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운 이란, 화폐개혁 본격 추진…리알서 ‘0’ 네 개 없앤다

이란이 오랜 기간 지속한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으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자국 통화 리알(rial)에 대한 화폐개혁을 본격 추진한다.
이란 의회 경제위원회는 지난 3일(현지시간) 리알 화폐 단위에서 0을 4개 줄이는 법안의 틀을 승인했다고 IRNA통신이 밝혔다. 샴세딘 호세이니 경제위원장은 “새로운 리알은 기존 리알 1만 개에 해당하는 가치로 정해질 것”이라며 “단위를 단순화해 회계·금융 업무를 쉽게 하고, 지폐 인쇄 비용도 절감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의회와 헌법기관인 ‘수호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공식적으로 발효된다.
이란은 1990년대부터 화폐개혁을 논의해왔지만, 본격적인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짚었다. 단위 축소 계획은 지난 2019년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이 처음 제안했으나 추진되진 않았다.
지난 25년간 튀르키예와 루마니아, 잠비아 등도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다. 이스라엘 역시 1985~1986년 초 인플레이션을 겪은 뒤 자국 통화인 세켈 단위에서 3개의 0을 없앴다.

이란의 리알화는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국제 제재와 정치적 불확실성, 구조적 경제 실패로 인해 가치가 급락했다. 특히 지난 6월 발생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이에 따른 미군의 개입까지 맞물리며 상황은 악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폐 단위 개혁과 관련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자파르 가데리 이란 경제부위원장은 “제로(0) 삭제는 회계와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경제학자인 카므란 나드리는 “화폐 단위의 형식적 조정일 뿐, 실질적인 통화 정책이나 물가 억제 수단은 아니다”라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실제 이란 경제는 화폐가치 하락 외에도 석유 수입 의존, 광범위한 보조금 정책, 정치권과 연결된 엘리트들의 비효율적 운영 등 구조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원유 수출에 대한 국제 제재는 외화 유입과 투자 유치를 모두 제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제재 해소 없이는 이란 경제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란도 이를 의식한 듯 조건을 내걸며 대화 재개에 물꼬를 트는 모습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FT에 “(6월 이스라엘 공습에 개입한) 미국이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과 재협상 기간의 안전 보장을 약속한다면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과 핵 프로그램 축소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협상 중이었지만, 6월 이스라엘의 공습과 그에 따른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대화가 중단된 상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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