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무기로 훈센·훈마넷 암살?" 논란의 첩보설, 그 허술한 민낯

박정연 2025. 8. 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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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도 아닌 프로펠러 경공격기 띄워 정밀 암살" 보도에 군사 전문가들 "비현실적" 지적… 우려의 목소리도

[박정연 기자]

 캄보디아 유력 영자신문 <크메르 타임스>는 지난 5일 태국이 한국산 GPS 유도폭탄과 경공격기를 동원해 훈센 상원의장과 훈 마넷 총리를 암살하려 한다는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 현지사회는 물론 교민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와 실권자인 훈센 상원의장. (좌로부터)
ⓒ 크메르 타임스 관련기사 캡쳐
캄보디아 영자지 <크메르 타임스>가 지난 5일 충격적인 보도를 내놨다. 태국이 한국산 GPS 유도폭탄과 경공격기를 동원해 훈센 상원의장과 훈 마넷 총리를 암살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생산된 T-6 TH 경공격기 이미지까지 게재했고, '외국 정보기관'을 출처로 밝히며 태국이 한국산 GPS 유도폭탄 200발과 AT-6 TH 경공격기 8대를 도입해 정밀 타격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군사·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곧바로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작전 시나리오 또한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T-6 경공격기로 지도자 암살? 군사 전문가들 "턱없이 부족한 무기"

보도에 따르면, 태국이 F-16 같은 고속 전투기 대신 AT-6 경공격기를 선택한 이유가 "캄보디아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이 주장을 일축했다.

한 동남아 군사 전문가는 6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지도자 암살 같은 초고위험 임무에는 드론이나 특수작전 부대가 사용된다"며 "저속 경공격기인 AT-6는 마치 경비행기처럼 날아다니는 기체로, 속도도 느리고 방어 체계도 약해 이런 임무에 투입될 무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GPS 좌표 기반 타격'이라는 설정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질적 최고권력자인 훈센 상원의장과 훈 마넷 총리의 위치 정보는 결코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며, '좌표 확보 중'이라는 설명은 기사의 극적인 효과를 위한 장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보도에서는 태국이 국경 분쟁 시 트랏 공군기지에서 경공격기를 출격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트랏은 캄보디아 국경과 가까워 오히려 방공체계에 더 취약한 위치에 있다. 실제 공습을 준비했다면 훨씬 은밀하고 장거리 운용이 가능한 전력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교민사회 "반한 감정 확산 우려"... '무기 성능 과시' 국내 보도도 문제
 캄보디아 훈센 상원의장과 훈 마넷 총리 암살에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된 미국산 AT-6 TH 울버린 경공격기의 모습
ⓒ 크메르 타임스 뉴스 캡처
이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보 출처의 불분명함에 있다. 기사는 내내 '신뢰할 만한 외국 정보기관 소식통'을 언급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의 어떤 기관인지,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내부 제보인지, 위성 감시인지, 외교 채널인지조차 불명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 보도라기보다 특정 목적을 위한 심리전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보도에 대한 우려는 캄보디아 교민사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교포 출신인 윤신웅 캄보디아 노인회장은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태국에 무기를 수출한 한국과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에 대한 반감이 퍼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1992년 LA 폭동 당시의 기억을 언급하며 감정이 격화될 경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분노가 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일부 유튜버 영상 섬네일
ⓒ 유튜브 관련 영상 이미지 캡처
더 나아가 이같은 문제는 현지 언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언론 역시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지난 7월 24일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충돌이 발생한 직후부터 일부 국내 언론과 유튜브 채널들이 '한국산 무기'의 성능과 수출 실적을 앞다퉈 강조하며, 마치 전쟁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듯 다룬 보도 행태 역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관련기사: 전쟁의 참혹함보다 '한국산 무기 성능' 자랑이 우선? https://omn.kr/2erym).

무기의 실전 사용 가능성과 외교적 파장을 짚기보다 단순 성능 과시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거나, 조회수만을 의식한 자극적인 제목과 전문가를 내세운 왜곡된 내용은 현지 국민 정서를 자극해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같은 자극적인 보도 행태는 자칫 캄보디아 내 반한(反韓) 정서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캄보디아 한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일부 유튜버들이 단순한 조회수 경쟁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자극적인 서사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6일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에서는 "캄보디아 국내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한국산 유도탄 및 AT-6TH의 경공격기의 태국 판매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태국 양국 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 합의를 환영하며, 모든 당사국들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하는 입장임을 밝힌 바 있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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