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후 “과실 인정”…유죄로 쓴 2심 파기한 대법원, 왜?
1심 무죄였던 피고인이 2심 법정구속 후 과실을 인정해 유죄로 바뀐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구속된 사람은 허위자백을 하고라도 자유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 신빙성을 진지하게 살펴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교통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자백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죄였다가 유죄였다가 다시 무죄 취지로 바뀐 이 사건은, 내용 자체는 간단했다. 트랙터 운전업을 하는 A씨는 2020년 서귀포의 농로를 달리다 왕복 2차선 도로로 진입하려 좌회전하던 중 도로에서 직진하던 오토바이와 충돌해 운전자를 사망하게 했다. 검찰은 좌회전 전 일시정지하지 않은 등 주의의무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먼저 2022년 9월 1심은 ▶“A씨가 ‘진입지점 앞에서 일시정지하여 좌우를 살핀 다음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진입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 ▶“일시정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한 증거가 없는 점” ▶“반사경을 통해 피해자를 발견해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도 알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변수가 생겼다. 검사가 신청해 채택된 증인이 부친과 아내의 투병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검사는 A씨에게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법정구속했다. 1심 무죄였던 A씨가 제3자의 불출석 영향으로 돌연 철창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자 A씨는 변호인을 통해 “교차로 진입의 우선권이 없다는 재판장의 지적을 듣고 자기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어 과실이 있음을 모두 인정하게 됐고 증인들에 대한 소환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2023년 5월 2심 재판부는 “A씨가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하다가 당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자백 증명력은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합리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판례를 인용하며 “A씨는 ‘교차로 진입 전 일시정지하여 좌우를 살폈지만 오토바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일관된 입장을 구속 직후 번복했다”며 신빙성을 의심했다. 또 A씨 구속 자체에 대해서도 “증인 불출석에 관여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2심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의견서 내용에도 “교차로 진입 전 일시정지하여 좌우를 살폈는지 여부와 같은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시인하는 내용은 없고, 단지 교차로 진입의 우선권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라며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은 입장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법원은 “2심으로서는 A씨 진술이 자백으로서 유력한 증거가치를 갖는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그 취지를 정확하게 밝혀보고, 목격 증인들에 대한 신문절차를 거쳐 신빙성을 진지하게 살펴보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A씨 진술을 주된 증거로 삼아 유죄로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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