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빼앗긴 시간 5838일, 치료라는 이름으로 갇힌 사람들
'모두를위한탈시설행동연대'는 아동·청소년·장애인·홈리스·노인·이주민·동물 등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존재들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의 주거권과 성원권 보장을 위해 연대해 온 단체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이 가능한 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존재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령 제정과 접근 가능한 주거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자원을 만들기 위한 8화의 연속기고를 기획했다. <기자말>
[이한결 기자]
2023년 국가 정신건강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퇴원한 환자의 최대 입원 일수는 5,838일이었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24:42). 코로나 팬데믹 최초 사망자도 20년 넘게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에 입원해있던 60대 남성이었다. 한국 사회는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쉽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장시간 빼앗아왔다.
신천연합병원 백재중 병원장은 이러한 한국의 정신병원 실정을 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의 정신병원은 병원이라기보다는 거주시설이다. 코로나19 격리에서 해제된 청도대남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들도 결국 지역사회가 아닌 다른 정신병원으로 돌아갔다." (2021년 1월 16일자 <한겨레21> 기사 "병원은 코로나 걸린 정신질환자를 거부했다" 기사 중에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 진영에서는 거주시설을 넘어 정신의료기관을 '형기 없는 교도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존재들은 적어도 자신이 언제 출소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는 교도소가 정신병원보다 더 나은 공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나아가 죄를 지은 적도 없는데, 개인의 의지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장기간 입원 되는 현실에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쉽게 사회로부터 잊히고 자유를 빼앗는 것이 정당화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빼앗긴 공간에서의 삶은 수용소에서의 삶과 다를 바 없다. 경제적 이유로 여섯 명이 한 방에 갇혀있기 때문에 사적인 생활과 공간은 존중되지 못한다. 잠을 자고, 밥을 먹는 모든 일상이 통제된다. 정신병원에서는 비건도 채식을 중단해야 한다. 종교 활동도, 성적 지향도, 외출 및 외박도, 휴대전화의 사용도 제한될 수 있다. 밖에서 보면 질서정연한 치료의 공간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그 누구도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어렵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신체 및 거주이전의 자유 박탈
병동 내에서 자행되는 통제와 권리의 박탈은 소수의 관리자에 의해 일어난다. 정신질환 을 경험하는 존재의 주체성과 독립성 그리고 언어는 치료진에 의해 '증상' 또는 '징후'로 해석된다. 증상의 완화로 해석 받기 위해서는 병원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
순종하지 않는 존재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다. 말썽을 일으킨다고 판단된 존재는 정신병원 안에서 '보호실'이라 불리는 '독방'으로 옮겨져 수용되고, 양팔과 다리, 가슴이 묶이는 강박을 경험한다. 때때로 그 경험은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당사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2024년 보건복지부 격리·강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방의 평균 면적은 약 2평이다. 6개월 동안 그 안에서 2만 3천명이 격리를, 1만 2천명이 강박을 당했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최장 격리 시간은 1,151시간이었고 최장 연속 강박은 245시간이었다. 또한 조사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본인 동의 없는 화학적 약물의 사용도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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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우리도 이한결 대표이사가 고문 강박 금지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격리·강박 사망사건 피해자 1주기 추모집회에서 |
| ⓒ 이한결 |
또한 1년 이상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은 11%이며 10년 이상 장기간 입원해있는 사람도 존재한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24:83). 한국 정부도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 중 41%가 퇴원이 가능함에도 장기입원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24:22).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사회는 치료라는 이름으로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존재의 신체 및 거주이전을 제한하고 있다.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더라도 같이 살 권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심리사회적 장애 당사자의 권리가 매우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는 국제적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특히 장애를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함께 살 권리를 제한하는 모든 형태의 법률과 관행이 제거되어야 하며 의사결정능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가 제한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해 정책과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낡은 방식으로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은 실제 개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했을 뿐더러 심각한 인권침해임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강제적인 방식으로라도 치료해야 한다고 믿었던 방식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의 일관된 주장은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한국에서 쉽게 무너진다. 정신질환 등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존재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왜곡된 정보 그리고 생물정신의학적 접근만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과 관행은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존재들을 오히려 '특별하게 관리'해야 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러나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존재들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존재들이 조직을 만들어, 함께 사는 삶을 모색이 이뤄지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이들을 살아있는 경험을 한 사람들, 그리고 동료(Peer)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존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또한 처음에는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더라도 꾸준한 약물 복용과 치료받으면 삶이 나아질 줄 알았다. 장기간 입원하여 재활훈련을 받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반인권적 의료 환경과 당사자의 선호가 반영되지 않는 치료의 일방적 방식 하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20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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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4월 25일 기도 최초로 정신질환자 등이 운영하는 경기동료지원쉼터 개소 기념 세미나에서 참여자들이 동료 지원과 동료지원쉼터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했다. |
| ⓒ 이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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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7월 11일 50도가 넘는 아스팔트 위에서 삼보일배 정신질환 등을 경험하는 존재들이 국가책임제 안에 동료지원센터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 ⓒ 이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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