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허락받고..." 국민건강보험 상담사들의 노동운동 도전기

박진현 2025. 8. 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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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상담사들, 순환 파업... 올해는 소속기관 전환 매듭 지어야

[박진현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지난 7월 15일부터 소속기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순환 파업에 나섰다. 2021년 첫 파업 이후 다섯 번째 파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과정에서 화두에 올랐던 기관이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공공기관에서 외주화 되었던 상당 부분이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특히 사회보험과 관련한 상담업무를 담당하고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상담내용이 매우 개인적이면서 공공의 성격이 높다. 무엇보다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와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던 기관은 이미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매듭을 지을 때다.
▲ 집회 중인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상담사 조합원들이 사업장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 박진현
정규직 전환, 왜 갈등의 늪으로?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전환은 3단계로 나눠서 이뤄졌다. 1단계는 중앙행정기관, 지방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835개 기관, 2단계는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 자회사 등 600개가 대상이다. 3단계는 민간 위탁 사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했다. 1, 2단계에서는 대상자의 96%에 해당하는 19만855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중 4분의 1은 자회사 설립 또는 소속기관 전환 방식이었다.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은 고객센터 업무를 용역 업무로 분류해서, 2019년 1단계에서 별도직군을 신설한 뒤 직접 고용을 하는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상담업무의 독립성(?)을 강조해 고객센터 업무를 1단계 용역 업무가 아닌 3단계에 해당하는 민간 위탁으로 분류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는 공공기관이 외주화 사무를 분류할 때 용역과 민간위탁 가운데 무엇으로 규정할지 스스로 결정하게 했고, 그 판단의 적절성은 따지지 않았다.

3단계 민간위탁 업무는 대부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1, 2단계와 달리 대상기관 수와 대상 노동자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았으며,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1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제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실적에 따르면 "공공기관 94곳이 민간위탁기관에 맡긴 212개 사무 가운데 21개(9.9%) 사무에 대해서만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고 적시했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정규직화는 9.9%에서 멈췄다. 96%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1, 2단계와 10배 가까운 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상담사들과 같은 업무를 하지만 다른 운명에 처하게 됐다. 정규직 전환이 갈등의 늪으로 빠지게 됐다.

용역과 민간위탁의 차이는 무엇일까. 용역은 "정해진 메뉴대로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식당에 주문하는 것"이라면 민간위탁은 "식당을 통째로 맡겨서 알아서 메뉴 구성·운영을 맡기는 것"으로 간단하게 비유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원청인 공단에서 발행한 상담실무 교재를 숙지해 업무를 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상담사들과 마찬가지로 용역업무에 가깝다. 공단이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간위탁 업무로 분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한 과정을 겪고 있는 소속기관 전환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2019년 12월 노조 가입 이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파업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이 논란을 빚자, 공단은 2021년 5월 공단 내부의 노사위원들과 외부전문가들로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를 구성했다.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는 5개월 동안 15차례의 집중회의를 거친 뒤, 2021년 10월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업무수행 방식을 '소속기관'으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상담사의 고용안정과 처우 및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공단에 권고'했다.

2022년부터는 채용방식과 임금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체가 시작했다. 채용방식을 두고 이견이 컸다. 공단은 4년 넘게 일한 상담사 40%를 공개채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3단계 정책추진방향이 발표된 2019년 2월 이전 입사자는 소속기관 노동자로 전환하되, 이후 입사한 700여 명은 공개채용을 거쳐 채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부는 이들도 소속기관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2023년 11월 4차 파업에 나섰다.

채용 전환 방식을 두고 엇갈리기를 반복하다 2024년 12월 6일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큰 틀의 합의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는 총 3구간으로 나눠 정규직 전환과 채용 절차를 밟는다.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 발표일(2019년 2월 27일) 이전 입사자는 별도의 채용 절차 없이 전환 채용한다. 2019년 2월 28일 이후 그리고 고객센터를 소속기관으로 전환 결정을 한 2021년 11월 23일 사이의 입사자는 필기시험 결과에 따른 제한경쟁 채용을 한다. 그리고 2021년 11월 23일 이후 입사자부터는 일반 응시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공개채용 과정을 거친다.

또 노사는 지난해 12월 6일 "현재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전환대상이 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직제, 보수, 채용관련 세부사항, 처우개선 등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에서 협의"한다고 결정한다.

큰 틀의 합의에도 좁히지 못한 노사 이견

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하는 업무가 1091가지이고, 신입상담사가 들어와서 익히는 업무 책이 총 5권 2,281페이지다. 구체적으로 1권 자격 499페이지, 2권 부과 447페이지, 3권 징수 314페이지, 4권 보험급여 및 건강관리 653페이지, 5권 장기용양 일반 및 청구 368페이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는 5권의 내용 대부분을 숙지하고 있어야 원활한 상담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업무는 초기에 단순 문의를 처리하는 비숙련 단순 노동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원청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원스톱서비스 요구에 따라 원청 업무 전반에 대한 응대가 가능하도록 요구되어 상담사의 업무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민서비스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법, 제도 변화가 수시가 발생하여 상담사에게 필요한 지식도 매년 증가했다. 이에 비해 임금은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지부에 따르면 입사 후 6개월 정도면 70%가 못 견디고 퇴사한다.

손영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만 4대 보험기관 중 유일하게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연내 정규직 전환을 꼭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덧붙혀 지부는 정원과 직제별 인원을 두고 공단과 지속 협의 중이지만, 2021년 11월 23일 이후 입사자들까지 공개채용 대상에 포함된 현실을 문제 삼고 있다.

결국 4년 이상 근속한 숙련 상담사들이 또 다시 공개채용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은, 이재명 정부의 '지속·장시 근로자 정규직 전환' 공약과는 상반된다. 이와 함께 지부는 탈락자 없는 전환을 위해 기간제 구제책 등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사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또 손영희 사무국장은 "공단이 발표한 AI 상담 시스템 도입으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우려했다.

지부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상담사들의 숙련과 경력을 고려한 채용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상담사에게 원청 업무 전반에 대한 응대가 가능하도록 요구했다면, 이제 탈락자 없는 직접고용 전환으로 답해야 할 때가 아닐까
▲ 손영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 집회 사회 중인 손영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
ⓒ 박진현
손영희 사무국장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상사의 허락을 받고 가야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펜데믹을 거치며 상담사들이 사회의 필수노동자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고용의 형태가 어떻든 여전히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고용형태만 전환되는 것을 넘어서 현재의 저임금 구조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수화기 너머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을까.

그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왜곡된 정책일 수도 있고, 한국 사회의 잘못된 공정일 수도 있다. 또는 상담 과정에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평가 대상이며, 점수에 따라 '급'이 나뉘고 월급이 차등지급되는 작업장 현실, 치밀하게 실적을 관리하고 상담사를 압박하는 상사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것들 모두 일수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운동 도전기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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