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십리 삼척 원평해변은 왜 방치됐나
[진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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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평해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 위치한 이 해변은 소나무 숲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이 찾던 명소였다. |
| ⓒ 진재중 |
명사십리의 풍경 뒤에 가려진 경고문
약 4.3㎞ 길이의 백사장을 자랑하는 삼척 원평해변은 '명사십리'라 불리며 사랑받아 온 곳이다. 해양레일바이크, 소나무 숲, 잘 정비된 산책로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새벽에는 장관을 이루는 일출을 보기 위해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해변 한 쪽에 내걸린 플래카드는 이곳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낸다.
"이곳은 정식 개방하지 않은 해변으로, 안전요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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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변 입구에는 ‘미개장 해변, 안전요원 없음’이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어, 방문객들에게 안전 주의와 책임 있는 행동을 당부하고 있다. |
| ⓒ 진재중 |
원평해변이 정식 개장에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 갈등 때문이다. 첫째, 마을이 여름철 외부 사업자에게 공간을 임대하는 관행에 민원이 제기되면서 국유지인 해송림 내 텐트 설치와 야영이 전면 금지됐다. 둘째, 해송림내에서 요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텐트와 보트를 운영하던 임대업자가 수익 악화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마을은 개장을 준비했으나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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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숲 일대에는 ‘국유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으며, 국유지 내에서 이용 요금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안내 문구도 함께 적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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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평해변이 정식 개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과 관련해, 삼척시 근덕면 관계자는 지난 4일 오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마을 관리어장으로 지정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인 안전사고 대비 체계를 마을에서 갖추지 못했다"며 "보트와 안전요원 배치 등 필수 요건을 원평마을이 충족하지 못해 행정적인 제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마을해수욕장 지정을 받기위해서는 안전요원이나, 안전사고를 대비한 보트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해송숲과 관련해서는 "이 일대는 국유지로, 삼척시가 야영 행위를 통제하거나 허용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식 개장이 무산된 원평해변은 정비와 관리 인력이 부족한 채 무질서하게 방치되고 있다. 해변 도로와 소나무숲 사이 공간마다 차량이 무단 주차돼 있고, 장기간 자리를 차지하는 이른바 '얌체족'들까지 늘어나면서 해변은 점점 혼잡하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캠코의 캠핑 금지 플래카드가 걸려 있지만 유명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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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숲 사이로 캠핑카 한 대가 있고, 그 주변 소나무에는 빨래가 걸려 나부끼고 있다. 해변의 자연 경관은 그대로지만, 소나무는 빨래줄로 전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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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피서객들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 마을 측이 운영 비용 문제를 이유로 해변 내 전기와 수도 공급을 중단하면서, 화장실 사용이 제한되고 샤워 시설과 조명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야간에는 전기 부족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높고, 쓰레기와 오염물 방치로 해변 위생 상태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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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적한 오후, 넓게 펼쳐진 원평해변 비치. 한때 여름철 북적이던 풍경이 무색할 정도로 고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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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지켜본 한 관광객은 "차라리 소나무 숲에 텐트를 허용하되, 이용객에게 소나무 보호를 위한 주의를 당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소나무와 피서객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시설 없는 급경사 해변, 피서객 불안 가중
정비되지 않은 모래해변은 급경사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이들은 물론 일반 물놀이객들까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수영금지라는 팻말과 안전띠가 해변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려내고있다.
하지만 해변에는 안전요원은 물론, 기본적인 구조장비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이용객들은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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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변 입구에는 ‘수영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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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공식 해변'일수록 사고 예방을 위한 대비가 더 철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구조 전문가는 "여름철 성수기에는 소방서, 의용소방대, 민간 구조대와 협력해 주말 순환근무 형태로 안전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적은 예산으로도 효과적인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중경 전 한국국민안전산업협회 회장도 지난 1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유지든 사유지든 시민들이 이용하는 해변이라면 일정 부분 공공의 책임이 따른다"며, "비공식 해변이라도 '중점 해변'이나 '관심 해변'으로 분류해 최소한의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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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숲 곳곳에는 차들이 무단으로 주차했고, 일부는 텐트를 설치해 장시간 자리를 점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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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는 원평해변만의 일이 아니다. 과거 강원 동해안을 비롯한 전국의 미개장 해변에서 수많은 물놀이 사고가 반복돼 왔다. 이형석 강원대학교 교수는 "그간 동해안에서 발생한 물놀이 사고는 대부분 미개장 해변이라는 안전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며, "모래사장 평탄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해변은 급경사 구간이 많아 인명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많은 피서객들이 바다 지형, 해류, 수온 변화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입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안전요원 없이 해변을 방치하는 것은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며, 비공식 해변일수록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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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비되지 않은 모래해변은 바다와 맞닿은 지점에서 급경사를 이뤄 사고 우려를 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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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단순히 지역 내부의 갈등을 넘어, 해변 전체의 소유권과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정 공백이 피서객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반복된 '미개장 해변' 사고의 이면에는 구조적 관리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정식 개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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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척 원평해변은 소나무숲과 해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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