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어른 행세] 미국 유학 만학도 엄마와 육아라는 현실
서울, 부산, 경기도 가평, 제주, 미국에 흩어져 사는 6인이 쩨쩨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편집자말>
[김민정 기자]
나는 만학도의 생활을 만만하게 봤을지도 모른다. 마흔이 넘어 아이와 가족 없는 미국에서 학업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건, 배터리 저전력 모드로 주행하는 몸과 뇌를 가진 나에겐 과부하였다.
|
|
| ▲ 쓰다 말고 쓰다 말고 마무리 하지 못한 많은 글들 |
| ⓒ 김민정 |
학창 시절에는 요령으로 눌러왔던 ADD 비슷한 증상은 더 심해졌다(ADHD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에너지가 없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한 자리에 앉아 목적했던 과제나 일을 끝내는 것은 이제 포기하기로 했다. 25분이든 5분이든 집중이 흐트러지면 세탁기나 설거지로 몸을 일으킨다. 그나마 억지로 잡고 있다 화가 나서 침대로 눕던 패턴은 벗어났다.
학업은 참 꾸역꾸역 해냈다. 몇십 년을 수포자라고 생각해온 과거를 뒤로하고, 통계학, 경제학, 정책분석에 필요한 미적분 수업 들을 들었다. 석박사 과정에 가면 성적은 사실상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열이면 열 말한다. 그럼에도 잘 해보려고 애를 썼나 보다.
그리고 내 일 년간의 성적표에는 모두 A가 찍혔다. 이거라도 못해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부담감이었을지 모른다. 시험기간에 머리를 쥐어짜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신 엄마는 오랜만에 K-할머니다운 말씀을 하셨다.
"너만 공부하면 뭐하니. 애를 공부시켜야지."
아이의 성적표는 내 성적표보다 다채롭다. 내가 받아본 적이 없는 알파벳도 있다. K-할머니가 답답하실 만도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Chill" 한 엄마라서가 아니라 여력이 없어서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더 유한 성향인 것도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나 스스로 아직 한몫을 못해 내는 기분이라, 거기까지 애를 쓸 여력이 없어서다. 어른은 무슨, 나도 아직 크다 말았다.
|
|
| ▲ 하늘은 언제나 맑음 하늘도 푸르고 잔디도 푸르고. 날씨가 좋은 것과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한 시킨 것에 의의를 두자. |
| ⓒ 김민정 |
공부는 점수는 잘 받았을지 몰라도 아직도 시험을 본 후에 휘발되는 수준의 배움에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감점 요인이다. 미국에서 석사를 "Master's program"이라고 하는데, 박사를 지원하게 된 계기가, 내가 뭔가를 마스터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다. 지금은 그보다 0.5mm 나아진 정도다. 초속 5센티미터라는 영화 제목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 같다.
나도 길러야 하는데, 아이까지 길러야 하다니. 내가 좋은 어른이라는 확신 없이,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육아를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발을 단단하게 디디고 다 큰 나무 같은 분들을 보면 신기하다. 아이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날, 아이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잘 자랐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하루 세 번쯤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가사를 떠올리지만. 아마 이 느린 속도로도 우리는 함께 자라는 중일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서울 해군호텔 이어 진해 해군회관도 판박이 비리 적발
- '김건희의 탐욕', 종말을 고하다
- '차명 주식거래' 의혹 이춘석, 민주당 전격 탈당
- 명사십리 삼척 원평해변은 왜 방치됐나
- 김건희 '집사 게이트' IMS 80억 차입...그 후 벌어진 일
- 김건희 소환 전날 '최측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구속
- 비상계엄 실패하자 노상원 존재 은폐하려 한 롯데리아 멤버들
- 김건희 특검 조사받는 날... 이게 다 의혹? 하루만에 가능한가요
- 민주당, 탈당한 이춘석 제명... 법사위원장엔 추미애 내정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정청래 한마디에 국회 윤리특위 '원점 재검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