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초단체 '3개市' 재편안, 시민 여론 어떻게 변해왔나
언론사 3개체제 찬반조사, 2023년 '반대' 우세...2024년 '찬성' 우세
표본, 질문지 구성 따라 조사 결과 제각각...도의회가 묻는다면?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 7월 출범 목표로 추진하는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행정구역과 관련해, 도민사회 분열상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의 전제 조건으로 행정구역 관련 쟁점 해소를 제시한 후, 제주도가 건의한 안인 3개 시(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에 대한 찬반 의견이 다시 급속히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도의회가 주체가 돼 8월 중 도민 여론조사 및 의견수렴을 조속히 진행한 후 행정구역 논란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의장의 이러한 입장이 나온 후 6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대선기간 실시됐던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시민들은 제주시를 2개 시로 분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 결과다.
이번 행정구역 논란이 다시 부상한 것은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이 행정구역을 2개로 할 것인지, 3개로 할 것인지에 대한 제주도 차원의 정리가 이뤄져야 주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하면서 촉발됐다.
이는 국회의원들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며 2개의 법률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지난 해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을 발의하자, 바로 뒤이어 같은 당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이 제주시를 두개로 쪼개는 것에 반대하며 2개 기초자치단체(현행 제주시-서귀포시 체제) 설치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정부는 제주도 차원에서 2개 체제 또는 3개 체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주민투표가 실시하다는 원칙적으로 입장을 제시했다.
조속한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기대했던 제주도정은 난처한 상황이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투표 실시가 늦어진다면 자칫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은 그동안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주민투표 시행 후 최소 1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민투표가 완료돼야 할 마지노선을 6월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12.3 내란사태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의 상황으로 인해 '8월'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8월'도 이미 물 건너갔다. 현재로서는 빨라야 '9월'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마저도 불투명하다.
이제 촉박한 시간 싸움 속에서 행정구역을 논란을 조속히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에서 바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치권의 합의를 통해 2개 법률안 중 1개를 자진 철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2개 체제 법률안을 발의한 김한규 의원은 제주시를 쪼개면 안된다는 것이 도민의 뜻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6일 전격 공개했다.
◇ 민주당 제주도당 '비공개 조사' 결과는?
이번 조사는 민주당 제주도당이 대선 기간인 지난 5월 30일과 31일 이틀간 ㈜티브릿지에 의뢰해 비공개로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제주도 3개 선거구(제주시 갑, 제주시 을,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005명이다. 선거구별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조사 결과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 60.0%, 반대 19.4%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 우세했다. '모름' 응답은 20.6%.
이어 가장 관심을 모으는 행정구역 조정안과 관련해,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찬성 35.9%, 반대 43.1%, 모름 21%로,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7.2%p 더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 지역은 반대 의견이, 서귀포시에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제주시갑 지역(제주시 서부)에서는 찬성 34%, 반대 45.3%, 모름 20.6%로 나타났다. 제주시을 지역(제주시 동부)에서는 찬성 31.9%, 반대 47.7%, 모름 20.3%로 조사됐다. 서귀포시에서는 찬성 43.3%, 반대 34.2%,모름 22.4%로 찬성이 우세했다.
그런데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제주도가 제시한 3개 시 체제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제주시를 2개로 나누는 것에 대한 질문을 갖고 서귀포시민들까지 의견을 물은 것이어서 '3개 체제안'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제주시 지역 거주 시민들의 2개시 분리안에 대한 여론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새로운 여론조사 실시, 제주도정의 입장은?
이상봉 의장의 8월 중 여론조사 실시 방침과, 민주당 제주도당 차원의 비공개 조사 결과 공개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제주정은 매우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23년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3개 체제안'이 제주도민의 뜻이라는 것이 제주도의 기본적 입장이다. 제주도가 지난해 행안부에 제출한 주민투표 실시 건의문의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도 '3개 체제안'이다. 주민투표를 한다면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6일 열린 제주도의회 회의에 출석한 양기철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제주도의 3개 체제안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공론화와 숙의토론을 통해 도출된 내용"이라며 "도민의 의견은 이미 공식적으로 하나로 모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상봉 의장이 밝힌 별도 여론조사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 '3개 체제안', 도민 여론과 일치 확인됐나
제주도의 이러한 주장에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은 '3개 체제안'에 대한 도출 과정이다. 숙의토론에서 최종 결정된 것은 분명하지만, '도민 여론'과 일치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논란의 시작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점이 있다. 바로 2023년 10월 실시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공론화 추진 용역진의 3차 도민 여론조사의 결과다.
그해 10월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된 이 여론조사에서 행정구역과 관련해서는 '4개 구역(제주시, 서귀포시, 서제주군, 동제주군)' 57.4%, '3개 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32.6%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0%.

결정적으로 현행 2개 체제 유지안은 아예 배척했다는 것이다. 당시 용역진은 현행 2개 체제에서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정하는 용역이기 때문에 현행 체제를 제외시킨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크게 약화시켰다.
두번째로, 표본 크기의 문제다.
당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한 용역이지만, 여론조사는 매우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 이 조사의 표본은 800명이고, 이 중에서도 선행 질문에서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에 동의한 응답자 439명을 대상으로 했다. 제주도민의 의견을 듣겠다며, 일반적 여론조사의 표본 크기보다 훨씬 작은 '439명'을 대상으로 하면서 대표성을 확보했는지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
세번째는 이 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은 '3개 구역'이 아니라 '4개 구역'이었다는 점이다. 3개 구역이 대안으로 자리잡은 것은 용역진의 내용적 비교평가 결과와 숙의 토론의 선택이었다. 즉, 3개 구역안은 처음부터 도민 여론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언론사 여론조사는?
행정체제 개편논의를 전후해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용역진의 결과와 전혀 다른 결과들이 이어졌다.
용역진 조사보다 한달 앞서 이뤄진 KCTV 제주방송, 삼다일보, 한라일보, 헤드라인제주 등 언론 4사의 2023년 9월 여론조사(한국갤럽 의뢰)에서는 '현행 2개 유지' 63%, '4개로 조정' 20.1%, '3개로 조정' 10.6%, '5개 이상으로 조정' 2.5% 순의 결과가 나왔다. 당시 표본 크기는 용역사에서 수행했던 것보다 3배 가량 많은 1502명이었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에서 공개한 조사의 결과도 '질문 내용'의 차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조사의 질문은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할하는 행정구역 조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형식이었다. 이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이는 다소 불명확하게 전해질 수 있는 '3개 체제' 또는 '2개 체제'라는 표현보다,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진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도의회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면 어떤 방식의 질문, 그리고 조사 대상 규모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그동안 '3개 체제안'을 확정하고 진행하는 전후 과정에서 제주도 차원의 제대로 된 도민 의견조사가 단 한 번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체제개편위의 권고안을 수용하면서 도민의견을 추가로 듣겠다고 했지만, '3개 기초자치단체' 당위성에 대한 대대적 홍보만 진행됐을 뿐 추가적 의견수렴을 위한 후속 행보는 없었다. 이 지점에서 결정적 논란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물론 김한규 의원의 문제 제기도 공론화를 통해 결정이 이뤄지고 난 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정부가 '행정구역 쟁점 해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서로 잘잘못을 떠나 '단일안' 합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이 해법을 두고 제각각 행보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제주도정의 고심은 더 깊어지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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