. 하루 내내 '부엔 까미노'만 수백 번 외치며 걷는다.
순례자의 하루
이제 걷는 이들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해 보자. 중세 때 성지 순례에서 유래한 그 길에 오른 사람은, 출발 동기가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다 순례자로 불린다. 이들 순례자들에게 종일 걷기만 하는 하루가 30회 이상 이어진다. 순례자들은 대체로 하루 20~25킬로미터를 걷는다. 순례자들은 하루하루의 미션을 어떻게 채울까.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에 출발한다. 대략 2시간쯤 걷고 아침을 먹는다. 순례길 가운데 점점이 박혀있는 마을에 있는 바(Bar)를 이용한다. 두어 시간 걷고 쉬고를 반복하면서 점심을 먹는다. 하루 중 두세 번은 바에 들르게 된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길에서 보낸 시간만 7~8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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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례자들의 숙명, 빨래. 하루 중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
| ⓒ 김상희 |
대체로 3시 전에 숙소에 도착한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한다. 빨래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마을 산책을 하거나 식료품을 구입한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밤 10시경에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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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이 있는 알베르게에서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
| ⓒ 김상희 |
무엇이 그들을 걷게 하는가
누구는 묻는다. 매일 걷기만 하면 지루하지 않냐고. 순례자들은 안다. 순례자에게 똑같은 하루는 없다는 것을. 매일매일 공기가 다르고 하늘빛도 다르고 태양도 다르다. 만나는 사람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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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풍경도, 마을도, 사람도 다 새롭다. |
| ⓒ 김상희 |
몸이 고된 건 사실이다. 땀 흘려서 괴롭고 다리도 발도 어깨도 아프다. 죽을 것 같이 지쳤다가도 바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에 되살아난다. 같이 걷는 이들과의 수다와 동류의식에 취하면 힘든 것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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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례자의 현실은 이런 것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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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례자를 걷게 하는 힘, 함께 걷는 사람들 |
| ⓒ 김상희 |
산티아고 길에서는 세상 사람 모두가 걷고 있다. 자고 나면 걷고 자고 나면 걷고...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의 유일한 할 일은 걷기뿐이다. 카미노는 그런 길이고 그런 세상이다. 카미노에 들어서면 누구나 걷게 되어 있다. 멈추지만 않으면 누구나 끝까지 걷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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