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제주항공 참사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 조명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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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는 단순한 조종 실수나 조류 충돌로만 볼 수 없는 참사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 ⓒ <뉴욕타임스> 보도 갈무리 |
"한국 공항 활주로 끝에 '참사의 벽'을 만든 수십 년간의 실수들(Decades of Blunders Put a Lethal Wall at the End of a South Korean Runway)"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활주로 말단에 설치돼 있었고, 이로 인해 사고의 치명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NYT는 사고 희생자 중 한 명의 유가족인 이준화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보도를 구성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해당 항공편에 탑승해 변을 당했으며, 이후 이씨는 정부의 사고 대응과 공항 설계·운영의 책임을 추적해 왔다. 이씨는 유족 신분으로 각종 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이를 NYT에 제공해 매체가 독자적인 진상조사에 나설 수 있었다.
NYT가 주목한 부분 : 시공사의 무책임한 설계 변경, 정부의 방관, 그리고 콘크리트 구조물
보도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당시부터 활주로 끝단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지침을 위반한 고정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었다. 해당 구조물은 시야가 좋지 않을 때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항법장비(로컬라이저)를 고정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원래는 충돌 시 쉽게 파괴되는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무안공항에는 높이 2.1m에 이르는 콘크리트 벽과 기둥이 설치돼 있었다.
처음 설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NYT가 입수한 1999년 최초 설계도에서는 쉽게 파괴되는 재질로 구조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후 2003년, 설계가 변경되면서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만들게 됐다. 전문가들은 NYT에 "콘크리트가 목재나 철골 구조물보다 저렴하다"며 비용 절감을 위한 설계 변경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무안공항 시공을 맡은 금호건설은 설계 변경의 이유를 묻는 NYT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함께 시공을 맡은 HJ중공업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관련 인사나 문서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매체는 당시 무안공항 시공에 참여한 다른 업체에도 질의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위험성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2007년 개항을 앞두고 한국공항공사는 국토교통부에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활주로에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국제 기준 위반을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이에 대한 조치를 미루고 공항 운영을 허가했다. 이후 10년이 넘도록 문제는 공식 점검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2020년에도 국토교통부는 로컬라이저의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 공항 항법 시스템은 14년마다 정비해야 했는데, 정비를 담당한 업체인 안세기술이 기존 구조 위에 또 다른 견고한 구조물, 즉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 평판을 쌓아 올렸고, 정부 또한 이를 승인한 것이다. 결국 참사 10개월 전인 2024년 2월,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더욱 충돌에 위험한 상태로 '정비'됐다. 안세기술 역시 NYT의 관련 질의에 침묵했다.
유가족 이준화씨 "콘크리트 구조물 없었다면 최소한 생존 가능성은 있었을 것"
항공사와 공항 운영에 관한 현지 법률 서류를 정리하느라 밤잠을 설치며 시간을 보내고, 다른 비행기 추락 사고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며 콘크리트 구조물의 사진을 찍고 치수를 측정하기도 했다는 이준화씨는 NYT에 "내 목표는 가족들의 '한'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매체는 '한'(恨)에 대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뜻하는 한국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씨는 NYT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더라도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그게 없었다면 최소한 생존 가능성은 있었을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NYT는 이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무안공항 폐쇄를 요구하며 정부와의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너진 콘크리트 구조물 일부를 추모비로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올해 말까지 해당 구조물을 모두 철거하고, 다른 6개 공항에서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매체는 현재 경찰이 전직 국토교통부 장관, 공항공사 관계자, 제주항공, 시공사와 설계사 안세기술 관계자 등 2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 중이며, 충돌 시 구조물의 영향력을 분석하는 구조공학적 감정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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