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차관님, '기술 만능'이 녹조를 해결할 순 없습니다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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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보에 설치됐던 녹조제거선 |
| ⓒ 이경호 |
'기술 만능주의'에 빠진 환경부 기고문
지난 5일 <서울신문>의 금한승 환경부 차관 기고문은 녹조의 대책은 기술과 관리만으로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술 만능주의'의 위험한 착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도덕적 시민적 양심을 저버린 과학자로서 설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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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한승 차관의 기고문 |
| ⓒ 서울신문 기고문 갈무리 |
가장 대표적인 녹조 제거 기술인 황토 살포는 황토의 응집력을 이용해 녹조를 강바닥으로 가라앉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수면 위의 녹조를 잠시 눈에 보이지 않게 할 뿐, 녹조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황토와 녹조가 강바닥의 퇴적물과 뒤섞여 수생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뻘층을 만들어 강바닥 생태계를 질식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강의 자정 능력을 더욱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녹조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녹조제거선은 강 표면에 있는 녹조를 물리적으로 수거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그 효율성은 매우 낮다. 광활한 강과 보의 물 전체를 덮은 녹조의 양에 비하면, 녹조제거선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기보다, 국민들에게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퍼포먼스에 가깝다.
녹조 발생 시 화학적 응집제를 살포하여 녹조를 가라앉히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수질에 새로운 화학물질을 투입하는 것으로, 다른 수생 생물에 치명적인 독성을 미칠 수 있다. 녹조를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오염원을 추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이러한 화학물질이 장기간 강물에 축적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기술들은 녹조의 발생 원인인 '고인 물'을 해결하지 못한 채 결과만 처리하려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이토록 비효율적인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국민 혈세 낭비이자,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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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보에 야적해 놓은 녹조제거제 |
| ⓒ 이경호 |
금 차관은 국립환경과학원장 시절, 녹조 창궐의 원인에 대해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의 영향을 명확히 인정하기보다는 기후 변화나 점 오염원과 같은 부차적인 요인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당시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는 태도였다. 현재 차관의 글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여전하다.
금 차관은 비점오염원 관리와 먹는 물 안전관리 등 이미 수십 년간 실패를 거듭했던 정책들을 다시금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녹조 발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보에 대해서는 '재자연화'라는 표현만 사용하면서, 구체적인 개방 및 철거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패를 거듭한 비점오염원 관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언급하고 있다.
금 차관은 비점오염원 관리를 녹조 해결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과거부터 정부는 비점오염원 관리를 위해 '총량관리제' 등을 도입했지만, 전국에 산재한 축산 농가와 논밭의 오염원을 일일이 통제하지 못했다. 그동안 못하던 것을 올해 당장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대안이 되지 못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말하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가축 사육 두수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점오염원의 유출 경로가 불명확한 특성상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차관의 제안은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특별한 해결책도 아닌 것을 해결책처럼 내놓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금 차관은 취수원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하고, 고도정수처리시설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류차단막은 현장에서 확인해 보면 무용지물인 것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아주 잠깐 차단이 가능할지 몰라도 녹조는 차단막 안에서도 번성하기 때문에 쇼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미 오염된 물을 정수하는 사후 대책일 뿐, 근본적인 원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시민들의 불안감은 이미 오염된 물을 정수 처리만으로 완벽하게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되었다. 정부는 오염의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둔 채,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 걸러낼 테니 안심하고 마시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문제를 일으킨 주체가 아닌, 국민에게 오염의 부담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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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중 조류차단막이 설치된 2024년 문의취수탑의 녹조. 수차, 기포제, 차단막 모두 별 효과가 없다. |
| ⓒ 이경호 |
진정한 '하천의 역동성 회복'과 '재자연화'는 땜질식 관리가 아니라, 강물의 흐름을 막고 있는 보를 과감히 개방하거나 철거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보 개방 및 철거에는 농업용수 공급, 지하수 수위 변동 등 복합적인 고려 사항이 많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치밀한 계획과 과학적인 분석, 그리고 정책 의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 의지가 없는 과학적이지도 않는 기술주의자들이 환경부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지속 가능한 환경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면하고 있다.
녹조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해 훼손된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려는 용기 있는 결단의 문제이다.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는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절실한 때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기술 만능주의가 아닌, 강 본연의 생명력을 되찾아주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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