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술, 이 영화를 보고 알았습니다
[강지영 기자]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것은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쉬운 낱말의 조합인데도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을 안겨 준다. 읽는 이로 하여금 '나는 행복한가, 아니면 불행한가?'에 대하여 한번쯤 짚어보게도 한다. 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안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들도 있고, 고위공직자인 남편도 있고, 저택에서 부유하게 산다. 현대적인 기준으로 볼 때, 부러움을 살만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안나는 공허하다고 말한다. 그 공허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 불륜으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행복한 가정이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자면, 일단 가족이 모두 건강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 자녀는 학교를 잘 다닌다. 가족끼리 서로 존중하고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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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바그다드 카페> 포스터 |
| ⓒ 팝엔터테인먼트 |
브렌다의 불행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녀가 처한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자. 브렌다는 황량한 사막 지대 도로 옆에서 카페와 주유소 그리고 모텔을 운영한다. 셋 다 낡았고 영세하다. 게다가 정리되지 않아 너저분하다. 마치 브렌다의 마음처럼 황폐하다. 커피머신이 고장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브렌다의 남편은 관심이 없다. 게다가 학생인 딸은 유흥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아들은 또 어떤가. 자신의 아이가 있음에도 돌보지 않고 피아노만 친다. 아기 엄마가 언급되지 않는 걸로 보아, 일반적인 결혼과 출산은 아닌 것 같다. 모두 브렌다에게는 골칫덩이 가족이다. 브렌다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 그래서 브렌다는 불행하다.
그날도 브렌다는 남편과 한바탕 했고, 남편은 집을 떠났다. 쓸쓸히 카페 앞에 앉아 두 볼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온다. 독일인 여성 야스민이다. 야스민은 그곳으로 여행을 온 모양인데, 방금 남편과 크게 싸웠다.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는 적막한 사막에 야스민을 차에게 내리게 하고 혼자 떠나버렸다. 야스민은 브렌다의 모텔에 투숙하게 된다. 그간 얼마나 손님이 없었는지 손이 닿는 곳마다 먼지가 가득하다. 야스민은 별로 불쾌해하지 않는다. 짐을 풀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친절하다. 놀기 좋아하는 브렌다의 딸에게도 다정하다. 브렌다의 아들이 치는 피아노곡을 마음으로 느끼며 감상한다. 그 모습을 본 무명화가는 아름다움을 느껴 야스민을 화폭에 담는다. 야스민은 자신의 숙소는 물론 카페 이곳저곳을 말끔히 청소한다. 그럼에도 삶에 지쳐 마음의 문을 닫은 브렌다는 여전히 야스민이 의심스럽고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야스민은 브렌다의 손주를 안고 보살폈는데, 외출 후 돌아온 브렌다는 격노한다.
"당신이 뭔데 이래요? 누구 맘대로 내 삶을 휘저어요? 가서 당신 애랑 놀아요!"
"난 애가 없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몰라요. 일도 많고 애들도 봐야 해서요. 남편이 일주일 전에 떠났거든요."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파고드는 장면이다. 무례하고 무심한 야스민의 남편, 무능하고 무책임한 브렌다의 남편 그리고 고단한 삶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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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스민이 젊은이가 연주하는 바흐의 곡을 듣고 있다. |
| ⓒ 팝엔터테인먼트 |
이처럼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남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억지로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소리 없는 미소를 주고받자. 음악이 흐른다. 그림을 본다. 음악이 아니어도 주변의 소리를 음악으로 느낀다면 그것도 행복이다. 그림이 아니어도 주변의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그 또한 예술이요, 행복이다.
브렌다의 아들이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된 것도 아니다. 브렌다의 딸이 모범생이 된 것도 아니다. 브렌다의 남편이 금방 유능하고 부유해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브렌다는 이제 행복하다. 브렌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무엇이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바로 야스민의 진정성이 브렌다를 변화시켰다고 본다. 야스민의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배려 브렌다의 가슴에 스며들어 브렌다를 행복하게 했다.
행복의 기술,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고 알았다. 있는 그대로 보자. 내가 정한 기준으로 자기중심으로 타인을 평가하지 말자. 그리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자. 덧보태거나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 사랑과 이해 그리고 존중으로 맺어진 연대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디렉터스 컷>
-개봉 : 1993. 07. 17
-감독 : 퍼시 애들론
-배급(주)팝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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