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족이 되어주실래요? 부모 찾아 나선 아이가 깨달은 한 가지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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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수연의 선율> |
| ⓒ 싸이더스 |
영화 <수연의 선율>은 낳아준 부모 대신 키워줄 부모를 찾아 나선 두 아이의 이야기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혼자가 된 열세 살 수연(김보민)은 혼자 살 수 없어 보육원에 가야 할 처지가 된다. 가끔 신세 졌던 친구의 엄마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친구 할머니께 의지하려 했지만 누구도 수연을 보듬어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수연을 우연히 본 유튜브 속 율율가족 브이로그를 접하며 작은 희망을 품는다.
밝고 행복한 가족의 영상은 항상 활기차다. 부부는 선율(최이랑)이라는 일곱 살 아이를 입양해 단란한 가정을 꾸린 듯했다. 그때부터 수연은 우연을 가장해 선율의 곁을 맴돌며 친해질 기회를 만든다. 공개 입양 절차를 진행한 선율처럼 한 아이를 더 입양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수연은 직접 가족을 만들기 위해 선율에게 일부러 접근해 보지만 표면성 언어 장애를 가졌다고 알려진 사실과 달리 선율의 행동에서 이상하고 낯선 모습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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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수연의 선율> 스틸컷 |
| ⓒ 싸이더스 |
가족은 '집 家'에 '겨레 族'을 쓴다. 즉 가족은 가장 작은 단위이자 공간에 모여 사는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집이고 울타리와 지붕이 없어진 아이는 생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완벽한 가족을 찾고 싶은 수연과 완벽한 가족 틈에서 사랑받으려는 선율의 애처로운 모습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을 추구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많고, 균열과 빈틈으로 새어 나오는 실수를 평생 고쳐가며 살아간다. 가족 구성원은 서로 다른 개체이며 같은 존재로 묶일 수 없다. 그래서 완벽한 가족은 없으며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 존중받아야 한다.
'집'은 영화의 중심 공간으로 활용된다. 수연이 할머니와 살았던 집이 재개발될 예정이라 피치 못할 갈등도 동반된다. 집에 살고 있지만 집을 가질 수 없고 떠나야만 하는 아이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선율이 몰래 다친 곤충을 넣어 만든 플라스틱 통은 안락한 공간에서 쉬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통의 목적을 묻는 수연의 질문에 선율은 '쉬거나 치료하는 곳'이라 말한다.
아이들은 가족이란 집을 절실하게 원했지만 결국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겉돈다. 훗날 곤충을 보호하는 집이 누군가로 인해 깨어졌을 때 가족의 파탄은 예고된 순서임이 증명된다. 그래서 한유리(김현정), 이태호(진대연) 부부의 집은 아늑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불안감이 가득하다. 결국 가족이 되었음에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자상한 아빠와 자애롭고 따뜻하지만 행복을 전시하기 바쁜 엄마 사이에서 끊임없이 관심과 안정을 갈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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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수연의 선율> 스틸컷 |
| ⓒ 싸이더스 |
아이가 보호자를 찾아 나선다는 순수한 저항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한 객체로서 독립성을 인정받는다. 때문에 한국 제목 '수연의 선율'은 다분히 중의적으로 들린다.세상에 어떠한 것도 해결할 수 없었던 수연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선택한다.
영어 제목 '워터드롭(Waterdrop)'은 세이머스 히니(Seamus Heaney)의 '철길가의 아이들'이란 시에서 영감받은 제목이다. 선율이 그림인 물방울 속 두 소녀와 맞닿는다. 돌봄이 필요했던 아이가 스스로 보호막을 친 무한한 세계를 의미하는 성장, 물방울 속에 함께 있는 아이의 밝은 미래가 그려진다.
한편, 방과 후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며 아이가 보는 관점과 감정을 체득한 최종룡 감독은 단편 <여정>(2019) 이후 데뷔작 <수연의 선율>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초록뱀미디어상, CGK 촬영상)을 차지한 주목할 만한 감독이다. 차기작은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기대되는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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