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닌 온도계에 에어컨 바람 쐬는 쿠팡... 믿는 구석은 검찰?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 <편집자말>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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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컨 송풍기 밑에 자리한 온습도계 |
| ⓒ 정성용 지부장 페이스북 |
우리 사회는 긴 토론과 합의를 거쳐 기계에 노동자의 몸이 끼면 작동이 멈추는 장치를 설치하는 것처럼 폭염에 노동자의 몸이 타들어 가면 작업을 멈추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쿠팡은 이 비상정지 버튼을 제거해버린 셈입니다.
노동자들은 쿠팡이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마저 사실상 무시했다고 주장합니다. 쿠팡 대구 2센터 노동자들은 온습도계에게만 에어컨 바람을 보내는 쿠팡을 노동부에 신고하였고,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의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나와 직접 시정조치를 했습니다. 근로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온습도계를 작업현장으로 옮겼지만, 근로감독관이 돌아가자 또다시 옮겨진 온습도계 쪽으로 에어컨을 틀었다는 겁니다.
쿠팡 압수수색한 노동부, 뒤집은 검찰
쿠팡이 법을 무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7월 검찰은 쿠팡(쿠팡 풀필먼트서비스)이 일용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현행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가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1년간 근무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맥도날드와 같은 곳에서 매주 근무시간이 바뀌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많아졌습니다. 이 경우 주 15시간 이상 일한 달만 모아 12개월이 넘으면 퇴직금 지급 대상입니다.
예컨대, 14개월 중 2개월은 주 15시간 미만이고, 나머지 12개월은 주 15시간 이상이라면 퇴직금이 지급됩니다. 1년 동안 노동자가 업무 중 사고, 육아휴직, 가족 돌봄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일을 하지 못한 경우에도 퇴직금 산정 기간에 포함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속근로기간이라고 합니다.
사용자가 유연하게 노동시간을 운영할 수는 있어도, 이를 이유로 퇴직금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다른 회사와 계약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퇴직금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계약은 일용직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한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일한다면 퇴직금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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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대책위원회, 민주노동당 비상구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강하게 규탄했다. |
| ⓒ 공공운수노조 |
쿠팡 취업규칙 제4조
"사원은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당일 근로관계가 종료되므로 관계 법령이 정하고 있는 주휴일, 연차유급휴가, 퇴직금의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회사는 사원의 근무 의욕 고취를 위하여 별도 기준에 따라 관계 법령에 준하는 금품을 지급할 수 있다."
쿠팡이 변경한 취업규칙 내용입니다. 하지만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면, 사전에 노동자들에게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쿠팡은 출근부 옆에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이를 대체했습니다. 하루 단위로 계약하는 노동자들이 출근 도중 불이익 변경에 항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검찰의 행태
이럴 때 국가가 나서줘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쿠팡을 압수수색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검찰, '쿠팡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 중요 압색영장 누락한 후 '불기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압수수색을 통해 쿠팡이 '취업규칙 변경 계획'을 세우면서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시 개별 대응한다"는 문구를 적시한 자료를 확보하여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자료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고소인들이 일용근로자이지 상용근로자가 아니라는 점, 취업규칙 변경이 적법하고 유효하다는 점을 이유로 쿠팡을 불기소했습니다. 검찰이 고용노동부가 압수수색한 증거자료를 배제한 셈입니다. 사용자가 노동자 동의를 받아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취업규칙에 명시하더라도, 이는 무효이며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퇴직금은 쿠팡이 사원들의 근무 의욕 고취를 위하여 임의적으로 주거나 뺏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하는 법적의무입니다.
검찰이 대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 해석은 물론 현장노동자의 목소리를 완전히 뒤집은 겁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검찰의 행태는 각종 의혹을 낳습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쿠팡불기소 처분 검찰 규탄 기자회견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공개한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봤습니다. 6월에 공직자 59명이 재취업했는데, 그중 10%가 쿠팡과 계열사에 취업했다고 합니다. 대통령비서실,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그리고 고용노동부와 검찰청 출신도 있습니다. 지난 8일에는 고용노동부 출신 쿠팡CLS 임원이 현직 근로감독관들에게 로비를 하고 다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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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 ⓒ 연합뉴스 |
국가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과 노동자들을 지키는 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검찰개혁의 주요한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만들어서 검찰에게 전달한 칼을 쿠팡 앞에서 휘두르지 않는 검찰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그 결과는 끔찍합니다.
쿠팡이 노동자가 아니라 온습도계에 에어컨을 틀게 한 배경에는 불법을 허용한 검찰이 있습니다. 이런 쿠팡을 바라본 다른 기업들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칼을 휘두를 겁니다.
쿠팡 노동자들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항고했습니다. 쿠팡의 기만적인 폭염대책에 맞서 쿠팡본사 앞 농성투쟁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항고(抗告)는 대항해서 말한다는 뜻입니다. 온도계가 아니라 사람의 온도를 낮춰야 하는 것처럼 검찰의 칼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을 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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